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부산] 낙동강 벨트 중심 ‘북·강서갑’, 네 번째 리턴매치
  • 감명국 기자·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0 14:00
  • 호수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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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은 사상 유례없는 선거로 기록될 듯하다.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돌발 변수가 덮쳤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여야는 방역 대책으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공천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전에 없이 주요 인물들의 맞대결 양상이 속출하고 있다. ‘자객 공천’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회자되는 이유다. 민주당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자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를 이 지역에 맞붙였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구로을에 자리 잡자 양천을 지역구에 있던 김용태 의원을 이쪽으로 옮겨 놓았다. 통합당 나경원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동작을과 광진을에는 민주당이 이수진 전 판사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투입했다. 사활을 건 여야 정면대결 구도에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전국 주요 승부처 20곳의 현재 판세를 긴급 점검했다. 전국의 민심을 살펴보고자 각 지역의 이른바 ‘선거 1번지’로 불리는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했다. 또한 거물급 인사들의 맞대결 구도를 주목했다.  

■ 부산│북·강서갑

2월25일 오전 부산 구포대교 사거리.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선거사무실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유동인구가 비교적 많은 덕천교차로에는 박민식 전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의원의 현수막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길을 걷다 잠시 눈길을 줬다.

부산 북구·강서갑 선거구 첫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전재수 의원과 박민식 전 의원을 향해 87.0%라는 높은 투표 의향을 보였다. 두 명이 네 번째 리턴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은 이번 총선에 대한 북구·강서갑 시민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수치다. 이 지역은 낙동강 벨트 5개 선거구 중 하나다. 과거 선거에서는 주로 보수당 후보가 선택됐다. 보수당은 15대 이후 19대 총선까지 내리 5번이나 승리했다. 특히 18~19대 총선에선 박 전 의원이 이겼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전 의원이 의석을 차지한 데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이 지역 구청장마저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북구·강서갑 총선은 현재 전 의원과 박 전 의원 간 2파전이 유력하다. 전재수 의원은 재공천됐다. 만약 박 전 의원이 미래통합당 공관위로부터 공천을 받는다면, 18대 총선 이후 4회 연속 ‘리턴매치’를 벌이는 셈이다. 일단 첫 여론조사에선 전 의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1월28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북구·강서갑 유권자 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가상대결에서 전재수 의원은 51.4%를 기록하며 35.6%를 기록한 박민식 전 의원에게 15.8%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섰다. 20~40대는 60% 이상이 전 의원을 지지했고, 이에 반해 박 전 의원은 60대 이상에서 유일하게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당시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지역별로 ±4.3%포인트다. 

 

■ 부산 사상

‘문 대통령 상징’ 對 ‘대여 저격수’의 맞대결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는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 그리고 재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장제원 후보가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개표 결과가 말해 주듯 이들 세 후보 모두 3만에서 4만여 표 정도를 획득, 포연 자욱한 선거전의 열기를 대변했다. 결과는 4만2924표를 받은 장제원 후보의 신승이었다. 2위인 배재정 후보는 4만1055표를 얻어 1869표 차로 고배를 마셨다. 일대일 진검승부 양상으로 치러질 이번 선거는 어떨까. 배재정 전 민주당 의원은 지자체장, 시의원을 싹쓸이한 여세를 몰아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의 표까지 흡수해 압도적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의 국무총리 비서실장 출신 여전사 배 전 의원은 장인수 사상구의회 의장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하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4년 전 장 의원에게 1.6%포인트라는 초박빙 차이로 패한 아쉬움을 설욕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배 전 의원은 당시 세 결집에 실패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시의원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여세를 몰아 반드시 국회 입성에 성공하겠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장제원 의원은 2세 정치인이다.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둘째 아들로 사상구에서 대를 이어 3선에 도전하고 있다. 형이 동서대 총장이고 어머니는 재단 이사장이다. 그만큼 사상구에서 장제원 의원의 조직력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구도 속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한 장 의원은 양자 대결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대정부 저격수’ 이미지와 ‘문재인 정권 심판’을 슬로건으로 보수 세력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곳이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 대통령은 새누리당 최연소 여성 후보로 나선 손수조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대권 도전의 발판을 다졌다. 따라서 배 전 의원이 문 대통령의 상징성이 있는 이곳에서, 그것도 야당의 저격수인 장 의원과 어떤 승부를 펼치느냐는 부산 총선 전체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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