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윤석열①] 靑-尹의 ‘계약동거’ 성공할까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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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카드’로 국정동력·검찰개혁 노려…“檢亂 가능성 상존” 지적도

‘기-승-전-윤석열’이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6월17일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 이로써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청와대는 윤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코드인사, 검찰 흔들기(기수 파괴)라는 예견된 비판을 기꺼이 감수했다. 청와대가 윤 후보자에게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무마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자에 대한 검찰 안팎의 평가는 ‘천생 검사’다. “이마에 ‘나는 검사’라고 써붙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 지상주의자’라고까지 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윤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반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것이다.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윤 후보자가 반기를 들 경우, 문재인 정부가 입을 상처는 결코 만만치 않다. 자칫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윤 후보자 간 교감설 내지는 밀약설이 나돈다. 윤 후보자가 검찰개혁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보장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와 윤 후보자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6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6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윤석열 통해 인적 쇄신 노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제1 국정과제로 삼았다. 적폐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맡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폐의 대상에는 검찰도 포함된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청와대는 이 적임자로 윤 후보자를 선택했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에 오르면서 현 정부 적폐청산의 선봉에 섰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적폐청산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했다. 윤석열은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좌천됐던 인물이 화려하게 복귀해 적폐를 척결한다’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형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윤 후보자에게 더 큰 중책을 맡길 수 있는 명분이 조성됐다. 청와대는 윤석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다음 타깃은 검찰이었다. 2017년 5월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윤 후보자를 임명했다. 검찰은 발칵 뒤집어졌다.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이제 막 지검장이 된 윤 후보자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설마설마했는데…”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칼을 뽑아들었다. 윤석열 지검장의 윗 기수는 모두 옷을 벗기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윤 후보자를 검찰 내 인적 쇄신을 이룰 수 있는 카드로 활용했다. 당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적폐청산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개혁을 안 할 수도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검찰 수뇌부를 차지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와는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물갈이로 혼란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적폐’를 껴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날 이창재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가 동시에 옷을 벗었다. 인적 쇄신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고위직 인사도 단행됐다. 법무부가 그해 8월1일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간부 36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 한직으로 밀려났던 인물들이 중용됐고, 호남 출신들이 대거 약진했다.

윤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명은 인적 쇄신의 마침표가 됐다. 사법연수원 23기인 윤 후보자의 선배들인 19~22기의 줄사퇴 및 2선 후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봉욱 대검 차장(19기)이 6월20일 가장 먼저 사표를 제출했다.

2013년 10월2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2013년 10월21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윤석열, 검찰개혁안 이미 받아들였을 것”

인적 쇄신 다음은 제도적 개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공수처 신설에 관한 법안은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상정됐다. 그러나 검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수장인 문무일 총장이 임기를 불과 2개월여 남기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윤 후보자의 ‘검찰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윤 후보자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던 검찰 관계자는 “(윤 후보자는) 한마디로 ‘검사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 검사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면서 “(윤 후보자는) 검찰 옷을 벗으면 변호사를 하지도 못할 것이다. 2002년에 잠시 변호사 개업을 했었는데 얼마 못 가 다시 돌아왔다. 검찰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다. 나쁘게 말하면 검찰 지상주의자”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도 윤 후보자가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데 반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 ‘강골’로 통하는 윤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를 들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사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윤 후보자가 문무일 총장처럼 조직보위에 나서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이 때문에 내정 직전까지 여권 내부에서도 윤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기류가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후보자의 임명이 갑자기 정해진 것이 아닌 만큼 검찰개혁안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윤 후보자가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검찰총장 검증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윤 후보자가 검찰개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인사검증에 동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사검증은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개혁안에 대한 찬성 여부가 차기 검찰총장 임명의 첫 번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검찰개혁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받았을 가능성”

윤 후보자는 대형 비리를 전담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수사가 외풍에 흔들리는 것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2013년 항명파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윤 후보자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당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고, 국정감사에서 외압을 폭로했다. 당시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 후보자가 청와대의 검찰개혁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구조개혁안도 특수수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지난 2017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수사했다. 이때도 기소 직전까지 관련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윤 후보자는 하명수사를 결코 받아들일 스타일이 아니다. 청와대로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문재인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후보자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를 겨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가장 원하는 바다. 권력에 휘둘린 검찰에 의해서 가장 상처를 입은 사람이 문 대통령 아니겠는가”라면서 “윤 후보자가 낙점된 이유는 단 하나다. 권력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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