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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이선달, 나라땅 3천만평 ‘꿀꺽’
이석호씨, 충무공 유적지 ․ 학교 부지 등 ․ ․ ․ 지방의회 ‘땅찾기 협의회’ 결성
기사입력시간 [192호] 1993.07.01  (목) 김상현 기자  

전남 목포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통용되는 말 중 ‘이석호 땅을 밟지 않고는 목표를 다닐 수 없다’는 것이 있다. 이 말은, 적어도 무안 해남 신안 진도 완도 주민 사이에서는 하나의 공리로 통한다.

 지난 85년 파면될 때까지 33년간 목포 무안 해남 등지에서 세금공무원을 지낸 李碩鎬씨(63)가 ‘한국 제일의 땅부자’로 통하게 된 것은 70~74년 ‘국유지 일소 계획’ 때 직계 존 ․ 비속 및 친인척 명의로 수천만평에 이르는 국 ․ 공유지 대부분을 매입하면서부터였다. 흔히 ‘이석호 땅’이라 부르는 국유지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2천7백3천3백10평. 목표시(약 1천 4백만평)의 두배, 여의도 전체 면적의 11배에 이르는 규모다. 집계되지 않은 미등기 토지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3천만평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얘기다. 이석호 땅 가운데 실제 그의 이름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땅은 7만 2천여 평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맡딸(당시 16세 ․ 2백10만여평)과 둘째 딸(당시 14세 ․ 3백 10만여평) 셋째 딸(당시 11세 ․ 46만여평) 맏아들(당시 21세 ․ 군 복무중 ․ 2백 77만여평) 둘째 아들(당시 19세 ․ 1백7만여평) 등 자녀와 친인척 30여명 명의로 분산돼 있다.

서류 . 직인 변조, 공무원과 결탁 의혹
 광주지방검찰청 특수부(姜忠稙 부장 ․ 曹碩鉉 검사)는 이석호씨가 국유지를 매각 ․ 매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불법 ․ 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잡고 지난 4월 말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무부에 이씨 출국금지 요청만 해놓았을 뿐, 수사를 시작한지 2개월이 넘도록 이씨의 신병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조검사는 수사 상황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서 “언론 때문에 보안유지가 안돼 수사가 더욱 어렵다. 이석호측은 언론에 나는 수사상황을 보고 증거 인멸 작업을 벌이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은 검찰이 압수수색 ․ 주변인물 소환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하지 않고 수사하는 시늉만 낸다고 비판한다.

 이석호 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은 그 방대한 규모에 한번 놀라고 그 땅의 내역에 두 번 놀란다. 국도 1호선(목포시청 앞 일대) 충무공 유적지(목포시 달동) 옥암동 공동묘지 ․ 남해배수장 유수지(목포) 해남 학동공원 九階嶝(명승지 제3호 ․ 완도) 윤선도 사적지(완도군 보길면) 살록수림(보길면 예송리 ․ 천연기념물 40호) 무안 남산공원, 무안 청계지서 부지, 항만 부지, 철도 부지, 톱머리해수욕장(무안), 망운비행장 부지(무안), 진도 군강공원․ ․ ․. 이 일대 웬만한 유적지치고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드물다.

 특히 74년 사위 양규철씨 앞으로 불하된 망운비행자 부지 2만3천평은, 당시 관리청인 국방부조차 매각된 사실을 모르고 79~81년까지 토지 사용 주민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양씨는 74년 당시 군에 복무중이었으며 이씨 딸과 혼인한 것은 83년 7월이었다. 이씨가 매각대장과 서류를 변조했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씨가 세무공무원으로 있으면서 매각한 공공용지에는 1만3천평에 이르는 학교 부지 45개도 있다. 신안군에 있는 하의국민학교는 33년 12월8일 설립된 유서 깊은 학교이다. 그러나 74년 작성된 매각조사서에는 이 지역이 ‘토질이 박약하여 경작자 없이 방치된 재산’으로 돼 있고, ‘적용법규’란에는 ‘무연고 재산’이라고 적혀 있다. 다른 학교들도 사정은 같다. 국유재산법 4조에 따르면 학교 부지 ․ 유적지 ․ 공원 같은 행정 ․ 보존 재산은 매각할 수 없다. 현재 30개교의 매매계약이 ‘없던 일’이 됐고 15개교는 매매 해제를 추진중이다.

 이석호 땅 문제를 좀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건 시기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볼 필요가 있다. 제1단계는 이씨가 세무공무원으로 재직하다 국유지 매매계약서 위조 등의 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파면당한 85년까지이다.

 정부는 60년대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유지 일소 계획’을 세워 국유지 매각을 독려했다. 이석호씨는 70~74년에 해남 ․ 목포 세무서 등에서 관재 담당관으로 국유지 매각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씨는 이 때 ‘국유재산에 관한 사무에 종사 하는 직원은 그 재산을 취득하지 못한다’(국유재산법 14조)는 조항을 피해 친인척 등 타인 명의로 국유지를 싼값에 매입하거나, 점유자들에게 점유하고 있는 국유지를 매수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광주지방국세청 징세2계장’(이씨 자신) 명의로 보내 국유지를 판 뒤 이를 자기가 전매받는 형식으로 1천 2백만여평을 ‘일소’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씨는 이에 대해 “당시 일반인의 인식 부족으로 귀속재산이 잘 안 팔려 친인척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목포시의회 崔亨周 의원은 이씨가 “매각공고를 할 때부터 공공용지를 빼돌릴 생각을 한 것같다”라고 주장한다. 최의원이 근거로 내세우는 <전남일보> 74년 6월 22일자 국유지 매각 공고를 보면 동별 ․ 지번별로 일목요연하게 매각 대상지를 게재한 여수 ․ 광주 세무서와 달리, 목포세무서만은 관할 시 ․군 매각 대상 국유지를 목포시 ․ 신안군 ․ 무안군 등 순서없이 마구 섞어 나열해 놓았다. 더욱이 ‘무안군 삼향면 산 144 외 7칠’ ‘무안군 망운면 572의 45호 외 24필’처럼 매각할 재산의 소재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신문에 난 매각공고 토지보다 훨씬 더 많은 국유지가 매각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시 <전남일보>에 공고된 것은 목포시 2백40필지, 무안군 6백 81필지 등이었으나 실제 매각된 국유지는 목포시 5백 3필지, 무안군 3천 15필지로 공고한 것보다 2~5배가 넘는다. 이는 50만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만 일간지에 게재해 공매토록 한 당시의 예산회계법을 편법 적용해, 매각 대상 국유지를 50만원 이하로 묶음으로써 일간지에 공고하지 않고 관보나 게시판 공고로 매각 절차를 축소한 때문이다.

 문제는 절차만 간소화한 것이 아니라 국유지 매입 우선권이 잇는 연고권자에게 매각계획을 통보해야 하는 의무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성동산림계는 영림을 목적으로 성동리 대부림을 59~90년 말까지 무안군으로부터 빌렸다. 이 경우 국유재산법상의 연고권자는 마땅히 성동산림계이다. 그러나 74년 4월 목포세무서에서 일하던 이씨는 성동산림계에 통보도 없이 이 임야를 친인척에게 매각해버렸다.

 2단계는 파면 후부터 87년까지로, 국유지 소유권이전 등기를 통해 국유지를 자신 또는 친인척 명의로 확보한 시기이다. 그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76년 12월31일 이전에 거래한 토지는 미등기전매로도 명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국유재산법 시행령 부칙 덕택이었다.

 이씨는 이때까지 국세청으로부터 매각확인서를 발급받아 국유지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했으나 87년 이후 국유지 불법 매각 의혹이 증폭되면서 국세청이 등기 이전에 필요한 확인서 발급을 중단하자 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가 3단계이다. 이씨는 87년부터 최근까지 수백건의 소송을 국가에 제기해 대부분 승소, 지신이 국가 공무원으로서 매각한 국유지의 80~90%를 자기 친인척을 명의로 ‘되찾았다’.

 이석호씨는 범법 혐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가 자기 친인척들에게 매각한 국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87년 12월31일과 88년 1월4일에 사용한 광주지방국세청장의 직인은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직인의 글자 모양이나 테두리의 선 등이 얼핏 보기에도 진짜 직인과 표나게 다르다. 더욱 결정적인 사실은, 해당 서류에 광주지방국세청장으로 적힌 이영상씨가 이미 85년에 이임했다는 점이다. 87~88년에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는 안창식씨였다.

“이석호씨는 사정 대상이다”
 대법원 판례(‘87.12.12 ․ ’처분권 없는 국세청에서 산림청 관할 임야를 매각한 것은 무효‘)에 따라 원인 무효가 되는 신림청 소유 임야 8백여만 평을 매각한 것도 명백한 위법이다. 특히 당시 국세청이 국유지를 일괄 매각할 때 포함된 하천 ․도로 등 공공용지는 6개 시 ․ 군에 걸쳐 1백20만여 평이나 돼 流水權과 통행권을 놓고 주임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착오 매각했다‘는 국세청의 해명을 믿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많은 사람이 이석호씨가 혼자 힘으로 3천여만 평이이나 되는 국유지를 차지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비호 세력을 밝혀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남도의회 崔亨稙 의원(담양)은 “이석호씨는 사정 대상이다. 그가 나라땅을 제 마음대로 처분하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20년 넘도록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을 포함한 호남의 ‘4부’를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 85년 국유지 매매계약서와 등기서류를 위조해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해당 국유지의 재산권을 계속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관련 공무원과의 결탁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서류 위조 판결이 난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송리 국유지가 불과 3개월 전인 93년 3월13일 첫째딸인 이영숙씨 앞으로 소유권 이전된 것이다.

 또 완도군이 이씨의 장남 이평식씨 등 3명에 대해, 88년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온도읍 기용리 제방과 도로 1만4천평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으로써 미등기 ․ 등기 상타의 국유지에 대해 국가가 소송을 제기하면 환수가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그러나 무안군의 경우 남산공원을 되찾는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소유자에게 1억8천만원을 지불해, 국고 낭비라는 비난을 샀다.

 그동안 이석호 땅에 대한 민원 ․ 탄원은 수도 없이 제기돼 왔으나 해결된 것은 거의 없다. 최형주 의원은 지난 4월7일 이석호씨가 매각한 국 ․ 공유지를 찾을 목적으로 무안 해남 신안 진도 완도 등 6개 시 ․ 군의회와 함께 ‘우리땅 찾기 시 ․ 군의회 협의회’를 결성해 ‘이석호 불법 매각 국 ․ 공유지 환수 특별법’(가칭)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서명운동에는 6월17일 현재 5만 가까이 참여했다.

 이석호 땅 문제는 그 숲의 규모가 엄청난데다 나무들마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전모를 파악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문제의 토지들을 일일이 확인 ․ 검증하는 작업만도 여간 큰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묻어두기에는 내장된 부정부패의 덩어리가 너무나 크다. 이제는 새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음습한 비리의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TrackBack.php?idxno=2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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