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보다 비싼 중고차가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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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신차가 4700만원…중고가가 5400만원?
부족한 공급량이 가격 역전 현상 불러…신차 받으려면 10개월 기다려야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중고 시장에서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것. 그 차이는 최고 600여만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량이 이러한 가격 역전 현상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4월24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로비에 전시된 팰리세이드. ⓒ 연합뉴스
4월24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로비에 전시된 팰리세이드. ⓒ 연합뉴스

6월10일 중고차 매매사이트 SK엔카에는 ‘팰리세이드 가솔린 3.8 프레스티지’ 풀옵션 모델이 올라왔다. 올 4월에 제조된 이 차량의 주행거리는 3000km다. 가격은 5400만원. 같은 모델의 풀옵션 신차가(4757만원)와 비교하면 643만원 더 비싸다. 

사이트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192만원 상당의 추가 옵션에 500만원어치의 마켓옵션(2차 시장에서 판매하는 옵션) 등 692만원의 옵션이 더 장착됐다고 한다. 그래도 중고차인 걸 감안하면 가치 하락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모델을 판매 중인 딜러 A씨는 시사저널에 “전 차주(車主)가 원해서 책정된 가격”이라며 “이 같은 옵션의 신차를 구매하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기다리는 시간을 보상해주는 프리미엄이 붙어 5000만원 이상의 중고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A씨는 “보통 팰리세이드 중고 시세가 이 가격대”라며 “이미 구매계약을 하려는 고객이 있다”고 했다. 

같은 모델을 파는 또 다른 딜러 B씨는 4900만원에 차량을 내놓았다. 올 1월 제조됐고 주행거리는 3800km다. 풀옵션임을 고려해도 신차보다 150만원 가량 비싸다. B씨는 “지금 중고시장에 나온 팰리세이드의 가격은 대부분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6월10일 SK엔카에 올라온 5400만원짜리 중고 '팰리세이드 가솔린 3.8 프레스티지’. ⓒ SK엔카 캡처
6월10일 SK엔카에 올라온 5400만원짜리 중고 '팰리세이드 가솔린 3.8 프레스티지’. ⓒ SK엔카 캡처

 

"현대차가 수요 예측 실패해"

실제 신차 시장에서 팰리세이드는 ‘없어서 못 파는’ 모델로 통한다. 6월8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팰리세이드를 계약하고 인도받는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10개월이라고 한다. 구매계약이 체결돼 대기 중인 물량은 4만 여대에 이른다. 6월에 계약하면 내년 1분기 이후에나 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7월부턴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국내 공급량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에 생산을 시작한 수출용 팰리세이드는 총 7325대가 배에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다. 

옵션이 다양한 국산차의 특성이 높은 중고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가양동 중고차 매매업체 ‘오토라인’의 임재환 팀장은 “옵션 선택권이 제한적인 외제차와 달리 팰리세이드 신차는 옵션에 따라 3000만원대 후반에서 5000만원대 초중반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그래서 중고가가 비싸도 옵션이 다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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