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새 역사 쓴 U-20 축구대표팀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7 09: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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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들이 현실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역동성과 도전에 힘입어 우리는 숱한 역경 속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DNA에는 이러한 저력이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의 성취를 통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바탕입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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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이 역사를 썼습니다. 참 자랑스럽습니다. 대단합니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못미더워하며 통제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 믿어도 됩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지능적인 플레이를 소화하는 능력도 수준급입니다. 동료를 배려하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사회적 민주화로 진화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사명감이나 승부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스포츠를 즐길 줄 아는, 그러면서도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춘 새 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눈부신 선방을 해 ‘빛광연’이라는 별명을 얻은 골키퍼 이광연은 “우리는 여기까지 올 줄 알았다. 준비를 잘했고, 모두가 다 한 팀이라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정정용 감독부터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그야말로 하나가 된 것이 새 역사를 쓴 힘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기까지는 신뢰가 바탕이 됐습니다. 감독은 선수를 믿었고 선수는 감독을 믿었습니다. 또 선수는 동료를 믿었습니다. 다 생각이 다를 텐데 목표 앞에서 하모니를 이루어 경기를 연주했습니다. 참 멋진 모습입니다.

따지고 보면 스포츠는 우리 국민이 힘들 때마다 용기를 주었습니다. 멀리 손기정 선수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외환위기 때의 박세리·박찬호 선수가 떠오릅니다. 박세리 선수는 신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는 투혼을 보여주며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해 국민에게 희망을 줬습니다.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했던 박찬호 선수는 경기 때마다 국민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며 시름을 잊게 해 줬습니다. 그 시절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두 사람은 국민에게 위안을 주고 웃음을 줬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U-20 축구대표팀의 쾌거는 경제적 어려움과 갈등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한 줄기 시원한 바람과 같습니다.

우리 사회 다른 분야는 왜 U-20 축구대표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은 차이를 큰 다름으로 만들어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공통점을 찾기보다 차이점을 찾으려는 갈등 사회가 현주소입니다. 특히 정치가 그렇습니다. 올 들어 국회 입법활동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여야가 서로를 믿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기보다 서로를 공격하기에 바쁩니다. 경제난은 가중되고 있고 국제 정세의 흐름은 날로 심상치 않습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도 시원찮을 판에 자리에 마주 앉지도 않으니 나라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여야는 당장 만나서 현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U-20 축구대표팀에게 박수만 칠 게 아니라 행동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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