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는 정부가 신천지 잘 몰라 빚어진 참극”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0:00
  • 호수 158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천지 고위직 지낸 신현욱 목사의 '코로나19-신천지 사태'에 대한 쓴소리
“전산 압수수색해 대구 예배 참석자 전수조사해야”

기독교계에선 신천지를 가리켜 ‘근래 들어 공격성이 가장 강한 사이비 종파’라고 입을 모은다. 신천지의 정식 명칭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다. 다른 신흥종교처럼 신천지도 요한계시록을 중요시한다. 반사회적 종말론에 가치를 둔다는 뜻이다. 명칭인 ‘신천지(新天地)’도 요한계시록 21장 1절에 등장하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비롯됐다. 순우리말로 ‘새누리’다. 그들에게 신천지는 슬픔과 아픔 대신 행복과 영원한 기쁨만 있는 곳이다. 여기에 교묘하게 ‘애국주의’를 집어넣었다. 한국에 본부를 둔 신천지가 세계로 뻗어나가면 세계인이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날이 온다는 논리다. 종말론에 기초한 신앙관을 가진 탓에 신천지는 굉장히 폐쇄적이다. 맹목적인 추종을 강조한다. 그 실체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신현욱 구리 초대교회 담임목사(신천지 전문 구리이단상담소장)는 1986년 다니던 교회 담임목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신천지에 발을 담갔다. 신천지에선 지교회 전도사와 본부교회 청년회장, 본부 교육강사, 요한지파 새빛교회 담임교역자, 총회 7교육장까지 지냈다. 총회 7교육장은 전국 12개 지파의 감사와 교육을 책임지는 신천지 내 최고위직이다. 하지만 2006년 11월 이만희 교주를 향해 개혁을 요구하다 무위에 그치자 곧장 신천지를 나왔다. 그 이후에는 정통 기독교 목회자로 변신해 신천지의 심각성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신천지 전문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신천지가 공개한 신도 명단을 믿어야 하는가.

“그동안 신천지 쪽에서 주장한 성도 수가 24만 명이다. 그런데 이번에 21만 명의 명단을 제출했다고 들었다. 3만 명 정도 차이 나는데, 아마도 사회적으로 알려진 저명인사들, 다시 말해 드러나선 곤란한 사람들은 뺐을 것이다. 물론 많지는 않다. 또 신천지에서 해마다 교적 정리를 해 장기간 출석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적 처리하는데 그 작업을 하지 않고 묵혀뒀던 사람들을 이번에 뺐다면 얼추 21만 명이 맞다.”

신도들 중 유명인도 많나.

“다른 이단과 달리 저명인사가 많진 않다.”

 

“공개 명단에서 저명인사들은 뺐을 것”

신천지가 초기 보건 당국에 협조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조직의 폐쇄성에 있다. 신천지는 자기가 신천지라는 것조차 밝히지 않는 특성이 있다. 확진 판정을 받아도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래서 명단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협조를 필요로 하는 감염병이 신천지처럼 가장 폐쇄적이고 숨길 게 많은 집단과 만남으로써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도 신천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나.

“내가 신천지를 나온 다음에 생긴 일이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또 신천지는 육체의 영생을 믿는 집단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정도는 뭐’ 하고 덜 주의했을 것이다. 신천지는 조직 자체가 특수한 일종의 ‘별천지’ 같은 집단이다. 집단이기주의만 있다. 자기 조직 보호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자기가 신천지라고 드러내는 걸 제일 겁내고, 자기 때문에 조직이 피해 입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이들에겐 국가나 사회는 그다음이다. 신천지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곳이다. 신앙이란 이름하에 말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신천지 신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신천지 내에도 다양한 부류가 있다. 일부는 이번 일을 이만희 교주의 말대로 ‘마귀의 공격’이라 믿고 전의를 불태울 것이다.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신천지의 반응을 보면서 회의를 갖는 사람도, 탈퇴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말이다.”

이번 일로 신천지가 타격을 입을까.

“핵폭탄급이다. 지금 20만 성도는 붙들고 가겠지만 이번 일로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이 커지면서 포교에 큰 장애가 생겼다. 현재 신천지는 기독교인이 40%, 비기독교인이 60%다. 특히 비기독교인에 대한 전도는 너무 잘됐다. 작년에만 4만5000명가량 늘었다.”

성장 속도가 대단하다. 어떻게 했기에 가능했나.

“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많이 조심시킨다. 정보도 많고. 그래서 방향을 돌린 곳이 해외와 비기독교인들이다. 비기독교인들은 신천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다. 그래서 우리 단체(이단상담소)로선 비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신천지의 문제점을 알리는 게 큰 숙제였다. 이번 일로 우리 사회가 큰 고통을 겪는 건 안타깝지만 신천지의 폐해가 알려진 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사회 정서와 교세 성장 간에 연관성이 있을까.

“젊은 청년 대학생이 많다. 지금 취업 사정이 나쁘지 않은가. 사회가 힘들수록 종교는 호황이라고 하지 않나. 신천지는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치고 들어간다. 생각해 봐라. 취업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거기선 ‘조금 있으면 육체가 죽지 않고 새로운 세상이 오며, 왕 같은 제사장이 돼 세상을 통치한다’고 말한다. 공부·취업이 의미가 없겠지. 모두들 집단 최면과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

신천지 신도들은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데.

“신천지 신도라면 빨리 14만4000명을 채우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몸이 아프다? 아마 조직 분위기상 죄인으로 몰아갈 거다. 이만희 교주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 아픈 것도 죄라고. 신천지 신도들은 사람이 죽는 것도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전엔 죽으면 지옥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록이 아닌 사망록에 올라간다고 가르쳤다. 요즘은 교리를 바꿔서 ‘죽으면 천 년 후 부활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이는 특이한 예배 방식이 병의 전염을 키웠다고 말한다.

“신천지 예배실에는 의자가 없다. 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본다. 그러면서 예배 중 ‘아멘 소리’를 연발한다. 비말(飛沫)에 의한 전염은 그래서 된 걸 거다. 예배시간도 2시간 반이다. 아멘 소리를 10초마다 연발한다고 생각해 봐라. 신천지가 소극적으로 협조한 것도 문제지만, 정부도 ‘일반 교회처럼 협조해 주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게 이번 사태를 키웠다.”

얼마 전 일반 교회에 코로나를 전파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데.

“사실이 아닐 것이다. 다만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그런 일탈행위를 했을 수도 있다. 그들은 그걸 신천지에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위직으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신천지는 계급구조다. 북한 공산집단처럼 1인 독재, 절대권력이다. 맨 위에 총회장(이만희 교주)이 있고, 그 밑에 교육장이 있다. 지금은 달라져서 내가 나온 뒤부턴 교육장이라는 직책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총회장-교육장-지파장-교회담임-교육강사-전도사-부서-회장-총무-부장 이런 식이었다. 난 그때 이만희 교주 밑에서 모든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장을 맡고 있었다. 총회장이 1명, 교육장이 7명, 지파장이 12명이다. 신천지에서 나온 사람 중 지금도 내가 최고위직이다.”

신천지가 위험한 이유가 뭔가.

“그들은 사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드러나면 신앙생활을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신천지를 믿는다는 게 알려지면 포교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걱정하는 신도가 많다.”

‘추수꾼 포교전략’(일반 교회를 ‘추수할 밭’이라고 보고 신천지 신도를 보내 포교하는 방법)과 ‘산 옮기기 전략’(일반 교회를 신천지화시키는 전략), ‘가나안 정복 7단계’(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을 정복하듯이 일반 교회를 공략하는 전도법) 등 포교법도 독특하다.

“그걸 한마디로 ‘모략 전도’라고 한다. 모략이란 말은 성경에 나오는데 신천지에선 이를 왜곡해 해석한다. 성경이 말하는 ‘모략을 세웠다’는 것은 ‘하나님이 뜻을 정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신천지는 이를 ‘계략’ 같은 의미로 본다. ‘하나님도 모략을 쓰는구나. 그러면 우리도 모략을 쓰는 게 오히려 성경적이다’며 이를 합리화한다. 그래서인지 신천지에선 거짓말하고 남을 속이는 것에 죄의식이 없다. 신천지 사람들은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

그것 말고 또 다른 특징이 있나.

“목적을 위해 쓰는 수단을 모두 정당화한다. 조직에 누가 되는 게 죄지 거짓말에 대해선 죄의식이 없다. 정체가 드러날까 싶어 교주인 이만희도 욕하는 게 신천지 사람들이다. 연기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자기들을 가리켜 ‘천국 탤런트’ ‘하늘의 연극배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천사처럼 가장한다. 인간관계를 잘 활용한다는 말이다. 비기독교인들에게 감동을 줘 성경공부를 하게 만드는 걸 보라.”

2000년대 들어 급성장했는데, 정치권 비호가 있었나.

“2000년대 초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본격화됐다. 내가 신천지에서 활동할 때 신천지는 총회 차원에서 당비를 납부토록 하고 당원 가입도 시켰다. 노골적으로 선거 유세에 동원됐다. 이회창 총재가 대선후보 때 일이다. 이만희 교주는 이회창씨하고는 전주 이씨 종친이다. 고향도 TK(경북 청도)다 보니 기본 정치성향은 보수적이다. 예배시간에 정치적 발언은 잘 안 했고, 다만 행사 때 정치인들이 종종 참석했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전 한나라당 의원 A씨, 서울 강남권에 지역구를 둔 B씨, 거물급 친박 의원 C씨도 자주 왔다.”

2011년 11월20일 이만희 총회장이 서울 여의도에서 신천지 선교센터 교육생 6000여 명이 수료하는 서울·경기 연합 수료식을 열었다. ⓒ뉴시스
2011년 11월20일 이만희 총회장이 서울 여의도에서 신천지 선교센터 교육생 6000여 명이 수료하는 서울·경기 연합 수료식을 열었다. ⓒ뉴시스

“우한 신천지 신도 현황과 출입국 기록 필요”

중국 우한(武漢)에도 성전이 있다고 하던데.

“2009년에 우한에 교회가 설립됐고, 지금도 있다고 들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천지 신도들의 이동, 국내외 출입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 중국 성도가 제일 많다. 우한에만 300명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중국 우한에 있었던 신도들의 동향이라도 파악해야 한다. 중국 우한에 파송했던 전도자들 명단이 확보돼야 한다. 이 사람들이 중국 춘제(春節) 연휴 기간에 국내로 들어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난 그들이 국내로 와 대남병원(경북 청도 소재)에서 열린 이만희 총회장의 형 장례식에 참석했고, 거기에 또 대구 다대오지파 신도들이 참석해 바이러스가 전염됐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본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코로나19를 몰라서가 아니라 신천지라는 괴물집단을 몰라서 발생한 참극이다. 신천지를 여느 교회 같은 집단이라고 본 게 실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신천지를 잘 아는 전문가를 동원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뒷북만 친다. 지금은 커밍아웃하면 ‘어, 신천지였구나’라는 식이다. 예방은 확진 판정 전에 차단하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행정력을 동원해 신천지로부터 자료를 얻어내야 한다.”

신도 명부 말고도 또 뭐가 필요한가.

“굉장히 많다. 우선 중국 우한 신천지 신도 현황과 출입국 기록이 필요하다. 국내 신천지 지파 중 중국을 관할하는 곳이 서울 야고보지파, 과천본부(요한지파), 부산 야고보지파다. 우한은 부산 야고보지파 관할이다. 부산에서 파송한 명부라도 찾아야 한다. 그 사람들이 한국과 중국을 오간 기록을 추적해 보고, 또 대남병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관계 당국의 도움 요청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지금 대처하는 것을 보면 나 말고 다른 곳에도 도움을 요청한 것 같지는 않다. 대남병원에 갔던 신도 명단도 필요하다. 아마 그 자리엔 수뇌부들이 대거 참석했을 것이다. 12개 지파에서 10명씩만 가도 120명 아닌가. 영상도 확보해야 한다. 신천지는 군대 조직 같다. 모든 출석이 전산화돼 있다. 완벽하다. 문화부에서 찍은 영상을 확보하면 그날 그 자리에 누가 왔는지 다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한 다른 70여 개 교회 신도 명단도 중요하다.”

출결 사항은 정확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산 처리된다. 컴퓨터 데이터를 다 빼와야 한다. 명단 제출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예배 출결 사항이다. 아직 신천지에 들어가지 않은 예비신도들의 명단도 파악해야 한다. 길에서 속여서 취득한 개인정보, 복음방(교육기관) 교육생 명단, 센터 수강생 명단, 센터 교육 수료 대기자 명단도 확보해야 한다. 이 사람들은 이번 21만 명에 빠져 있다. 이 사람들도 신천지 사람들이 접촉한 이들이다. 전 지역이 힘들다면, 대구라도 파악해야 한다. 대구는 9300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다른 11지파 21만 명보다 더 중요한 게 신천지가 제출하지 않은 대구 지역 예비신도 명단이다. 난 그 수가 최소 1000명은 될 거라고 본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만난 사람들이 신천지 신도인 줄도 모른다.”

이만희 교주의 행방이 묘연하다.

“엄두가 안 날 거다. 이만희 교주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자기 체면상 신도들 봐서라도 사과하기 힘들 테고.”

 

☞‘신천지’ 연관기사

신천지 신도들은 왜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걸까        

‘코로나19’ 진앙 된 신천지의 속속 드러나는 거짓 해명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