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틴에이저] “청소년 시위는 정치인들 정신 차리게 하는 자명종”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6 10: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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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웨덴 ‘청소년 기후 파업’ 주도하고 있는 이사벨 악셀슨

스웨덴 소녀 이사벨 악셀슨(18)은 작년 12월부터 스톡홀름에서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파업을 벌이고 있다. 스웨덴 10대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반쯤 민 머리와 클립으로 된 귀걸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툰베리가 전 세계를 돌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이, 악셀슨은 스웨덴에 남아 ‘청소년 기후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시사저널의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악셀슨은 “툰베리가 10대들의 억압된 분노와 슬픔을 일깨우는 도화선 역할을 해냈다”며 “한국 청소년들도 더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서고,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Moa Karlberg
ⓒ Moa Karlberg

기후 파업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나.

“기후 위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 않나. 그래서 환경을 위해 내가 일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처음 기후 파업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 뒤부터 차근차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더 큰 파업을 계획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기후 파업이 왜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청소년들은 ‘갑자기’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사실 기후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화가 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10대들은 본인의 힘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레타 툰베리가 청소년들의 ‘억압된 분노와 슬픔’을 푸는 도화선 역할을 해냈다. 이제 10대들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소년이 주도하는 시위와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시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10대들은 더 많은 돈이나 뭔가를 얻기 위해 파업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그래야만 하니까’ 거리로 나선다. 이게 가장 큰 차이 아닐까.”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이사벨 악셀슨(왼쪽에서 세번째)이 '기후 파업 시위'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Moa Karlberg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이사벨 악셀슨(왼쪽에서 세번째)이 '기후 파업 시위'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Moa Karlberg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어떤가. 청소년이 주도하는 시위지만 기성세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시위를 벌일 때 필요한 무대나 장비, 그리고 경찰의 보호를 받는 절차처럼 우리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청년 주도 운동이지만 주변 어른들이 기꺼이 도와주고 있다.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소년만의 힘으론 역부족이다. 기성세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힘이 모여야 한다."

청소년이 아직 의견을 내기에 ‘성숙하지 못하다’는 기성세대의 우려도 존재한다.

“그 묘사는 오히려 어른들에게 잘 어울린다. 우리는 충분히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 물론 해결책을 만들 수 없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과학과 얽힌 쟁점은 복잡하지만 해법은 명확하다. 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위는 정치인들에게 정신 차리고 행동하라고 말하는 ‘자명종’과 같다.”

한국에서도 청소년이 주도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파업을 시작하라! 피켓을 만들고, 친구들을 광장으로 데려오고, 법을 공부하고, SNS를 통해 문제를 알려라.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계속 던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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