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 사망 위험 높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5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분 운동’, 당뇨 50%·심부전 36%·유방암 25% 발병률 낮춰

‘하루 30분씩, 일주일 5일 운동’은 건강 유지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증명됐다. ‘30분 운동’으로 예방 가능한 대표적인 질병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암 등이다. 동재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질병들은 신장병,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므로 운동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지 짐작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30분 운동’을 하면 심장질환 위험은 10~20% 감소한다.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 5명 중 1명을 살리는 셈이다.  또 뼈의 강도를 좋게 만들기 때문에 골다공증 발생 시기를 늦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뇨병은 유산소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으로도 예방률이 높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과 덴마크 남부대 공동 연구팀이 1990~2008년 3만2000여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확인됐다. 걷기·조깅·테니스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5일 실천한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50%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산소운동과 관계없이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5일 근력 운동을 한 사람은 당뇨 발병 위험이 34% 낮았다. 연구팀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59%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심부전 위험이 최대 3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심부전은 완치가 어려워 전 세계적으로 여성 환자의 절반, 남성 환자의 35%가 5년 내 사망한다. 유승호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2011~14년 건강검진에서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은 5만7449명을 대상으로 평상시 신체활동량과 심부전 위험요인인 ‘좌심실 이완장애’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좌심실 이완장애는 혈액을 받아야 하는 좌심실의 확장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 freepik
ⓒ freepik

8시간 앉아 지낸 사람, 고강도 운동 필요 

연구진이 고강도 운동 그룹, 중강도 운동 그룹, 비신체활동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신체활동이 많을수록 유병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강도 그룹과 중강도 그룹의 발병 위험도는 비신체활동 그룹보다 각각 36%, 16% 낮았다. 유승호 교수는 “장기간의 지구력 운동은 심장 기능을 향상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좌심실 이완장애 이전 단계부터 예방이 필요한 만큼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수록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높고 수명도 짧다. 이를 상쇄하는 방법이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심장질환과 암이 없는 45세 이상 호주인 14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9년 동안 관찰했다. 이 기간 8700여 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1600여 명은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8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면서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4시간 이하로 앉아 있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52% 높았다. 

하루 8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이 하루 30분 중강도 운동을 하면 사망 위험을 낮출 수는 있지만, 건강상 폐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이들은 더 강도가 높은 운동을 오랜 시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엠마누엘 스타마타키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걷기, 집안일, 정원 가꾸기 등 보통 강도의 운동을 하루에 30분 이상 꾸준히 한 사람은 앉아 있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건강상 폐해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상자들의 나이와 체중, 흡연 여부, 식습관 등 건강에 미치는 다른 요인을 고려해도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사망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30분 운동’, 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 등 예방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체 암의 3분의 1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예방 가능한 암도 3분의 1이나 되는데, 중요한 예방법이 운동이다. 운동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고 면역기능을 향상시켜 일부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통해 운동의 예방 효과가 가장 강력하게 나타난 암은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난소암, 방광암, 피부암, 식도암 등이다.  

WHO와 국제암퇴치연맹(UICC)은 2011년 일주일 150분 이상 운동으로 유방암과 대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WHO와 UICC의 암 전문가들은 의학적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운동을 통해 유방암과 대장암의 25%를 예방할 수 있으며 다른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WHO의 팀 암스트롱 박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운동량은 최소한 일주일에 150분”이라며 “이는 일주일에 5일 동안 30분씩 걷는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이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운동량”이라고 말했다.

2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14년 동안 조사한 노르웨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분 운동’으로 유방암 발생률이 37% 줄었다. 점차 늘어나는 자궁내막암의 발병 위험률을 2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이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자궁암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신체활동 부족, 체력 저하가 자궁내막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세계암연구기금(WCRF) 보고서에 따르면 신체활동을 통해 예방 가능한 암은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이다. 낮은 강도의 신체활동 대비 높은 강도의 신체활동을 하는 경우 대장암 위험 20%, 폐경 후 유방암 13%, 자궁내막암 27%, 폐경 전 유방암 7% 정도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암에 걸렸더라도 평소 운동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뉴욕 로즈웰 파크 암센터 연구팀이 초기부터 말기까지 여러 병기의 암환자 5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암 진단 전후 주 3~4회 운동을 한 환자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소 전혀 운동하지 않다가 암 진단 이후부터 운동을 시작한 환자도 사망률이 25~28% 낮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운동을 한 환자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  

세계적인 병원 메이요 클리닉이 밝힌  
‘운동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5가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은 이미 10년 전에 하루 30분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을 지목한 바 있다. 당뇨, 심장병, 뇌졸중, 암, 우울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 병원에 따르면 꾸준한 운동으로 혈당을 내리고 혈압도 5~10mmHg 낮출 수 있다. 혈압약을 먹는 고혈압 환자도 꾸준한 운동으로 약을 끊거나 줄일 수 있다. 운동은 ‘좋은 콜레스테롤(HDL)’ 농도를 높여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제거함으로써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예방한다. 운동은 면역력을 높여 일부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특히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등은 운동으로 예방 가능한 암이다. 꾸준한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울증과 불안을 예방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