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매일매일이 절박한 경쟁이다”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2 16: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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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새 역사 써가는 메이저리그 15년 차…화려함보단 꾸준함의 자부심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도 아니다.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타자도 아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15년 차를 보내고 있는 추신수는 분명히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그 어느 코리안 선수들보다 꾸준하고 알찬 성적을 보인 선수로 하루하루 새 역사를 써나가고€있다.€

그렇다고 추신수가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의 주요 타이틀 관련 성적을 보면,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MVP 투표 14위,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MVP 투표 12위, 그리고 작년 첫 올스타 선정 등이 고작이다. ‘이달의 선수’에 2번, ‘금주의 선수’에 각각 2번씩 선정된 적은 있지만, 시즌 전체에 연관된 수상은 아니었다. 본인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출루율은 통산 6번€리그에서 10위권 내에 들었는데, 2013년 2위가 가장 높은 순위로 타이틀을 따내진 못했다. 흥미롭게도 몸 맞은 공은 통산 142개로 현역 1위에 올라 있다. 2013년 26번으로 가장 많이 맞았고, 올해도 10번으로 현재 1위다.

ⓒ AFP 연합
ⓒ AFP 연합

FA 최고 몸값에 “그렇게 대단한 선수였어?”

이런 선수가 2014 시즌을 앞두고 현재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과거 박찬호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기록(5년간 6500만 달러)을 훌쩍 뛰어넘었을 때 오히려 국내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선수였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걸어온 길은 ‘꾸준함’ 그 자체다. 2019년 6월18일 현재, 통산 1535경기에 출장해 타율€0.277, 201홈런, 737타점, 906득점, 141개 도루를 만들어냈고, 출루율은 0.379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공격 지표인 OPS는 0.829에 달한다. 통산 출루율은 현역 9위에 올라 있고,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공격 부문은 40.7로 14위를 기록 중이다. 손과 손목이 골절되어 장기 결장했던 2011년과 2016년을 제외하면 매년 최소한 123경기 이상 뛰었으며, 그중 7번은 최소한 144경기에 출장했다.€

그가 올 시즌 더 돋보이는 이유는 나이와 걸맞지 않게 나타나는 좋은 성적이다. 다음 달이면 만 37세가 되는 추신수는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속한 아메리칸리그에서 8번째로 많은 나이다. 한창 활동할 일반인과는 다르게 프로야구 선수에게 이 정도 나이면 환갑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나이다. 신체의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는 단순한 법칙을 들먹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기량 쇠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계의 상식이다. 그런데 올 시즌 성적은 놀랍다. 일단 6월18일까지 타율은 0.285로 25위다. 홈런 12개는 공동 32위, 51득점은 5위에 랭크되어 있다. 0.386의 출루율은 9위며, 0.900 OPS는 12위다. 18개의 2루타는 공동 7위다. 두드러지진 않지만 고른 성적이다.

그런데 추신수의 나이를 감안해 만 35세 이상 선수로 한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율 면에서는 미겔 카브레라에 이어 2위며, 홈런 부문€4위, 득점€1위, 출루율 1위, OPS 1위, 2루타 역시 1위에 올라 있다. 타율·홈런·득점 부문에서 그보다 성적이 앞선 선수 중 나이가 더 많은 선수는 39살의 넬슨 크루즈(미네소타 트윈스)밖에 없다.€

소걸음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은 그는 올 시즌 통산 1500안타를 시작으로 아시아 선수론 최초로 200홈런 고지에 도달했으며, 총루타수도 2500루타를 넘어섰다. 이렇듯 꾸준함의 산물인 통산 기록에서 하나둘씩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있는 추신수. 필자는 전화통화로 이런 기록들에 대한 그의 소감을€들어봤다.

 

새로운 기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은퇴하기 전 가장 이루고 싶은 기록은 무엇인가.

(망설임 없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당연히 크건 작건 목표의식이 있을 텐데, 기록 욕심이 없단 말인가.

“지금까지 쌓아온 기록을 바라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어떤 기록을 꼭 세워야 한다, 혹은 이 기록이 탐난다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별히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단 한 경기라도 뛰고 싶었다. 그만큼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덧 15년이 훌쩍 흐르니 지금까지 뛰는 것이 덤이란 생각이 든다. 오래 뛰었기 때문에 쌓인 기록들이니 소중하지만, 특별하게 더 욕심나는 기록이라든가 상이라든가, 그런€점은 없다.”

젊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나.

“젊었을 때는 어떤 기록에 신경을 쓰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이제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굳이 욕심이란 말보다는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구장에 나가나.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웃음). 지금껏 뛴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서 그런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러면서 매일매일이 절박한 경쟁이다. 팀 내의 거의 모든 선수가 20대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을 동료로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만, 내가 고액 연봉자고 고참이라고 해서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건 용납될 수 없다. 이제 와서 터득한 것은 그날 하루하루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다.”

 

올 시즌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8.2세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야수들의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는 팀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단 한 팀으로 30.2세다. 이들조차 추신수의 나이보다 7살가량 젊다.€

추신수는 시즌 전 약 50일 정도 지속하는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동안 팀 휴식일을 제외하고 지난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새벽 4시 반 출근을 어긴 적이 없다. 이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을 텐데 굳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갈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도 해 봤지만 지금 와서 멈추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다”는 담담한 답변이 돌아왔다.

20년간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로 뛰고 통산 타율 0.310, 260홈런을 기록하고 14번의 올스타와 5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슈퍼스타 출신인 데릭 지터는 은퇴를 하며 이런 소회를 밝혔다. “나 자신의 커리어가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함은 자부심을 갖게 한다.”€이런 자부심은 비단 지터에게만 통용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꾸준함의 진수로 오늘도 하루하루에 집중하는 추신수 역시 이런 자부심을 충분히 느껴도 되는 선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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