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광양제철소, 유독성 폐기물 방치 의혹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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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공장 도로 옆·주차장에 폐인산 수백 톤 쌓여 있어
악취 제보 이어져, 포스코측은 "재활용 할 물질" 해명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유독성 폐기물 수백 톤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폐기물에는 인산, 황산, 리튬 등 각종 화학·금속 물질이 녹아 있다. 그러나 광양제철소 안 리튬공장에는 이 폐기물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 버젓이 쌓여 있다. 심지어 주차장에도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 폐기물에서는 심한 악취가 나는데, 인산을 흡입하면 목이 쉬거나 호흡곤란, 심한 경우 폐부종이 발생한다.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인명사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측은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 할 물질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안 리튬공장에 유독성 폐기물 수백톤이 방치돼 있다. ⓒ시사저널
포스코 광양제철소 안 리튬공장에 유독성 폐기물 수백톤이 방치돼 있다. ⓒ시사저널

리튬은 포스코의 차세대 역점 사업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7년 광양제철소에 리튬생산공장(PosLX)을 건설했다. 포스코는 지난 4월말 “리튬 생산량이 작년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1000톤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 리튬공장 옆 도로에는 폐기물이 들어있는 IBC탱크가 빼곡히 쌓여 있다. 눈으로 어림잡아도 150~200개가량의 탱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탱크의 용량은 1루베(1㎥)로, 약 1톤가량의 폐기물이 들어간다. 즉, 150~200톤의 폐기물이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 도로는 일반 차와 보행자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일반도로다. 공장과 도로의 거리는 30~40m에 불과하다. 리튬공장 노동자는 물론 이 도로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폐기물 탱크는 주차장에도 쌓여 있다. 주차장은 공장에서 10m가량 떨어져 있다. 도로와 주차장에서는 역한 냄새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수백통의 폐기물 탱크…“악취 때문에 머리 아프다”

이 폐기물은 인산리튬에 황산을 넣어 황산리튬을 만드는 공정에서 생성된다. 폐기물에는 화학반응 후 남은 인산과 황산, 리튬 등이 들어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불순물들이 섞여 있다. 포스코가 특허 등록한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제조공정’에 따르면, 인산리튬에는 Li+(리튬이온), Na+(나트륨이온), K+(칼륨이온), Ca2+(칼슘이온), Mg2+(마그네슘이온), Cl-(염화이온), SO42-(황산이온) 등의 불순물이 들어있다. 

IBC탱크를 보면 짙은 녹색의 액체에 하얀색 가루가 침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리튬공장 관계자는 “가라앉아 있는 것은 리튬 찌꺼기다. 액체에는 주로 인산이 녹아 있다”면서 “인산은 무색무취다. 그러나 황산과 화학작용을 거치고 다양한 불순물이 섞이면서 색깔도 짙은 녹색으로 변했고, 악취도 풍기는 것이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악취가 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제조공정’에서 “인산리튬을 황산에 용해시키면 화학적 반응에 의해 고농도의 황산리튬이 생성됨과 동시에 부산물로 인산이 생성된다”면서 “인산은 환경유해 물질인 인(P)을 포함하는 물질”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산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환경측정 대상물질, 관리대상 유해물질, 노출기준 설정물질에 해당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 “(인산을) 흡입한 경우 심한 노출 시 목이 쉬고 호흡곤란, 심한 경우 폐부종이 발생한다. 경구 섭취로 구토, 복통, 출혈성 설사, 식도 및 위의 자극 또는 화상이 보고된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인산의 경우, 추가 작업을 통해 재활용 한다”면서 “폐기물이 아닌 다른 공정에서 다시 사용할 물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리튬공장 관계자는 “폐기물을 저장하는 20루베 규모의 탱크가 있다. 그러나 이 탱크는 이미 오래 전에 가득 찼다. 하루에 4~7통의 IBC탱크(1루베)를 채울 만큼의 폐기물이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지금까지 재활용이 안됐기 때문에 폐기물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이 됐다면 폐기물이 도로나 주차장에까지 쌓여 있겠는가. 앞으로도 폐기물은 계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관계자는 “광양제철소 리튬공장은 정식 설비가 아닌 시험 단계인 파일럿 플랜트(PP)다”면서 “리튬 생산에 대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리튬공장이 정식설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활용 설비 역시 완비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연합뉴스
포스코 광양제철소 ⓒ연합뉴스

“처리 설비 미비...폐기물 계속 쌓일 것”

리튬공장에서는 해당 폐기물을 ‘폐인산’이라고 통칭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박사들에게 리튬 공정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부터 '폐인산'이라고 배운다"면서 "공장에는 '폐인산 저장소'라는 표지판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관리·감독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그밖의 폐산(폐인산)’으로 신고한 사항이 있다”면서 “‘그밖의 폐산’은 지정폐기물로, 보관·운송·처리를 할 때 법적 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지정폐기물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시멘트·아스팔트 등의 재료로 바닥이 포장되고 지붕과 벽면을 갖춘 보관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또한 보관 개시일부터 45일을 초과해 보관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포스코 리튬공장의 폐인산은 오랜 기간 길거리에 방치돼 있다.

광양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는 황산을 포함한 각종 화학재료를 섞어 리튬을 만드는데, 이때 화학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리튬공장의 운영 실태는 관계자들 외엔 아무도 모른다. 포스코가 그토록 자신 있어 하는 사업이라면, 환경적인 부분만이라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라남도는 지난 4월말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책임을 물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연합뉴스
전라남도는 지난 4월말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책임을 물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연합뉴스

“탱크, 배관에서 유출”

현장에서는 “리튬공장의 설비가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 중에 금속·화학 물질이 빈번하게 유출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포스코 리튬공장의 실태를 보여주는 내부문서를 단독 입수했다. 포스코 리튬공장은 지난해 7월, 여수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위반에 따른 벌금 480만 원을 통지 받았다. 이에 따라 “PosLX공장 ○○○”은 2018년 7월6일 “사실관계 내용 증명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는 공장설비가 전체적으로 불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PosLX공장은 POSCO에서 독자, 최초 개발한 리튬추출(생산) 공정으로서 Demo Plant(시험 설비)를 광양제철소 내에 신설하여 공정조건 튜닝 및 양산대비 Test Bed(시험장)로서의 조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며, 설비에 대한 강건성·조업 조건이 완전히 안정화돼 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상황임. 이러한 상황에서 비록 공장 준공은 하였으나 여전히 시험조업 성격의 조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예기치 못하게 물질이 탱크나 배관을 통해 leak(유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 문서는 유해화학 물질인 황산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황산이 물 접촉 금지대상 물질인 것은 인지하고 유출 발생 시 즉시 제거 또는 처리 등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관리기준에 따라 관리하고 있으나 환경청 기준에는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었음. 3차 점검(7월4일) 후 즉시 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물기제거 작업과 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환경부의 폐기물 유해성 정보자료에 따르면, 폐황산은 물과 접촉하면 폭발과 화재의 위험이 있으며, 가열할 경우 독성 가스를 발생하고 금속성 분진과 강렬하게 반응해 가연성 수소가스를 배출한다. 폐황산이 눈과 피부에 닿으면 화상 등 심한 손상을 일으키고, 흡입하면 독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최근 환경오염 문제와 인명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 6월1일, 광양제철소 포스넵(PosNEP)공장에서 수소가스 폭발사고로 탱크 상부에서 배관 해체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번 사고는 포스코가 기본적인 안전점검과 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을 시켜 일어난 중대재해”라며 “노동자 목숨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전라남도는 지난 4월말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책임을 물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광양만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포스코가 6월18일 행정청문을 통해 전라남도의 행정권이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과 지역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해온 포스코의 환경 갑질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라남도는 포스코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포스코의 오염물질 배출문제에 대한 환경인식은 전라남도의 느슨한 관리 때문이라는 비판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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