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인터뷰④] 37년 만의 귀국…구속 수감으로 가족들 상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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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주년 특별기획 - 대한민국, 길을 묻다(22)]경계인’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교수

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①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⑫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⑬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⑭이종찬 전 국회의원 ⑮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⑯박관용 전 국회의장 ⑰송기인 신부 ⑱차일석 전 서울시 부시장 ⑲임권택 감독 ⑳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21 이문열 작가 22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교수

2004년 3월10일 국회 앞 인도에서 송두율 교수 가족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04년 3월10일 국회 앞 인도에서 송두율 교수 가족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03년 9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청으로 37년 만에 귀국길에 오른 송두율 교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국가보안법’이었다. 송 교수 귀국 전 국가정보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송 교수를 체포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급받았다고 발표했다.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는 귀국을 강행했다. 독일에서 만난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돌아간 고국은 그에게 ‘해방 이후 최대 간첩’ ‘조선노동당 서열 23위의 김철수’라는 올가미를 씌었다.

노무현 정부의 안보관을 문제 삼은 보수언론은 야당과 합세해 총공세에 나섰다. 결국 구속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김형태·송호창·진선미·이정희·최병모 변호사 등 60명이 넘는 대규모 변호인단이 결성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구명운동이 일었다. 스승인 위르겐 하버마스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작가 귄터 그라스, 리하르트 본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 노엄 촘스키 등이 송 교수 석방을 요구했다. 9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고 풀려난 그는 독일로 돌아갔다.

이 일은 송 교수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됐다. 지금도 송 교수 부인은 그의 한국 방문에 부정적이다. 송 교수는 “두 아들 모두 당시 광기의 한국 사회에 너무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진보단체들은 여러 차례 송 교수를 초청하고 있지만, 가족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수감’이라는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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