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1년 분석해보니…갈 길이 구만리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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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는 여전히 가족이 결정…“연명의료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임종 문화 필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도록 한 법이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해 2018년 2월부터 시행했다. 

연명의료결정법 1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허대석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팀(유신혜 전임의, 김정선 전공의)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연명의료결정 서식을 작성한 뒤 사망한 19세 이상 환자 809명을 조사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1년간 성인 1137명 환자 중 71.2%(809명)가 법정 서식을 작성했다. 허대석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연명의료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71.2%이고,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전국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망자 중 연명의료결정을 한 사람은 30% 미만이다. 특히 작은 병원일수록 연명의료결정 비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809명 가운데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결정 서식에 직접 서명한 비율은 법 시행 전 1%에서 29%(231명)로 증가했다. 그러나 가족이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비율이 71%로 여전히 높다. 이는 환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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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환자와 가족의 결정(유보와 중단 비율)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유보란 처음부터 연명의료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며, 중단은 연명의료를 진행하던 중 그만두는 것이다.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231명) 유보 비율이 98.3%(227명), 중단은 1.7%(4명)였다. 반면 가족이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578명) 유보 비율이 86.7%(501명), 중단은 13.3%(77명)였다. 

또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임종을 앞둔 환자의 중환자실 이용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오히려 증가했다. 임종 1개월 내 말기 암 환자의 중환자실 이용률은 2012년 19.9%에서 2018년 30.4%로 나타났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서 편안한 임종을 돕기 위해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진료 현장에는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허대석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환자 본인이 직접 서명하는 비율이 급증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다만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가족과 본인의 결정이 다른 경향을 보이는 점, 중환자실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한 점 등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의료진이 가족의 동의 없이 환자에게 연명의료결정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문화다. 또 가족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어렵다. 앞으로 연명의료결정이 정착하려면 임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연명의료결정에 대해 자유롭게 고민하고 대화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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