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수술 시대 활짝, “환자 85%가 병세 호전”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8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료 효과 약물보다 4배 이상 커, 지난해부터 국민건강보험 혜택도

2014년 당뇨병 판정을 받은 후 혈당 조절 약에 의존해 온 김아무개씨(여·48)는 올해 5월부터 약을 끊었다. 당뇨약을 먹지 않고도 혈당이 당뇨병 기준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5년 전 7.7%이던 당화혈색소 수치는 6.2%로 낮아졌다.

당화혈색소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가 포도당과 결합하면서 당화(糖化)한 것이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액 내에 당이 늘어나므로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진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5.6%까지가 정상이고, 5.7~6.4%는 전당뇨, 6.5% 이상은 당뇨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최근 3~4개월 평균 혈당을 의미한다. 최근 며칠 혈당 관리를 잘해서 일반 혈당 검사로는 ‘정상’ 결과가 나왔더라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으면 당뇨병 판정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공복 혈당과 같은 일반 혈당 검사보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당뇨병 관리의 중요한 지표로 통한다.

당뇨약을 먹지 않는데도 김씨의 혈당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수술 때문이다. 그는 올해 2월 당뇨병 수술(위소매절제술)을 받았다. 박영석 분당서울대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외과)는 “당뇨 수술 효과는 명확하다. 2형 당뇨병 환자의 85%가 수술로 호전된다”며 “일반적으로 수술 후 1년째 29kg, 2년째 35kg의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나면서 체질량지수(BMI)는 수술 2년째에 12.4 정도 떨어진다”며 “당뇨병 환자가 먹던 혈당 조절 약 복용을 중단하고도 당화혈색소가 6%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완전 관해(정상 수준)라고 한다. 당뇨약만 먹고 완전 관해 상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수술을 통해 완전 관해가 된 사례는 많다. 또 당뇨약을 끊고 당화혈색소가 6%를 약간 넘긴 정도나, 인슐린을 투약하던 환자가 인슐린을 끊고 당뇨약만 먹으면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경우까지 합하면 당뇨 수술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5년 후 정상 혈당 유지율 29%

당뇨 수술의 모태는 비만 수술이다. 세계적으로 비만 수술은 40여 년 전 시작됐고, 200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비만 수술을 해 왔다. 비만 수술은 위장의 일부를 잘라내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거나 영양 흡수를 억제하는 치료법이다. 박 교수는 “당뇨 수술은 위장의 일부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많이 하는 당뇨 수술은 위소매절제술이다. 위의 일부를 제거하고 남은 위장의 모양이 소매처럼 생겼다고 해서 위소매절제술이라고 부른다. 위에서 불룩한 윗부분을 제거하는 것인데, 그 부위에는 식욕 유발 호르몬(그렐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많다. 따라서 그 부위를 제거하면 식욕이 줄어들고 위장 용적도 1000~1500cc에서 50~100cc로 작아진다.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들어 비만이 치료된다. 실제로 체중이 112kg에서 수술 1년 후 82kg으로, 2년 후엔 77kg으로 줄어든 사람이 있다. 그 환자의 BMI는 40에서 27.8까지 낮아졌다. 또 소장에서 분비하는 소화 호르몬(인크레틴)이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돕는다. 이 때문에 혈당이 조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수십 년간 비만 수술을 해 오면서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비만 수술을 받은 사람의 혈당이 좋아지거나 당뇨병이 완치되는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약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치료보다 더 효과가 좋은 사례도 제법 나오자 세계 의료계는 비만 수술을 통한 당뇨 치료 효과를 연구했다. 일본의 연구 결과 평균 11.7년 동안 당뇨병을 앓아온 환자 28명의 평균 당화혈색소가 9.4%에서 당뇨 수술 1년 후 평균 6.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당뇨 수술은 거의 정상으로 혈당을 되찾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더 나아가 이런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지가 관건이었다. 수술 5년 후에도 당화혈색소가 6% 이하로 유지되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연구한 결과가 세계적인 의학저널(NEJM)에 실렸다. 당뇨 수술의 한 종류인 위우회술을 받은 당뇨 환자 47명 가운데 11명(23%),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환자 49명 가운데 14명(29%)은 수술 5년 후까지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으로만 혈당을 조절한 사람 중에는 5%(38명 중 2명)만 당화혈색소가 6% 아래로 유지됐다. 수술이 약물 치료보다 4배 이상의 효과를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당뇨병학회는 당뇨 수술을 당뇨병 치료의 표준치료법 중 하나로 인정했다. 당뇨 수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치료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본과 대만도 10년 전부터 당뇨 수술을 인정해 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당뇨 수술의 효과를 인정해 신의료기술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당뇨 수술을 받는 환자는 수술비, 병실료, 검사료 등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면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1000만원대에서 200만원대로 떨어졌다.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지는 비만 수술은 약 500건이고, 이 가운데 약 100건은 당뇨 치료를 겸한 수술이다.

ⓒ freepik
ⓒ freepik

‘당뇨병+비만’ 환자가 주요 수술 대상

그렇다고 모든 당뇨병 환자가 수술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효과가 큰 주요 대상은 당뇨병이 있으면서 비만한 사람이다. 비만한 사람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보다 40배 높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5명은 BMI 25 이상이며, 상당수가 복부비만이다. 복부비만은 ‘당뇨병의 방아쇠’라고 할 만큼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BMI가 25 이상인 사람은 당뇨병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만대사외과학회(IFSO)는 식습관이나 약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고 BMI 27.5 이상인 사람을 당뇨 수술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박 교수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고 비만한 사람 중에서도 나이가 젊을수록, 당뇨병 유병 기간이 짧을수록 수술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당뇨 환자 중에 뚱뚱하지 않은 사람은 수술을 받아도 효과가 없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 다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마른 사람도 수술을 받으면 혈당이 감소한다. 그러나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지가 불분명해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일부 병원은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도 당뇨 수술을 권한다. 아직 장기적인 효과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무분별하게 수술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나이가 많거나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긴 사람도 수술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이아무개씨(여·59)는 2006년 당뇨병 진단을 받아 13년째 인슐린 등 당뇨병 치료제에 의존해 왔다. BMI 32로 뚱뚱한 체형인 그는 올해 4월 당뇨 수술(위우회술)을 받았다. 2006년 당시 8.4였던 당화혈색소는 7.1로 감소했고, 인슐린 투약을 중단했다. 박 교수는 “이 환자는 수술 후 1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인슐린은 끊었지만, 아직 당뇨약 2가지를 먹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당화혈색소가 더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므로 당뇨약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술 효과 예측도 가능

이 수술의 특이한 점은 자신이 수술을 받은 후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술 후 당뇨병 완전 관해(정상)를 예측할 수 있는 ‘ABCD 점수 계산표’가 있다. ABCD는 나이(age), 체질량지수(BMI), C-펩타이드(C-peptide), 당뇨병 유병 기간(Duration score)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에 따른 점수를 더하면 수술 후 예상 관해율(%)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환자가 40세 미만이고, BMI가 42 이상, C-펩타이드가 5 이상, 당뇨병 유병 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수술 후 완전 관해율은 99%가 된다(별도 표 참고). 당뇨 수술 후 혈당이 거의 정상을 되찾을 가능성이 99%인 셈이다. 박 교수는 “당뇨 환자의 고통은 한둘이 아니다. 인슐린을 투약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참아야 하고, 무엇보다 당뇨 합병증 공포와 싸워야 한다. 이 모두를 해결하는 방법이 수술”이라고 말했다. 그는“당뇨 환자는 혈당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만 있다면, 당뇨약을 먹지 않게 된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한다. 자신이 당뇨 환자라면 각 병원의 비만대사센터를 찾아 당뇨 수술에 대해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당뇨 수술은?  

쪾 위소매절제술(섭취제한형)

위를 소매 또는 바나나 모양으로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절제해 식사량을 제한하는 수술

장점  수술 후 장기적으로 영양소 결핍 등의 문제가 잘 생기지 않음

수술 후에도 남은 위로 내시경 검사가 가능해 위암 조기 진단 가능

체질량지수가 높은 경우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합병증이 호전되는 효과가 위우회술만큼 뛰어남

단점  위·식도 역류증 발생 가능

쪾 루와이 위우회술(섭취제한형+흡수억제형)

위를 주머니처럼 작게 절제한 후 소장을 위 주머니 부분과 연결하는 수술

장점  낮은 체질량지수를 지닌 환자에서 2형 당뇨병 개선에 위소매절제술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음

단점  수술 후 일반 위내시경이 불가능하므로 위암 조기 발견이 어려움

위 주머니와 연결한 소장의 경계 부위에 궤양이 생길 수 있음(경계성 궤양)

장기적으로 철, 비타민B12, 엽산, 칼슘 등 미량 원소 결핍이 생길 수 있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