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원가 공개’ 추진…소비자 위한다지만 실상은 달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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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적자 예상되는데, 요금 올리자니 정부는 반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전기요금 원가를 한국전력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적자 행진에 시달리는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까지 차단되자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6월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과 관련한 원가 구성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6월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권 본부장은 “실질적으로 내가 쓰는 전기 용도에 대해 도·소매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내용을 게재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 주택용, 농사용 등으로 나뉘어 매겨진다. 각각의 요금 산정 기준은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반영해 청구서에 요금 구성과 공급원가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전기 독점판매사인 한전이 사실상 ‘마진’을 보여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발표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원가 공개의 배경으로 소비자의 권익에 초점을 맞췄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독일은 전기요금이 정책비용, 송전비용, 발전비용 등으로 얼마가 필요해 청구됐는지 요금명세서에 세세하게 나온다”며 “소비자에게 상세하게 공개하니 요금 불만이 줄어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송보경 E컨슈머 대표는 “지금 전기료나 누진제는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적자 보전을 위한 자충수라는 시각도 있다. 한전은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대로 가면 올해 예상 적자는 작년보다 더 큰 2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월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 적자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건 고려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또 산업부는 지난해 말부터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마련해왔다. 그 결과 6월3일 세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누진제 폐지안’을 선택할 경우 한전이 떠안게 될 부담은 298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적자 행진을 가속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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