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TK 김해신공항 10년 갈등 재현되나
  • 김완식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6 16: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낙연 총리, “동남권신공항 빠른 시일내 검증기구 구성”

부산시, 일선 구·군 정책 투어…“김해신공항 불가” 부각

TK 정치권, “김해신공항 재검토 방침 즉각 철회” 압박

이낙연 국무총리가 총리실로 넘어간 동남권신공항(김해신공항) 입지 논의와 관련 “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검증은 불가피하다”고 밝힌 가운데 부산시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신공항은 부적합하다는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 결과를 부각시키는 ‘구·군 정책투어’에 나선다.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PK지역 광역단체장들은 김해신공항의 '흠결'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국토부와 합의했다. 총리실이 오는 10월께 재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으로 정리되면서 김해신공항 문제가 내년 총선에서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5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서 김석진 울산시 행정부시장(왼쪽부터),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참석자들이 구호제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서 김석진 울산시 행정부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구호제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PK 지역 여권은 사실상 부산가덕도신공항(동남권 국제관문공항)으로 가는 수순 밟기로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는 반면 TK 지역 야당 의원들은 PK 지역 여권이 이 문제를 내년 총선에 이용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경북도의회·대구시의회 공항특별위원회도 중앙정부를 향해 재검토 방침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여권 내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 갑)까지 “가덕도 신공항은 절대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과 (사)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 공동으로 7월17일부터 8월30일까지 동구, 동래구, 부산진구 등 8개구를 찾아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 결과 구·군 정책투어’를 한다. 정책투어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김해신공항 건설이 강행되면 심각한 소음피해와 안전사고 우려,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설명할 예정이다.

정책투어는 7월17일 동구를 시작으로 7월22일 동래구, 7월23일 부산진구, 7월24일 금정구, 7월25일 영도구, 7월31일 해운대구, 8월27일 연제구, 8월30일 남구 순으로 진행된다. 김정호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장과 최치국 부단장이 번갈아 검증 결과 발표를 맡게 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정책투어는 사하, 사상, 북구 등 김해신공항 피해 예상 지역 뿐 아니라 그외 지역 주민들에게도 김해신공항의 문제점과 동남권 관문공항의 필요성을 알려 국무총리실의 조속한 정책 판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울·경 대학총장도 '김해신공항 반대'…부산시·여권에 힘 실어줘

부산·울산·경남의 총장들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김해신공항을 반대하고 제대로 된 동남권신공항의 건설을 촉구하며 부산시에 힘을 실어줬다. 부·울‧경 대학총장들이 한목소리로 김해신공항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울‧경 4년제 대학 25곳이 가입한 부울경 총장협의회는 지난 7월11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동남권 관문공항, 국가균형발전과 청년들의 꿈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부울경 총장협의회는 성명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안을 국무총리실에서 다시 최종 검토하게 된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정부는 잘못된 정책 결정을 버리고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라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부울경 총장협의회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김해신공항은 안전문제, 소음피해, 주변도시 개발 등 확장성 미비, 군사공항으로서 실정법 위반 소지, 환경영향평가 미흡 등 이유를 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또 동남권 신공항의 정치적 접근을 경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2016년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결정은 정치적 결정이었다”면서 “정치 논리로 국가정책이 잘못 결정됐다면 지금부터 바로 잡는 것이 최선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당리당략 때문에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는 국민적 염원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울경 총장협의회의 성명에선 부산시가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이 빠졌지만 성명 발표장에 참석한 대학총장들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부울경 총장협의회 회원은 25명으로 이번 입장 표명에는 21명이 동의했다. 부울경 총장협의회 성명의 대표성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PK 지역 각계각층의 김해신공항 반대 움직임에 반해 TK 정치권은 경북·대구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일방적인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회할 것을 외치며 공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부산·울산·경남(PK)과 TK 정치권은 점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는 모양새다. PK 지역 정치권은 이미 합의가 끝난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대해 재검증을 국무총리실로 떠넘겼다. 그러자 TK 지역 정치권에선 PK 지역 여권이 이 문제를 ‘선거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5월20일 부산상의 2층 상의홀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결과 시민토론회’ 모습. ⓒ부산상공회의소
5월20일 부산상의 2층 상의홀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결과 시민토론회’ 모습. ⓒ부산상공회의소

 

TK 정치권, “PK 여권 김해신공항 재검증 내년 ‘선거용’으로 이용” 반발

실제 지난 7월9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북구갑)은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TK와 PK를 갈리치기 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봉쇄하려는 속셈이 깔렸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정부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김해신공항의 안전성과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낼 것이 분명하다”며 “재검증이 선거용이 아니라면 총리실은 김해신공항 적정성 용역결과 발표를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 수성을이 지역구인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대구·경북은 버리고 부·울·경의 환심을 사서 총선·대선을 치르려 한다는 것이 TK 지역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포항남‧울릉)도 “5개 시·도 단체장이 합의한 김해신공항 문제를 재논의 하려면 대구시장·경북도지사도 함께 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PK와 TK 정치권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신공항 유치를 놓고 다퉜던 10년 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입지 선정을 두고 PK와 TK는 10년 동안 논란과 공론을 거친 끝에 2016년 6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2월13일 부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지역 경제인들 앞에서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을 하며 입지 재선정에 불을 지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 뒤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별도 브리핑을 가지면서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는 결과를 예단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오거돈 시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정치권이 주장하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론’에 힘이 실려 ‘총리실 재검정 절차’까지 이르게 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