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왜 ‘희토류’가 등장할까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4 08: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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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전략적 자산’으로 키운 中 vs 中 의존도 낮추기 나선 ‘서방’

미국과 무역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 매장량과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 제한을 대미 보복 수단으로 검토 중이다. 5월2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희토류 매장지를 방문해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밝힌 이후 중국 정부는 희토류 규제에 관한 회의를 세 차례 개최했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벌어진 어선 나포에 대응해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이후 9년 만에 희토류가 다시 국제분쟁의 보복 수단으로 등장하는 걸까.

희토류(rare earth·稀土類)는 ‘희귀한 흙’이라는 명칭과 달리 양 자체가 적지는 않다. 지구에 매장된 전체 희토류 양은 구리나 은 정도로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채굴에 적합한 수준으로 농축된 광상(채굴의 대상이 되는 곳)은 특정지역에 분포해 희귀자원으로 분류된다.

희토류는 크게 중(重)희토류(원자번호 63~71)와 경(輕)희토류(원자번호 57~62)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중희토류는 경희토류에 비해 매장량이 매우 적고 가격이 비싸다. 희토류는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전자제품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에 포함되는 모터의 필수부품인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데 전체 희토류의 약 30%가 사용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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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석유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 있다”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약 1억200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인 4400만 톤이 중국에 매장돼 있다. 생산량 역시 2017년 기준 연간 12만 톤으로 2위 호주(2만 톤), 3위 미국(1만5000톤) 등을 비롯해 2~10위 국가 생산량을 모두 합한 4만7600톤보다도 훨씬 많다.

중국이 현재와 같은 희토류의 절대강자가 된 이유는 많은 매장량과 더불어 1980년대부터 전략적으로 희토류를 국가 전략자원으로 다뤄왔기 때문이다. 1986년 중화인민공화국광산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국가고기술연구발전계획(외국 기술에 대한 재정적 의무에서 독립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고급 기술 발전을 장려할 목적으로 중국 정부가 투자·관리한 계획)을 통해 희토류 자원 개발과 관련된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나섰다.

1992년 덩샤오핑이 남방을 순회하면서 개혁·개방을 촉구한 일련의 연설 즉, ‘남순강화’를 통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희토류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등장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희토공업발전계획’과 ‘희토산업발전정책’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희토류 업체의 대형화, 생산량 통제 및 수출 쿼터 정책을 포함한 관리강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 패스’를 보유한 미국 정유업체 유노컬과 세계 3위 희토류 매장량의 호주 ‘마운트 웰드’ 광산을 보유한 호주 업체 라이너스 인수를 2005년과 2009년 시도했다. 해외 희토류 자원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시도한 것이다. 당시 인수 시도는 모두 중국의 과도한 투자에 대한 우려로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중국이 희토류 시장를 석권하는 데 환경오염에 대한 낮은 인식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희토류는 채굴 후 추출 및 분리 과정에서 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데, 1톤의 희토류 추출 과정에서 황산이 포함된 6300만 리터의 독성가스, 20만 리터의 산성 폐수, 1.4톤의 방사성 물질 함유 폐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대규모 환경오염을 감내하면서 희토류 생산과 처리를 독려해 희토류 시장을 석권하게 됐다.

중국의 희토류 장악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를 목격한 후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환경문제로 폐쇄됐던 마운틴 패스 광산을 재가동하기 위해 2008년 몰리코프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마운틴 패스에서 채굴된 희토류는 환경오염을 우려해 모두 중국으로 보내져 가공됐기 때문에 관련 기술은 미국 내에 축적되지 못했다. 희토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이뤄진 과도한 투자로 인해 2015년 몰리코프사는 파산했다. 결국 희토류 정련 기술을 보유한 중국 업체인 성허자원이 참여하는 헤지펀드 컨소시엄이 마운틴 패스를 인수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의 정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미국 내에서 본격적으로 정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업체의 기술이 미국의 희토류 산업 부활에 기여하는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세계 2위 희토류 생산국가인 호주 역시 환경문제로 마운트 웰드 광산에서 캐낸 희토류 원광을 4000km 떨어진 말레이시아 동부 콴탄에 위치한 제련소로 옮겨 처리하고 있다. 마운트 웰드 광산과 콴탄 제련소를 보유한 호주 업체 라이나스는 최근 미국 화학회사 블루라인과 합작해 텍사스에 새로운 희토류 정련시설을 건설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2위, 3위 희토류 생산 국가들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2009년 희토류 대일 수출 제한으로 타격을 입었던 일본의 경우 조달처 다양화와 더불어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기술 개발에 주력 중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업체들은 최근 영구자석 전기모터 생산에 희토류 사용량을 대폭 감소시킨 새로운 모델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또한 태평양 해저 5000m에서 희토류 생산을 위한 탐사와 시험채굴에 착수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11년 광물자원공사와 조달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희토류를 포함한 희유금속 비축기지를 군산에 건설해 관련 자원의 비축에 나서고 있다.

 

아프지만 결정적이진 않은 보복 수단

이렇듯 중국은 지난 40년간 막대한 투자와 환경오염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감내하면서 희토류 생산에 노력했으며, 그 결과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2010년 지나치게 성급하게 드러냄으로써 각국의 경계심을 촉발시켰고 중국의 금수조치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촉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라 중국이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더라도 9년 전과 달리 일부 혼란과 어려움은 있겠지만 중국과의 대립을 포기하도록 만들 만큼의 위력은 상실했다고 여겨진다. 뚜렷한 보복 수단이 마땅치 않은 중국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미·중 무역분쟁에 대응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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