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아프리카TV BJ 되면 여자랑 잘 수 있나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0 16: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 BJ 연이은 '성희롱' 논란에 구설수…청소년 악영향 우려에 규제 목소리 커져

1인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가 연이은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유명 BJ들이 방송에서 성폭력·모욕·폭행 등을 일삼으면서, 매일같이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있어서다. 개인방송인(BJ)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BJ가 공중파에 진출하는 경우까지 생겨났지만, BJ들이 진행하는 방송에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발언과 행동이 난무하고 있다. 아프리카TV에서 매년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정부가 법과 제재를 앞세워 아프리카TV를 ‘지상파 방송’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일러스트 오상민
ⓒ 일러스트 오상민

끊이지 않는 BJ들의 '말말말'

지난 6월19일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의 유명 BJ 감스트, 외질혜, NS남순이 생방송 도중 특정 여성 BJ를 언급하며 성희롱을 했다. 외질혜가 ‘당연하지’ 게임을 하면서 “○○○(여성 BJ)의 방송을 보며 XXX(자위를 뜻하는 비속어)를 하느냐”고 질문하자 두 남성 BJ는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당시 시청자 수만 4만여 명. 이들이 동료 BJ를 성희롱했다는 논란이 확산했다. 그러자 아프리카TV는 ‘방송정지 3일’이라는 제재를 꺼내드는 것으로 사태를 매조지었다. 이유는 '미풍양속 위배(부적절한 발언)'다.

아프리카TV에서는 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2일에는 유명 BJ인 서윤의 방송이 문제가 됐다. 이날 BJ 서윤의 방송에 출연한 그룹 버뮤다 멤버 우창범이 “BJ 열매가 유명 BJ 2명과 바람을 피워 헤어지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폭로전이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성관계 동영상과 불륜 등 각종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BJ들의 입을 통해 확산했다. 아프리카TV 시청자들이 폭로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사이, 추측성 루머가 실명과 함께 거론되면서 ‘2차 피해’를 호소하는 BJ들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3월에는 생방송을 진행하던 BJ가 창문을 열고 투신하는 일도 있었다. 부산의 한 원룸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한 BJ가 8층 창문에서 밖으로 뛰어내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시청자들은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송 플랫폼이 사인간의 폭로와 다툼, 일탈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아프리카TV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아프리카TV BJ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군에 오르는 등 10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청소년의 26.7%가 인터넷 1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아프리카TV를 애청하는 청소년들이 온갖 선정적인 콘텐츠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경기지역 한 중학교 교사인 김한솔(32·가명)씨는 “수업시간에 어떤 학생이 BJ가 되고 싶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BJ가 되면 예쁜 여자들이랑 많이 자고 다닐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고 답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며 “좋은 방송을 하는 BJ도 많겠지만 현실에서 인기를 끄는 BJ들의 언행을 보면 선생님의 입장에서 많은 걱정이 된다.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에게 BJ가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문제는 이 영향이란 게 좋지 못한 경우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TV, 제제 수위 및 범위 상향해야

아프리카TV의 문제점이 부상하면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들은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인터넷 방송은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방송법은 각종 법적 규제를 받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 혐오성 표현물을 생산할 수 없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은 이런 법의 테두리에서 자유롭다.

현재 국회에서는 인터넷 방송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통합방송법 제정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1인 방송의 이용자가 늘고 있고,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제재의 틀과 범위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이상 아프리카TV만의 자율규제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현직에 있는 BJ들 역시 국내 1인 방송에 ‘직업윤리’가 자리 잡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익명을 요구한 3년차 BJ는 “유명 BJ들이 플랫폼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이들과 아프리카TV 운영진 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유명 BJ 한 명이 발생시키는 매출이 어마어마 하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이 잘못을 해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퇴출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BJ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유튜브 조회수로 돈을 버는 BJ들이 많아지면서 더 자극적인 그림과 영상을 뽑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BJ들이 공식적인 단체를 만들어서 자체적인 룰(rule)이나 규칙 등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