범행도구 미리 구입한 고유정…경찰 “수법 너무 잔혹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0 11: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트에서 흉기‧표백제 등 미리 구입한 CCTV 포착
고유정은 “성폭행 당할 뻔해 우발적 범행” 주장
경찰 “범행 수법 너무 잔혹해 밝힐 수 없어”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전 남편이 성폭행 하려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우발적 범죄를 주장한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씨가 범행 전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용품 등을 구입하는 CCTV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계획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5월22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등 청소용품을 사는 고유정(오른쪽 위)의 모습이 포착됐다.
5월22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등 청소용품을 사는 고유정(오른쪽 위)의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고씨가 지난 5월22일 오후 11시께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고무장갑, 세숫대야, 베이킹파우더 등 청소 물품을 사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고씨가 구입한 품목을 통해 범행 이후 시신을 훼손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웠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고씨의 휴대전화 검색 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 남편 강모(36)씨를 만나기 전 ‘니코틴 치사량’과 ‘살해 도구’, ‘시신 손괴’, ‘시신 유기’ 등의 내용을 다수 검색한 것을 확인했다. 범행 장소인 펜션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점도 고씨의 계획범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범행을 준비한 정황은 이뿐 아니다. 고씨는 전 남편 강모(36)씨를 만나기로 한 5월25일보다 8일이나 앞선 지난 18일에 본인의 차를 갖고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왔다. 차량에는 시신을 훼손하기 위한 흉기도 미리 준비한 걸로 알려졌다. 

고씨는 5월25일 범행을 저지르고 시신을 훼손한 뒤, 28일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는 도중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걸로 추정되는 봉지를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는 또 가족의 아파트가 있는 경기도 김포에서 시신을 다시 훼손하고 유기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충북 청주시 고씨 자택 인근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발견하고, 6월1일 자택에서 고씨를 긴급체포했다.

계획 범행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고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MBN에 따르면,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 해 수박을 썰다가 흉기로 방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고 6월9일 보도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제주동부경찰 측은 “고씨는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결혼과 이혼, 재혼 등 가정사가 원인이었던 걸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범행 과정에 대해 “사건 내용이 너무 잔혹하고 치밀해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