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 1년, 피해 학생은 떠났고 가해 교사는 돌아왔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8 08: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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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학생들은 외친다. “스쿨 미투 죽은 나라”라고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용화여자고등학교는 1년 전 전국에 ‘스쿨 미투’를 번지게 한 ‘발화점’이다. “나는 네 속이 궁금하다” “밤 장사 하러 가니” 등 교사들의 ‘폭력’에 대한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제보가 쏟아졌고, 그해 여름 교사 18명이 사상 초유의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그 후 학교는 주요 가해 교사들을 즉각 내보냈다. 재발 방지에도 애쓰겠다고 강조했다. 봄부터 200일 이상 교실 창문에 가득했던 #MeToo #WithYou 포스트잇도 그해 말 모두 떼어졌다. 학교는 그렇게 사건을 수습해 가는 듯 보였다.

ⓒ 시사저널 이종현·고성준
ⓒ 시사저널 이종현·고성준

“어떻게 학교에 돌아오셨는지 저흰 잘 몰라요”

지난해 혹독한 봄을 겪은 후 사계절도 더 지난 지금, 학교는 정상화됐을까. 1년 전 증인 중 다수는 그사이 졸업해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지난 3월, 가해자로 지목돼 징계를 받은 교사 15명이 신입생들과 함께 교정을 밟았다. 파면·해임·계약해지 등 중징계를 받은 교사 3명을 제외하고 경징계에 그쳤던 나머지가 모두 돌아온 것이다. 가해 교사와 재회한 피해 학생들의 공포감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월10일, 기자가 용화여고를 방문해 만난 복수의 학생들은 이들 교사의 복직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운동장에서 만난 2학년 김가연양(가명)은 “(복직한) 선생님들이 누군지는 알지만, 어떤 징계를 받고 왜 돌아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의 경우 더욱 정보가 없었다. 1학년 이수연양(가명)은 “입학 전 언론 기사를 통해 대강 알고 있는데 그 후 학교에서 충분히 설명해 주진 않았다”고 말했다. 교정에서 마주친 교사들은 복직한 이들에 대한 질문에 일제히 침묵했다. 이날 학교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교육청 지침대로 징계 등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면서 “학교가 정상화하는 중이며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전국 스쿨 미투가 발생한 학교는 6월11일 기준 총 93곳이다. SNS상에 새로운 학교들에 대한 제보가 꾸준히 올라오면서 그 수는 날로 더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용화여고와 같이 징계를 마친 교사들의 복직이 이뤄지는 학교 또한 점점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어떤 사유로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와 교육청 모두 “해당 교사의 사생활과 인사(人事)가 달린 사안”이라며 공개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

“여자는 애 낳는 기계” 등의 발언을 해 지난해 교사 3명을 징계한 경기도 광주 경화여자중학교 역시 지난 3월과 5월 이들을 모두 복직시켰다. 교사 중 1명은 조사 과정에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이들의 복직 후 학교가 취한 행동이라곤 한 차례 교장의 대리 사과 방송이 전부였다. 경기여성단체연합(경기여연) 등 지역 단체에선 즉각 학교와 교육청에 해당 교사들의 경찰 조사 내용과 징계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스쿨 미투 1년의 발화점이 된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 시사저널 구민주
스쿨 미투 1년의 발화점이 된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 시사저널 구민주

교육청 “사법처리 끝나 더 힘쓸 수 없다”

경기여연 반아 활동가는 “학생들은 계속 불안해하는데 학교와 교육청은 안일한 모습만 취하고 있다”며 “우리의 정보 요청에 경기도교육청은 ‘사법적 절차를 거쳐 복직 결정이 났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더 쓸 힘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학교를 모니터링하는 경기 광주시교육지원청 담당자 역시 “학생들에게 교사의 징계 사실을 일일이 알릴 수 없으며 2차 피해가 없게 계속 주시하겠다”는 답변만 전했다. 경화여중은 지역 단체의 성명이 발표된 후인 6월12일에야 지난 5월 복직한 교사 1명의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스쿨 미투가 발생한 학교 대부분은 사립학교다. 이들은 대부분 한 재단에 여러 학교가 소속돼 있다. 그 때문에 직위해제 징계를 받은 가해 교사를 같은 재단에 속한 다른 학교로 슬쩍 발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미투 발생 학교인 충북여자고등학교·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등이 속한 서원재단이 대표적이다. 학생 볼에 뽀뽀를 하는 등 성추행으로 직위해제 징계를 받은 교사 5명이 불과 몇 개월 만에 같은 재단 남학교로 이동했다. 재단 소속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과거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 여러 차례 교육청에 고발했지만 그때마다 별다른 조치 없이 무마돼 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해 교사에 대한 재단과 학교의 노골적 비호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해당 교사에 대한 정보에 ‘깜깜이’인 상태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스쿨 미투가 터진 지난해 서울의 ㄱ중학교 교실 벽면에 미투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다. ⓒ 트위터 캡쳐
스쿨 미투가 터진 지난해 서울의 ㄱ중학교 교실 벽면에 미투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다. ⓒ 트위터 캡쳐

 

가해 교사가 교감 승진…“학생들은 좌절을 배운다”

학교가 교사를 감싸는 동안 용기를 내 부당함을 폭로했던 학생들은 무자비한 2차 피해까지 경험하고 있다. 충남 논산여자상업고등학교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성관계 관련 심리 테스트를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교사 5명이 직위해제 등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선 가해 교사의 처벌 감면을 요구하는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의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이런 식으로 학교를 (바깥에) 알려야 하느냐” “우리 때도 다 그랬다” “지금은 학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며 학교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전국의 이 같은 피해 사실들을 파악하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은 “가해 교사들에 대한 학교의 침묵과 비호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서울에 위치한 정신여고의 경우, 학생들에게 ‘혼전순결’에 대한 왜곡된 발언을 반복해 문제가 된 한문교사가 그 후 오히려 같은 학교 교감으로 승진하는 일도 발생했다. SNS상에선 이에 대한 소속 학생들의 반발이 쏟아졌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누가 학교 먹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이 학교와 어른들의 이런 모습에 좌절부터 배우고 사회로 나가지 않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를 감시해야 할 교육 당국 역시 무책임하긴 매한가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쿨 미투 후 각 시·도교육청은 각각 성평등전담팀, 시민조사관이 속한 위원회 등을 꾸려 스쿨 미투 근절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교육청 산하의 구별 교육지원청에서 보고를 받아 학교 현장을 파악했다면, 3월부터는 교육청 내 전담팀에서 직접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관리해 꼼꼼히 체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활동 내용이 외부와 공유되지 못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시사저널 1548호 “피해 학생보다 가해 교사 보호가 우선인가” 기사 참고)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스쿨 미투’ 키워드를 입력한 결과. 불과 12건의 글이 검색됐다.

교육청 홈페이지서 스쿨미투 관련 정보 찾기 어려워

실제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곧장 스쿨 미투 제보 방법이나 각종 자료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메인화면에는 물론, ‘스쿨 미투’로 검색해 봐도 글 수는 10여 건에 불과하다. 스쿨 미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또한 2명밖에 나오지 않는다.  학생들이 언제든 편하게 스쿨 미투를 제보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만들어 놓겠다고 밝힌 계획이 무색할 만큼, 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시·도교육청들의 경우에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외부에서 요구하는 스쿨 미투 처리 현황에 대해 교육청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재로선 가해 교사들이 현재 어떤 징계 절차를 밟았고 얼마나 학교에 복귀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청 내 스쿨 미투와 관련해 조사·통계 자료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힘들다.

스쿨 미투 운동을 전개해 온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지혜 활동가는 “교육청마다 스쿨 미투 핫라인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편하게 제보하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최소한의 처리 과정조차 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믿고 제보하라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베로니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또한 “학교나 교육청의 지금 태도를 보면 지난 1년 우리 사회에서 과연 스쿨 미투가 뜨겁게 일어났었나 의아할 정도”라며 “피해 학생들이 ‘우리나라는 스쿨 미투 없는 나라’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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