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발등에 떨어진 불, “플라스틱 쓰레기 줄여라”
  • 류애림 일본 통신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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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양 플라스틱 헌장’ 서명 거부했다가, 뒤늦게 ‘플라스틱 재활용’ 대책 나서

지난해 6월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해양 플라스틱 헌장(Ocean Plastic Charter)’이 채택됐다. 7개국 중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는 서명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끝내 서명을 거부했다. 이 헌장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품 100%가 재사용·재활용되도록 하며 만약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을 경우 회수 가능하도록 산업계와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헌장의 목표와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플라스틱 용품이 시민 생활과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기에 서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물론 관계부처와의 조정이 필요하지만 조정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서명할 수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6월10일 일본 도쿄의 미나토 자원재활용센터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 REUTERS
6월10일 일본 도쿄의 미나토 자원재활용센터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 REUTERS

지난해 G7에선 거부, 올해 G20에선 채택?

이런 이유로 ‘해양 플라스틱 헌장’에 서명을 거부했던 일본이 6월28~29일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대책’을 선정했다. 정상회의에 앞서 15, 16일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軽井沢)에서 열린 환경장관회의에서는 각국이 자주적으로 해양 플라스틱 유출을 억제한다는 ‘G20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대책 실시 시스템’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적절한 회수와 관리, 재활용을 촉진하는 등의 대책을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국제회의에서 보고하고 공유한다. 타국의 간섭에 민감한 미국과 경제발전으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도상국 등의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명기하진 않았다. 그러나 각국의 ‘자주적’ 대책에 맡긴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본이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은 것은 지난해 헌장 서명을 거부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일본 주변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양은 세계 평균의 27배라고 한다. 또 G7 회의 한 달 후인 지난해 7월 일본 환경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일본이 바다로 유출하는 플라스틱 양은 연간 최대 6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 30위(1위 중국 353만 톤, 2위 인도네시아 129만 톤, 20위 미국 11만 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같은 자료에서 2016년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를 인용해 2050년에는 해양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양이 어류의 양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언급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G20 정상회의를 염두에 두고 법률 개정 등 여러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의 쇼핑봉투 유료 의무화를 내년 4월부터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라다 요시아키 일본 환경상은 G20 환경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대상이 되는 쇼핑봉투의 범위와 소재를 명확히 정하고 중소기업 등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한 뒤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에서도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거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G20 환경장관회의에서는 페트병이 아니라 유리병을 제작해 회의 출석자들에게 물을 제공했다.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시상대를 사용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회수 상자는 대형 유통업체 이온의 약 2000개에 달하는 전국 지점에 설치되며, 세탁세제·주방세제·헤어제품·방향제 등에 사용된 플라스틱 용기가 회수 대상이다. 시상대는 약 100세트가 제작될 예정이며 필요한 플라스틱은 약 45톤이라고 한다. 회수 상자에 플라스틱을 넣는 것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 방법이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가 6월15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이틀간 열렸다. ⓒ 연합뉴스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가 6월15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이틀간 열렸다. ⓒ 연합뉴스

‘먹을 수 있는 식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 나와 

기업들도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만두 전문점 ‘교자의 오쇼’를 운영하는 오쇼푸드서비스는 7월1일부터 일본 내 729개 점포에서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빨대와 숟가락 제공을 줄여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가게 안에서 사용하는 빨대와 포장 손님에게 제공되던 숟가락이 그 대상이다. 앞으로는 미생물 분해와 자연분해가 가능하도록 식물자원을 원료로 한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다. 오쇼뿐만 아니라 다른 외식업체들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중지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음료 제조업체인 산토리 홀딩스는 2030년까지 페트병 제조에 화석연료에서 유래하는 원료 사용을 전면 중지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재활용한 원료나 식물 유래 원료를 사용한다. 그 첫 단계는 지자체와 협정을 맺어 페트병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6월7일 지자체가 아니라 산토리가 직접 페트병을 회수한다는 협정을 오사카시와 맺었다. 뚜껑과 병을 분리하고 깨끗이 씻어 재활용하기 쉬운 상태의 페트병을 주민 자치회 등의 도움을 받아 유상 회수한다. 회수량에 따라 책정된 금액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기존에도 오사카시에서 페트병을 분리 수거했지만 담뱃재 등으로 오염돼 재활용하기 어려운 페트병이 많았고, 일반 쓰레기에 섞어 버리는 경우도 많아 재활용되는 양보다 소각되는 양이 더 많았다고 한다. 유상 회수로 재활용률이 높아지고 환경보호에도 일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애초에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먹을 수 있는 식기’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축제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플라스틱·스티로폼 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식기다. 축제 후의 쓰레기통에는 이들 일회용품 쓰레기가 넘친다. 아이치(愛知)현 헤키난(碧南)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마루시게(丸繁)제과는 이런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식기를 개발했다. 원래는 아이스 모나카(찹쌀로 만든 얇게 구운 과자 껍질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만듦)의 과자 껍질을 만들던 회사다. 다 먹어버리지 않으면 쓰레기를 줄이는 의미가 없다며 바삭한 식감을 내고 양파맛, 구운 옥수수맛 등을 가미해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식기는 아이스크림·야키소바·다코야키 등을 담아내는 데 사용된다. 환경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주문량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업체는 ‘먹을 수 있는 젓가락’도 개발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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