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마약’ 수사에서 드러난 검·경의 거짓말
  • 유지만·박성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9 10:00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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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마약수사에서 철저히 보호된  YG엔터 소속의 비아이, 그 배경은? 
‘비아이·탑 마약 사건’ 수사기록·제보자 신고 내용으로 살펴본 부실수사 흔적들

‘YG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빅뱅과 2NE1 등을 성공시키며 국내 ‘3대 메이저 기획사’로 우뚝 선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였지만, 빅뱅 멤버 승리가 연루된 버닝썬 사건과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 마약 사건, 양현석 전 YG엔터 대표의 성접대 의혹 등이 불거지며 연일 추락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 중 유독 사건·사고가 많은 YG엔터다. 양 전 대표의 별명인 ‘양군’에서 따온 ‘YG’란 이름이 이제는 마약을 의미하는 ‘약국’이란 오명으로 불리는 상황이다.

현재 YG엔터는 사정 당국의 전방위 조사에 직면해 있다. 우선 빅뱅의 멤버 승리에게서 시작된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며, 여기서 비롯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YG엔터 계열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양현석 전 YG엔터 대표가 동남아 사업 파트너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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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건도 YG엔터와 관련된 큰 의혹 중 하나다. 특히 YG 소속 그룹인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가 연루된 마약 사건이 재조명되며 큰 파문을 낳았다. 그 결과 검경 모두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사건은 사건 관계자인 공익제보자 A씨가 비아이 관련 마약 의혹을 수사 당국이 무마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2016년 발생한 사건 당시 대마 구매 및 흡입으로 처벌받은 바 있는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비아이를 공범으로 지목했지만, YG 측의 개입과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로 비아이가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건 접수 당시 검찰에 비아이 관련 사건을 보고했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경찰이 내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내놨다.

시사저널은 A씨 사건에 관계된 수사기록 일체를 입수했다. 그 결과 경찰과 검찰 모두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경의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모든 정황이 ‘유착’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비아이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 제보자 A씨의 사건 기록
비아이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 제보자 A씨의 사건 기록

1. ‘비아이’ 관련 진술 사라진 1, 2차 진술서

제보자 A씨가 대마초 구매 및 흡입 혐의로 체포된 시점은 2016년 8월22일이다. 경기용인동부경찰서 소속 수사관들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자택에서 A씨를 체포했다. 2016년 8월30일 용인동부서에서 진행된 A씨의 3차 진술조서를 보면, 8월22일 체포 당시 비아이를 공범으로 지목하고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출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3차 진술서의 내용 중 일부다.

문: 피의자는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후 YG김한빈(비아이)이란 사람에게 마약류를 교부하였다고 하면서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출한 사실이 있나요.

답: 예 있습니다. (이후 자필로) 먼저 형사분들이 “비아이”라는 이름 석자를 저에게 언급하셨고, OO가 이미 다 불었다면서 얘기를 해주셨고, 핸드폰 검사에서 비아이와 카톡한게 어딨냐 물으셔서 알려드렸습니다.

A씨는 8월22일 체포되자마자 2차례에 걸쳐 진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1, 2차 진술조서에는 비아이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작 1주일가량 지난 3차 진술서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셈이다. 3차 진술서는 전반적으로 비아이를 공범으로 지목했던 과거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이다. A씨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의 방정현 변호사는 “A씨는 3차 조사 당시 YG 측에서 선임을 도와준 변호사와 경찰서에 동행했다. 이유는 비아이 진술을 번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1, 2차 진술조서에 비아이 관련 진술이 나와야 하는데, 검찰에서 기록을 다시 떼 보니 진술 자체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 변호사는 “어느 단계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진술 내용이 누군가에 의해 삭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3차 진술조서 말미에도 자필로 1, 2차 조사 당시 비아이에 대해 진술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1차 진술 당시 대마를 흡연한지 얼마 안된 상태였고, 즉 제대로 무언가를 인지할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그리고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김한빈에게 LSD 10장을 전달했다라고 진술하였습니다.”

1, 2차 진술 당시 비아이에 대해 언급했다는 내용은 이듬해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또 다른 마약 사건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등장한다. 다음은 2017년 3월4일 광수대 2차 진술조서 내용 중 일부다.

문: 피의자는 2016년 8월22일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마약류로 입건되었고, 8월22일 피의자 신문조서 1, 2회 당시 공범(김한빈,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에 대하여 모두 진술하였다가 석방된 후, 8월30일 3회 진술조서 당시, 공범에 대하여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하였는데, 왜 그렇게 진술을 번복하였는가요.

답: 거기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처럼 줄곧 1, 2회 진술 당시 비아이에 대해 언급했다는 내용이 등장하지만, 정작 남아 있는 진술조서에는 내용이 없는 상황이다. A씨는 “2016년 사건 당시 분명히 비아이에 대해 진술했다. 그런데 진술내용이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경찰 내부 관계자는 “전후 맥락을 살펴봤을 때 1, 2차 진술서에서 관련 진술이 사라졌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2. 뒤늦게 첨부된 카카오톡 대화내용 

A씨로부터 체포 당시 제출받았다는 비아이와 A씨 간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뒤늦게 수사기록에 첨부된 것도 이상한 대목이다. 경찰은 3차 진술서 작성 다음 날인 8월31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비아이와 A씨 간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수사보고서 형식으로 기록에 첨부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마약류를 교부한 김한빈 관련’이란 제목의 수사보고서에 A씨가 체포 당시 비아이를 공범으로 진술했지만 3차 진술에서 번복했고, 당시 동석한 변호사가 진술 번복을 강요한 정황이 있다고 적었다. 다음은 수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피의자는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후 다른 사람에게 마약류를 교부한 사실에 대해 묻자 자신이 김한빈이란 가수(일명 B.I, YG엔터테인먼트 소속)에게 대마초를 OOO에게 구입하며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중략) 피의자는 8.30 출석 관련 사실에 대하여…횡설수설하며 진술을 번복하였고…변호사는 옆에서 피의자가 진술을 할 때마다 진술을 하지 못하게 하고, 옆에서 모호하게 진술하도록 메모를 해 주는 듯 보였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과 함께 수사보고서 뒷부분에 비아이와 A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첨부했다. 그러나 이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이보다 앞선 8월22일 체포 직후 경찰이 확보한 상태였다.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촬영한 시간은 오후 1시28분부터 1시32분까지다. A씨는 “8월22일 오전 11시경 체포돼 용인동부서에 도착한 직후 휴대전화 화면을 경찰이 찍었다”고 밝혔다. 방 변호사는 “1, 2차 진술기록에서 비아이가 사라지고, 비아이와 A씨 간 카카오톡 대화내용도 첨부되지 않으면서 초기 진술에서 비아이는 완전히 사라졌다”며 “1, 2차 조사 당시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측은 진술기록 삭제 의혹과 뒤늦은 카카오톡 자료 첨부에 대해 “수사 과정에 큰 흠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련 정보를 충분히 검찰에 제공했지만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 기록에서 왜 빠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비아이와 관련된 수사보고서를 별도로 작성해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에 빠진 내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6년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수사 담당자들은 모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박봄, 승리, 지드래곤, 비아이, 탑(위부터) ⓒ 시사저널 임준선·박정훈·고성준·연합뉴스 

3. 비아이 수사보고 접수하고도 손 놓은 검찰

A씨에 대한 사건 기록은 8월31일을 끝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A씨 사건을 급히 검찰에 송치하게 된 과정에 대해 “검찰에서 연락이 와 사건을 빨리 넘기라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A씨를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으며, 비아이에 대해서도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 이에 대한 검찰의 해명은 지금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제보자 A씨 측 변호인 방 변호사는 “첫 의혹 제기 이후 검찰 단계에서 사건이 아예 뭉개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사실상 자유로운 신분이었다. 검찰 조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3개월여 뒤인 2016년 12월9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데 있어서도 전혀 제약이 없었다. A씨는 이듬해인 2017년 3월3일 입국 과정에서 또 다른 마약 사건으로 체포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사건은 빅뱅 멤버 탑과의 대마초 흡연 사건이다. 이 사건의 기록에서도 비아이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광수대 조사에서 A씨는 “용인동부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다음은 2017년 3월3일 광수대 1차 진술조서 중 일부다.

문: 피의자의 전과 기록을 확인해 봤더니, 2016.8.22.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으로 입건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이 사건은 어떤 내용인가요.

답: 제가 OO이라는 오빠를 저의 친구를 통해 소개받아 알게 되었습니다…용인동부경찰서 형사님들이 저의 집에 찾아와 마약류로 입건된 내용입니다. 용인동부경찰서에서 2번 조사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광수대 조사 과정에서 A씨는 2016년 10월9일 빅뱅 멤버 탑과 대마초를 함께 피웠다고 자백했다. 이 시기는 A씨의 사건이 용인동부서에서 검찰로 송치된 이후이며 출국 전이다. A씨 측은 “8월31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이후 한 차례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비아이 관련 진술 번복 과정에서 YG 양현석 대표가 내게 했던 약속 중 하나가 ‘처벌받지 않도록 해 주겠다’란 것이었는데, 그 약속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한 것인지 몰라도 YG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후 A씨는 12월9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역시 YG 측의 요구였다고 A씨는 진술했다. 검찰은 출국 전까지 A씨를 조사하지 않았다가 A씨가 출국한 지 열흘가량 지난 12월19일 A씨를 기소중지 처분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받았지만, 비아이에 대해 경찰이 내사할 줄 알았다”는 소극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후에는 또 “A씨를 한 차례 불러 면담했지만, 너무 울기만 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명을 바꿨다. 면담이었기 때문에 조사기록도 현재 남아 있지 않다. A씨는 이에 대해 “검찰에서 조사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수사 검사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YG-검경 유착’ 의심하게 만든다”

제보자 A씨 법률 대리인 방정현 변호사 인터뷰

현재 제보자 A씨는 법률 대리인으로 방정현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 변호사는 “수사기록을 처음 받아보고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기록을 보고 가장 이상했던 대목은 무엇인가.

“비아이와 제보자 A씨 간 카카오톡 대화내용이었다. A씨의 증언과 당시 상황을 보면, 경찰은 A씨를 잡기 전이 이미 비아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8월22일 서울 집에서 A씨가 체포된 후 용인동부서로 이동했고, 이후에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촬영됐다. 하지만 경찰이 비아이에 대해 알면서도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검찰에 송치될 시점에야 비아이에 대한 내용을 사건기록에 추가했다. 이 점이 가장 이상했다.”

경찰은 수사보고서 등을 근거로 충분히 수사했다는 입장인데.

“전후관계를 보면 경찰은 비아이의 공범 혐의를 인지하고 있었다. 카카오톡 대화내용에도 대마에 대한 내용과 LSD 구입 정황이 나온다. 그럼에도 비아이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비아이는 완전히 수사선상에서 사라졌다.

“처음 제보자와 기록을 확인할 때는 검찰에서 이렇게 진행됐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A씨는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없기 때문에 경찰이 송치조차 안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송치가 분명히 됐는데 검찰이 조사를 안 한 것이었다. 일단 용인동부서가 부실수사한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검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경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사건 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나.

“수사기록을 보면 YG 측은 A씨가 용인동부서에 잡힌 2016년 8월 이전인 6월경부터 비아이의 마약 문제를 알고 있었다. A씨는 당시 YG 측 인사를 만나 ‘무슨 일이 있어도 비아이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8월22일 경찰에 잡혀 조사받고 석방된 후 YG 측 인사에게 연락했고, 조사 다음 날인 8월23일 YG 양현석 대표를 만난 것이다. 양 대표는 진술을 번복할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충분한 사례와 함께 처벌받지 않게 해 준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 과정 중 하나가 8월30일 3차 진술이다. 당시 동행한 변호사는 A씨가 선임한 변호사가 아니라 YG 측에서 선임해 준 변호사라고 한다.”

A씨 자신의 사건이기도 한데, 권익위 제보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가.

“승리 사건과 YG 관련 사건들을 보면서 결국 가장 나쁜 것은 양현석 대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나쁜지를 밝히고 싶어 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배당됐는데, 수사의 핵심 역시 양현석 대표가 어떤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라고 본다.”

YG가 어디까지 유착돼 있을 것으로 보나.

“가늠이 안 된다. 모든 정황은 유착을 의심하게 하지만, 실체가 얼마나 밝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재수사에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부당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계속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사정기관의 의지가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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