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소굴’은 마약 치외법권지역이었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9 10:00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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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터지는 족족 막아준 YG, 소속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 키워”

‘지드래곤, 탑, 박봄, 쿠시, 승리, 비아이, 그리고 양현석’

K팝의 본거지라 불렸던 YG엔터테인먼트가 ‘범죄소굴’로 전락해 가는 과정은 지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다. 소속 아이돌 스타부터 스타일리스트와 프로듀서 등 스태프, 급기야 대표에 이르기까지 전 구성원이 각종 범죄에 연루되면서 관련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태를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자초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힙합 문화를 앞세워 아티스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구성원의 일탈을 방조한 게 결국 ‘YG제국의 몰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GD부터 비아이까지…계속된 ‘마약 논란’

YG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연예 기획사로 명성을 떨쳐왔다. 소속 아티스트인 빅뱅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사세는 불었고, 이어 데뷔한 2NE1, 위너 등이 인기를 끌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11년 코스닥에 상장한 뒤 패션, 푸드, 유통 부문까지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마포구 합정동 사옥 바로 옆 1000평 부지에 신사옥도 건립했다. 음악을 넘어 국내 문화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매머드급 콘텐츠기업’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YG의 화려한 외관 이면에는 숱한 범죄 이력이 숨어 있다. 시작은 빅뱅의 지드래곤이었다. 2011년 7월 지드래곤은 일본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기소유예 됐다. 당시 YG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드래곤이 대마초인 줄 모르고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드래곤이 팬의 호의에 응하는 차원에서 담배를 받아 두세 모금 흡입했으나 평소 담배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곧바로 변기에 버렸던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2NE1 멤버로 활동했던 박봄이 마약류 밀수 논란에 휩싸였다. 박봄은 2010년 국제우편을 통해 필로폰 계열로 마약류로 분류되는 암페타민 82정을 할머니가 거주하는 인천으로 받으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박봄도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양현석 당시 대표 프로듀서는 “친동생 같은 박봄을 가만히 곁에서 지켜만 보는 일이 저에게 최선은 아닌 듯하다”며 직접 해명글을 올렸다. 박봄이 수년간 정신과 상담과 심리치료를 함께 병행해 왔고,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 금지된 약품을 ‘모르고’ 들여오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약 사건은 그 후에도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2016년에는 YG의 스타일리스트 양갱이 코카인 및 대마초 흡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7년 6월에는 빅뱅 멤버 탑이 자택 등에서 대마초를 피운 전력이 드러나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3월에는 YG 블랙레이블 소속 래퍼 겸 프로듀서 쿠시가 코카인 흡입 사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YG의 ‘마약 잔혹사’는 아이돌그룹 아이콘(iKON)의 전 래퍼 비아이가 마약 구매 의혹에 휩싸이면서 정점을 찍는다.

 

막아만 준 YG가 도덕적 해이 불러

지금껏 소속 아티스트가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일탈 또는 실수로 치부한 채 묵인해 왔던 양현석 전 대표마저 검경의 수사망에 포착됐다. 양 전 대표는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서 제보자에게 말을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재력가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지난 6월14일 YG 대표 프로듀서직에서 물러났다. 'YG 제국'을 세운 지 23년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YG는 문제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기보다는 사태를 숨기고 막는 데 집중함으로써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키웠다. 사건을 일으켜도 막아주는 기획사 안에서 소속 연예인들이 어떤 도덕적 해이를 갖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며 “‘자신감’과 ‘건방짐’은 다르고 그 차이는 결국 ‘인성’에서 나온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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