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올스타전 선발투수’가 말해 주는 모든 것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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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최고 활약 보인 투수에게 주어지는 영광
200이닝 돌파하면 사이영상도 꿈은 아닐 듯

1933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 카미스키 파크에서 열린 1회 대회를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별들의 전쟁’으로 야구 팬들의 사랑을 차지해 왔다. 이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90회를 맞이한 올스타전의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류현진으로 찬란한 올스타전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부상이나 등판 스케줄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올스타 양대 리그 선발투수는 전반기 소속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가 설 수 있는 영광의 자리다. 아시아 선수로는 1995년 LA 다저스의 노모 히데오 이후 두 번째로 영예를 안은 것이다. 박찬호 선수도 올스타전 선발 경험은 없다. 지난 10년간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선발투수의 면면을 살펴보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랜디 존슨을 비롯해 커트 실링, 팀 린스컴, 맥스 슈어저, 로이 할러데이, 잭 그레인키 등 당대 최고의 투수들이 영광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의 위상은 수상한 사이영상의 총 횟수 22번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류현진이 코리안 메이저리거로는 최초로 올스타 선발투수로 선정된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류현진이 7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현진이 7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균자책점, MLB 유일한 1점대

류현진은 전반기에 109이닝을 소화하며 10승2패 1.7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일단 다승은 공동 1위,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를 유지하며 역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이닝에 볼넷과 안타를 내준 평균 수치인 WHIP도 0.908로 1위였다. 일반적인 선발투수는 1.2 이하면 준수하다는 평가를 듣고 실제로 전반기 내셔널리그에서 이 수치가 1 이하인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은 0.826으로 2위 잭 그레인키의 1.107을 큰 폭으로 앞선 1위다. 볼넷 1개를 내줄 때 삼진은 9.9개를 잡아내며 역시 이 부문 1위다. 한마디로 류현진은 기록상으로 충분히 올스타 선발투수로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이 여실이 드러난다.

박찬호가 1994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선 이후 22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그의 뒤를 따랐고, 지금도 작년 올스타 추신수를 비롯해 오승환·최지만·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박찬호의 등장은 국내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의 시초였고, 그를 이은 김선우·서재응·김병현·최희섭 같은 선수들의 도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나이가 어린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트였고, 국내 최초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행을 선택한 류현진의 성공은 국내 프로선수들의 진출 러시로 이어진다. 김현수·이대호·황재균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검증에 철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박찬호나 류현진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 선수들 스카우트에 박차를 가했고, 과거에는 닿을 수 없는 곳이라 여겼던 메이저리그가 국내 아마·프로 선수 모두에게 새로운 목표의식과 도전정신의 불을 지핀 것이다.

거기에 코리안 메이저리거로는 4번째이자 올스타 선발투수라는 현지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잠시 주춤하던 메이저리그를 향한 국내 선수들의 열정에 다시 불이 지펴질 수 있게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가는 류현진에게 전반기의 기세를 이어가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이영상을 차지한다면 국내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을 뿐 아니라 본인의 가치 상승 및 FA 대박을 예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내구성 입증해야 꿈의 ‘사이영상’ 가능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은 올해 목표가 200이닝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아무래도 어깨수술로 2년 가까운 공백기를 보였고, 지난해에도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던 류현진에게 ‘내구성’은 본인이 현지 팀들에게 검증해 줘야 할 가장 절실한 아킬레스건이다. 게다가 본인이 부진하면 아무리 원해도 오래 던지게 할 까닭이 없다.

보통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에 머무르는 선수들이 한 시즌 32경기 전후의 경기에 등판하게 된다. 200이닝을 소화하려면 등판 경기당 최소 평균 6이닝 이상을 꾸준히 던져야 한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의 경기당 평균 이닝 소화는 5.3이닝에 불과하다. 즉 평균 투수들보다 경기당 1이닝씩을 더 던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야구에서 선발투수 200이닝은 가장 큰 목표이자 큰 훈장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류현진의 한 시즌 최다 이닝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2013년으로 30경기 등판 192이닝을 소화한 것이었다. 그 이후는 152이닝이 최다이니, 200이닝이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또한 이런 페이스라면 올해도 192이닝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후반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력적인 뒷받침이 필수가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파워 투수가 아니다. 톱 클래스인 컨트롤과 구종 변화 그리고 다양한 로케이션 활용이 그의 강점이다.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면 컨트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점을 잘 버틸 거라는 전제하에 류현진이 과연 올해 사이영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의 전문 스포츠 사이트 ESPN은 전반기 성적을 토대로 류현진의 ‘사이영 포인트’를 116.8로 매겨 리그 1위에 랭크시켰다. 2위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에이스이자 이미 3번의 수상을 한 맥스 슈어저로 97.9포인트를 주었다. 3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신예 마이크 소로카로 95.7을 얻었다.

뉴욕포스트는 6월말 순위에서 역시 1위에 류현진, 2위는 슈어저, 3위에는 애리조나 디백스의 잭 그레인키를 올려놨다. MLB 공식 사이트는 6월 담당기자 32명 중 26명이 류현진에게 1위 표를 던졌다. 즉 전반기 성적상 류현진의 사이영상 수상은 유력하다.

하지만 이닝 소화력, 탈삼진 능력과 지구력을 겸비한 슈어저의 맹추격이 예상된다. 슈어저는 예상보다 부진한 팀 성적 등과 본인의 체력 보충을 위해 이번 올스타 출전까지 포기했다. 류현진이 5월의 투수상을 탔지만, 슈어저는 6월에만 6승 무패 1.00의 성적으로 6월의 투수상을 차지했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인 것이다. 힘을 앞세운 슈어저와 정교함과 세기의 류현진의 후반기 경쟁은 또 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 이미 코리안 메이저리거 사상 첫 올스타 선발투수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류현진의 2019 시즌이 사이영상, 31년 만의 다저스 우승, FA 대박 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체력적인 뒷받침이 전제된 꾸준함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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