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3대 악재②] ‘친문’이 야기한 여권 내 집안싸움
  • 송창섭·박성의·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4: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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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민주당에 불어닥친 3대 돌발 악재
코로나19와 함께 ‘反與 바이러스’ 확산…‘친문’ 내분에 ‘비례민주당’ 논란까지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처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의 명운이 걸린 21대 총선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한 개를 만나도 크게 가슴을 쓸어내릴 판인데, 무려 3개가 동시에 몰아쳤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일단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곧 사태가 종식되리라 장담했던 여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대책 마련에 거의 패닉 상태다.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애써 억눌러오던 민심에 자칫 기름을 부을 수 있는 휘발성을 갖게 됐다.

시스템 공천으로 아직까지 큰 잡음은 없지만, 개혁 공천이라는 감동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점 또한 여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매 총선 때마다 불거지곤 했던 여권 내 계파 갈등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들 조짐이다. 총선 판세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여당 내부에서 비례민주당 창당이 거론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민주당 앞에 놓인 3대 총선 악재를 집중 점검해 봤다.

①코로나19 사태 반전시킬 카드가 없다

②‘친문’이 야기한 여권 내 집안싸움

③실리도 명분도 다 잃을 ‘비례민주당’ 논란 

21세기 대한민국 정치권엔 평행이론(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 엄연히 존재하는 듯하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라서 그런 걸까. 정권을 잡은 여당은 언제나 지지율에 취해 오만과 독선에 빠지고, 야당은 오로지 여당 흠집 내기에만 골몰하는 게 우리 정치의 어두운 단면이다. ‘정권 심판’이네, ‘야당 심판’이네 등 그들만의 프레임 싸움에도 유권자는 신물이 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친박·비박 갈등에 휩싸였다면 21대 총선을 앞둔 지금 민주당에는 친문·비문 갈등이 터질 조짐이다. 친문 내에서도 청와대 출신을 중심으로 한 ‘친문 골수’와 ‘범친문’ 간의 갈등 조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올 1월21일 정치권에는 ‘민주당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 의원 명단’이라는 ‘지라시’가 나돌았다. 해당 의원실은 발칵 뒤집혔고, 당은 즉각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임을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컷오프시킨 현역 의원들 면면을 보면 당시 명단이 진짜 ‘사실무근’인지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현재까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컷오프 현역 의원에는 강성 친문계 의원보다는 비주류·비문계 의원들 수가 다소 많다.

8월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이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8월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이인영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가장 먼저 컷오프된 신창현 의원(경기 의왕·과천)은 추미애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정재호 의원(경기 고양을) 역시 안희정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두 사람 모두 당의 결정을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당시 지라시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현역 의원으론 세 번째로 컷오프된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 서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 의원은 당의 결과가 나온 직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보좌관 출신으로 지역에서 선거운동도 전혀 하지 않던 이장섭 예비후보에게 밀려 의도적으로 배제당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서울 강서을),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충남 아산갑), 박수현 전 대변인(충남 공주·부여·청양) 등은 본선 직행에 성공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민주당은 2월26일 밤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해 현역 의원 7명을 컷오프시켰다.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선 중진 의원 7명 중에선 2명만 통과해 사실상 ‘중진 물갈이’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지만 중진 다선 의원들의 대거 불출마를 이끌어낸 미래통합당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에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개혁 공천을 다분히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탈락한 이석현·이종걸·이춘석·유승희·심재권·신경민·권미혁 등 현역 의원 7명 중 재선 이상급은 하나같이 계파색이 옅거나 비문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될 경우 차기 유력한 국회의장으로 꼽혀왔던 이석현 의원(경기 안양 동안갑)이 대표적인 사례다. 친문계와 반목을 거듭했던 이종걸 의원(경기 안양 만안)과 손학규 당 대표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던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도 컷오프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심재권 의원(서울 강동을) 역시 이해찬 대표 밑에서 당 대변인을 하고 있는 강동구청장 출신 이해식 대변인에게 밀렸다. 유승희 의원(서울 성북갑)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성북구청장을 지낸 ‘친문계’ 김영배 후보에 패해 고배를 마셨다. 설훈(경기 부천 원미을), 이상민(대전 유성을), 윤후덕(경기 파주갑), 서영교(서울 중랑갑) 의원 등이 공천을 받았지만, 이 중 설 의원을 제외하고는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 이른바 ‘문빠’는 민주당에는 ‘양날의 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계기로 든든한 팬덤(fandom)이 돼 줬던 이들이, 총선을 앞둔 지금 당의 집안 살림에도 영향을 끼치는 ‘시어머니’가 돼서다. 이와 맞물려 당권을 장악한 이른바 ‘친문(親文)’ 지도부가 극성 지지자를 의식한 공천을 단행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비주류인 ‘비문(非文)’ 의원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20대 총선 전 불거졌던 진박(眞朴) 논란이 재연되는 듯한 모습이다. 인천과 대전 등 주요 광역시에 포진한 거물급 비문계 의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민주당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최근 김남국 변호사의 강서갑 공천 신청 파동에서 드러났듯, 친문 내부의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해찬 대표,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이른바 당 지도부 ‘3李’와 청와대 출신들 간에 미묘한 의견차가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 이번 공천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여권에 계파 갈등이라는 또 하나의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친문 패권주의’가 대두되면서, 과거 ‘친박 패권주의’ 탓에 선거에서 발목을 잡혔던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야권의 분열에도 친박 세력의 전횡과 ‘옥쇄 파동’ 등이 겹친 끝에 선거에서 패배했다. 유리한 선거 구도만 믿고 집안 세 다툼을 벌인 결과였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 역시 ‘2020년 민주당의 적은 민주당’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탓에 민주당에 고발당했던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민주당은 ‘민주 대 반(反)민주’라는 논리에만 매몰돼 당이 자기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분법적 정치 지형 안에서는 같은 진영 내 이견의 봉쇄, 밖으로는 배타적 적대만 지속될 뿐이다. 조금 더 다원화된 전선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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