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이라도 검사를 형사처벌 받도록 한 적 있었나”
  • 강일구 경찰 총경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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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직 경찰 간부 말하는 ‘검찰개혁’
“수사권 조정 등 법적 시스템 바꾸지 않는 이상 진정한 의미의 검찰개혁은 요원”

[편집자 주]

필자인 강일구 총경은 2011년 경찰청 범죄정보과 창립 멤버입니다. 범죄정보과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 윤아무개 전 용산 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담당했습니다.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강 총경은 증인으로 채택돼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강 총경은 수사권 조정 등 법적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진정한 의미의 검찰개혁은 요원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시사저널에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따라서 외부필자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수사 업무에 종사하면서 한 번도 검사를 형사처벌 받도록 한 적이 없다. 검사의 친인척도, 검사 출신 변호사도, 검사와 친한 사업가도 형사처벌 받도록 해 보지 못했다. 그들은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정의롭고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분들이어서 그랬을까? 경찰의 수사가 형편없어 그랬을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사람, 돈이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자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람이 있어도 검사와 그 주변 분들을 형사처벌 받도록 할 수 없었다. 경찰이 검사 관련된 곳들을 압수수색하는 것 자체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애초에 ‘형사처벌’은 어림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검사 접대하는 걸 보았다, 검사에게 당했다, 검사 누구에게 부탁했다 등의 진술은 이상하게 모두 하나같이 믿을 수 없고 신빙성이 떨어진다. 용기 내어 진술했던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 하나 못 받는 경찰 수사에 실망하고, 혹시 모를 불이익이 무서워 ‘그냥 없던 걸로 해 달라’ 한다. ‘검사를 어쩌지도 못하는데 진술하면 뭐 하냐’ 는 말은 너무 들어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다.   

검사는 현행범이 아닌 한 형사처벌하기 어려운 나라, 어쩌다 검사 하나 사법처리 하려면 온 언론이 들끓고, 정치권이 나서고, 대통령까지 말씀하셔서 아주 스페셜(special) 한 수사팀을 만들어야 하는 나라, 검사는 검사만이 형사처벌 할 수 있는 나라, 그게 지금 우리나라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사구조, 형사사법체계가 그렇게 생겼다. 

7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강일구(왼쪽), 장우성 총경 등 경찰 관계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7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강일구(왼쪽), 장우성 총경 등 경찰 관계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헌법,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검사나 검사 주변을 수사하겠다는 압수수색영장도, 검사를 체포하겠다는 영장도 검사가 청구해 줘야하는 것이다. 검사가 다른 검사 잡자는 영장을 쉽게 청구해 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검사를 대상으로 한 영장은 법원으로의 접근이 아예 차단돼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검찰이 필요한 영장은 어떨까? 청구권이 있으니 그냥 청구해서 받으면 그만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모든 권한(수사 개시·지휘·종결, 영장청구 등)을 검사에게 주고 있다. 검찰은 아무 때나 누구든지 수사할 수 있으며, 하다가 슬며시 그만둘 수도 있고, 혐의가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할 수 있고, 묻어두었다가 다시 꺼내서 할 수도 있다. 다른 기관을 시켜 수사하게 할 수 있고, 다른 기관이 하는 수사를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 검찰이 원하는 수사는 하고, 원하지 않는 수사는 못 하게 할 수 있으니, 검찰에 필요한 ‘법과 원칙’ 은 취(取)하고 그렇지 않은 ‘법과 원칙’은 버릴 수 있다. 

수사에 관한 권한에 더해 검사는 누군가를 형사재판에 세울 수 있고(기소권), 내키지 않으면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기소편의주의) 우리 형사사법구조에서 검사는 신(神)적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거역할 수 없는 ‘지상명령’이며, 검찰의 판단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절대적 권한을 가진 ‘검사’를 보통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통의 절차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가능할까? 살아있는 권력은 검찰이 수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살아있는 검찰을 수사할 기관은 우리나라에 없다.             

특별한 경우에 특별한 절차에 따르지 않으면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없는 존재가 누구를 무서워 할까? 권력은 짧고 검찰 조직은 영원한데 검찰은 어디에 충성할까? 검찰은 경찰도, 국세청도, 언론도, 국회도, 법원도, 심지어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부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개인에 충성할 까닭도 없다. 조직에만 충성하면, 검찰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공고히 지키기만 하면 지금 누리고 있는 특권적 지위를 계속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용차를 못 타게 하고, 밖에 내보낸 파견검사를 불러들이고, 특수부를 축소하고, 밤샘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들 ‘법’이 여전히 검사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있는데 검사의 절대적 지위가 흔들리기라도 할까. 검사에게 전권(수사, 기소, 영장)을 주고 있는 ‘법’ 을 바꾸지 않는 한 ‘절대군주 검찰’ 은 건재할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기소를 강제할 수 있게 하고, 검찰 외에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검사 조서의 절대적 증거능력을 없애는 등의 ‘법’ 개정을 동반하지 않는 ‘검찰 개혁’ 은 그저 잠깐의 눈속임일 뿐이다.

‘법’ 을 바꿔야 검찰을 개혁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 은 기형적으로 검사에게만 집중되어있는 권한을 분산해서 뭐든 검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형사사법구조를 ‘아주 조금’ 깨는 것일 뿐이다. 검찰을 막 그만둔 변호사나 검사와 줄 닿는 변호사를 살 수 있는 부자(富者)는 우월한 법률서비스를 받고, 검사나 검사와 친분 있는 자들에게는 국가의 형벌권이 무뎌지는 ‘법 앞의 불평등’ 에서 벗어나는 시작이다.

모든 것을 다 검사만 할 수 있게 하는 비상식적인 ‘법’ 과 거기 기생하는 생태계를 우리는 너무 오래 방치했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부작용은 변화하지 않았다가 느닷없이 맞닥뜨릴 거악(巨惡)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법 앞의 불평등’ 을 ‘법’으로 보장하는 터무니없는 비상식(非常識)을 이제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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