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슈퍼카가 모이는 카페가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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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의 성지’로 불리는 강남 이디야 커피랩 찾아가보니…

서울 강남구 논현로 636. 주식회사 이디야의 본사이자 프리미엄 카페 ‘이디야 커피랩’의 주소다. 하루 평균 800~1000명이 방문할 만큼 늘 북적거리는 매장이다. 그 인기와 관련해선 또 다른 얘기가 돈다. 야수의 심장을 품은 초고성능 차들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카페 정문 앞에 슈퍼카가 즐비해있는 모습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어쩌다 이곳은 ‘슈퍼카의 성지(聖地)’가 됐을까. 

6월 21일 금요일 오후 3시. 시사저널이 이디야 커피랩을 찾았을 때 1층 정문 앞 실외주차장엔 차량 약 10대가 주차돼 있었다. 일단 이 가운데 슈퍼카는 없었다. 슈퍼카라고 하면 보통 400마력 이상의 스포츠카를 가리킨다. 대신 포르쉐의 SUV ‘카이엔’과 벤츠·아우디의 세단 등 고가의 수입차가 서 있었다. 국산차도 눈에 띄었다. 

이디야 본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평일 낮 시간대라 기대만큼 슈퍼카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 ‘불금’이 되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슈퍼카가 자주 모이는 이유에 대해선 따로 분석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다만 관계자는 “이디야 커피랩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 건물은 슈퍼카 동호회가 자주 모임을 갖는 곳이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구글에서 '이디야 커피랩 슈퍼카'라고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사진들. ⓒ 구글 캡처
구글에서 '이디야 커피랩 슈퍼카'라고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사진들. ⓒ 구글 캡처
6월21일 금요일 오후 3시의 강남 논현동 이디야 커피랩 정문 앞. 슈퍼카 대신 일반 수입차와 국산차 등이 10대 주차돼 있었다. ⓒ 시사저널 공성윤
6월21일 금요일 오후 3시의 강남 논현동 이디야 커피랩 정문 앞. 슈퍼카 대신 일반 수입차와 국산차 등이 약 10대 주차돼 있었다. ⓒ 시사저널 공성윤

 

이디야 입점 전부터 유명한 ‘슈퍼카 집합소’

이디야는 해당 건물을 2015년 말 485억원에 인수했다. 그 전까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4~8층을 빌려 사옥으로 사용했다. 당시 1~2층은 ‘카페 바치오’란 커피숍이 입점해 있었다. 이곳이 바로 원조 슈퍼카 집합소였다.  

국내 최대 슈퍼카 동호회 ‘포람페’의 네이버 카페엔 ‘바치오 정모(정기모임)’ ‘바치오 벙개(급작스런 모임)’ 등의 글귀가 검색된다. 2016년부턴 ‘이디야랩 모임’과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최근엔 6월18일 밤에 이디야 커피랩에서 모임이 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호회 이름인 포람페는 각각 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를 뜻한다. 회원 수는 약 9만 명이다. 

이들이 이디야 커피랩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전히 공개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이디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강남권에서 이만큼 주차 공간이 넓으면서 발렛파킹이 가능한 장소가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이 건물엔 지하주차장도 있다. 하지만 그곳을 찍은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었다. 기자는 관계자와 함께 일반 고객에게 개방되지 않는다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봤다. 요즘 건물과 달리 간격이 좁고 빽빽했다. 8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도 슈퍼카는 없었다.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한 편”이라며 “차체가 낮은 슈퍼카는 긁힐 위험이 있다”고 했다. 

실제 람보르기니와 같은 일부 슈퍼카는 차고(車高)가 상당히 낮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박준호 포람페 동호회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슈퍼카 소유주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길 꺼려한다”며 “주차요원부터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차를 지하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슈퍼카가 실외주차장에 많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박 동호회장은 또 "이디야 커피랩은 (실외주차장) 입구의 턱이 낮아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고, 늦게까지 영업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디야 커피랩은 매일 밤 2시까지 영업한다.

이디야 커피랩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 시사저널 공성윤
이디야 커피랩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 시사저널 공성윤
차량 8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는 지하주차장에도 슈퍼카는 없었다. ⓒ 시사저널 공성윤
차량 8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는 지하주차장에도 슈퍼카는 없었다. ⓒ 시사저널 공성윤


주차공간 넓고 편해서…“홍보전략은 아냐”

일각에선 ‘이디야의 홍보전략’이란 설도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문밖에 고급차를 세워 놓는다는 것. 고객 A씨는 기자에게 이런 말도 했다. “예전에 나는 아우디 A7, 친구는 벤츠 C클래스를 몰고 이디야 커피랩에 갔다. 그런데 주차요원이 A7만 지하주차장으로 내렸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건 벤츠잖아요’라고 하더라.” 

A7의 가격은 최대 1억원이다. C클래스(6000만원)보다 더 비싸다. 게다가 두 차량 모두 슈퍼카만큼 차고가 낮지 않은 세단이다. 그럼에도 벤츠의 럭셔리 이미지를 고려해 1층에 뒀다는 게 A씨 말의 취지다. 박준호 동호회장도 “이디야 커피랩이 오픈했을 땐 아무래도 슈퍼카가 주변에 많으면 눈길을 끌 테니 다소 편의를 제공해준 측면은 있다”고 했다. 

다만 “지금은 그런 게 특별히 없다”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초반엔 주차료도 무료였지만 현재는 발렛 명목으로 2시간에 3000원을 받고 있다. 이디야 관계자는 홍보전략이란 추측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러면서 “보면 알겠지만 국산차도 지상에 많다. 차량의 출입 순서나 차고에 따라 주차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지 수입차라고 일부러 밖에 세워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6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맨즈 페스타에 전시된 슈퍼카 람보르기니 ⓒ 연합뉴스
6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맨즈 페스타에 전시된 슈퍼카 람보르기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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