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목선 사건 ‘축소‧은폐 논란’ 키우는 3가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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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사건 파악‧해명에 확대되는 의혹…청와대로 쏠리는 눈

북한 배가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축소‧은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응이 안이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축소‧은폐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어떤 의혹들이 사건 은폐 논란에 불을 지폈을까.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해금강 앞바다에서 북한 어선들이 조업하는 모습 ⓒ 연합뉴스 /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해금강 앞바다에서 북한 어선들이 조업하는 모습 ⓒ 연합뉴스 /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건 당일 19분 만에 보고 끝났는데 이틀 지나서야 발표한 군

북한 목선 사건과 관련한 은폐 논란은 6월17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촉발됐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후 이틀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입을 뗐다. 게다가 국방부는 북한 목선의 출항지와 발견지점 등 중요 부분에서 사실 관계를 틀리게 발표했다.

문제는 국방부가 맞는 정보를 알고도 다르게 발표한 정황이 드러났단 점이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해해양경찰서는 사건 당일인 6월15일 오전 6시54분 삼척항 내에서 북한어선이 정박해 있다는 내용을 해군 1함대사령부에 보고했다. 이후 관련 보고서는 19분 만에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군 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 청와대 국정상황실 및 총리실, 국정원, 통일부 등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가 해결 발표를 인지했음에도 고의로 은폐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방부가 해경 발표를 알고도 숨겼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 대변인은 “국방부 보도에 보면 ‘해경 발표를 미처 알지 못했다’라는 국방부의 말이 나온다”며 “국방부에서는 ‘해경에서 발표가 이미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해명했다. 

6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북한 어선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6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북한 어선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왜 삼척항 ‘방파제’ 아닌 ‘인근’이라 발표했나

특히 국방부가 북한어선 발견지점을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한 데 대한 논란이 커졌다. 해경은 사건 당일 북한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상태로 주민들에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때문에 국방부가 ‘삼척항 내’를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하면서, 마치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던 배를 군이 발견해 끌고 온 것처럼 해석되길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외에도 북한 어선에 GPS가 있었음에도 국방부가 ‘없다’고 발표한 점, 당일 파도 높이가 0.5m에 불과했지만 국방부는 “최대 2m에 달했다”고 한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고민정 대변인은 “국방부가 ‘삼척항 인근’이란 표현을 쓴 것이 말을 바꿨다고 보는 것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고 대변인은 “‘항’이란 표현은 보통 방파제와 부두 등을 모두 포함하고, ‘인근’이란 표현은 군에서 주로 쓰는 표현”이라며 “군이 통상 본인들이 쓰는 용어를 사용해 발표한 것이지, 내용을 바꾸거나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해경의 초도 상황보고와 군 당국의 설명이 엇갈림에 따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복 입고 국방부 브리핑 참석한 청와대 행정관

한편 국방부가 6월17일 첫 브리핑을 진행할 당시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사복 차림으로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관이 사복 차림으로 브리핑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때문에 국방부와 청와대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 쪽에서도 업무 협조 차원에서 궁금한 게 있어 참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관이나 합참의장 등에게 보고를 할 때도 문구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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