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5명 중 1명, 만성폐쇄성폐질환·천식 의심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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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매일 기침·가래 호소···그중 62% 미세먼지 심한 날 더 악화

미세먼지에 노출이 많은 택시기사 5명 중 1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 등 폐 질환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50대 이상 택시기사 159명을 대상으로 호흡기내과 전문의 진료, 흉부 X-선 검사, 폐 기능 검사,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17.6%(28명)에서 폐 질환 의심 소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 28명 중 11명인 39.2%는 COPD가 의심됐다. 천식과 폐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된 택시기사도 각각 4명(14.3%)으로 나타났다. COPD는 담배, 먼지, 가스 등의 원인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파괴되고 기관지 끝인 폐포가 망가지면서 서서히 폐 기능이 떨어져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병이다. 한번 발병하면 증상이 오랜 기간에 거쳐 점점 심해져 사망에 이를 수 있으나, 폐 기능이 상당히 손실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 및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호흡기 검사와 함께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택시기사 159명 중 65%(103명)는 평소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4명(62%)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한 택시기사가 폐 기능 검사와 흉부 X-선 검사를 확인하며 진료 상담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한 택시기사가 폐 기능 검사와 흉부 X-선 검사를 확인하며 진료 상담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159명 중 112명의 택시기사는 현재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한 적이 있는데, 이 중 71명(63.4%)이 평소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고, 이 중 44명(62%)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호흡기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답했다.

한 번도 흡연을 한 적이 없는 비흡연자 47명 중에도 평소에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답한 택시기사가 32명(68%)이었으며, 이 중 20명(62.5%)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호흡기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답해 흡연자과 비흡연자 간의 증상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15년 택시운전 경력의 정아무개씨(65)는 “한 번도 흡연을 한 적이 없지만 기침이나 가래가 평소에도 있고, 특히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목이 간질거리고 기침이 계속 나면서 숨쉬기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평소에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없는 택시기사 56명 중에도 11명(20%)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숨이 차거나, 가래가 나오고, 기침이 나오는 등 호흡기증상이 나타난다고 답했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운전해야 하는 택시기사는 미세먼지로 인한 폐 질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며 “평소 심호흡, 상체 근력운동,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호흡근육을 강화하고, 오래 지속되는 감기나 만성기침 등을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과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검사에 참여한 한편 50세 이상 택시기사 159명(남 157명, 여 2명)의 평균 나이는 66.2세,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이다. 주당 근무 일수는 4~5일, 일일 근무시간은 10~12시간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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