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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금맥’, 한국이 캔다
기사입력시간 [1096호] 2010.10.20  (수) 페루 리마·이석 기자 | ls@sisapress.com  

남아메리카 페루는 자원 부국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 (FTA)을 체결해 새로운 경제 협력국으로 급부상했다. <시사저널>은 브라질과 함께 남아메리카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는 페루를 찾아 자원의 신천지를 찾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을 살펴보았다.  

   


페루 현지 시각으로 9월30일 오전 8시. 페루 수도 리마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을 달려 팜파 멜초리타에 도착했다. 5백12만m²(약 1백55만평) 규모의 페루 LNG 플랜트가 위치한 곳이다. 이곳은 페루 역사상 최대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다. 플랜트 건립에만 40억 달러가 들었다. 아마존 밀림에서 생산한 가스는 안데스 산맥을 관통하는 7천4백㎞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곳으로 옮겨온다. 이후 액화 공정을 거친 뒤, LNG선을 통해 미국 서부나 멕시코에 수출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현재 이 플랜트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플랜트 건설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었다. 두산중공업과 태광, 대경 등이 플랜트 설비를 맡았다. 주요 철구조물은 현대제철에서 공수했다. 액화된 가스를 수송하는 LNG선은 모두 10척. 이 가운데 다섯 척을 대우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 STX가 수주했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LNG 인수 기지를 건립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도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다. 배환 SK에너지 부장은 “페루 LNG 프로젝트 지분에 참여한 1차 목표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최근 해상 광구인 Z-46의 개발권을 획득했다. 유전 지분을 참여하는 것에서 직접 개발하는 데 나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원유의 개발(Z-46광구), 생산(아마존 유전), 운반(파이프라인), 가공(LNG 플랜트), 수출 등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현재 수도 리마에서 소비하는 가스의 100%, 페루 전체 소비의 95%를 SK에서 책임지고 있다. 유한진 SK에너지 페루지사장(상무)은 “유전 개발과 운송, LNG 플랜트 등에 지분 참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익이 상당하다. Z-46 해상 광구의 개발이 본격화되면 천문학적인 이익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SK에너지 페루지사는 지난해 3억 달러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매출 5억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사 직원이 모두 18명임을 감안할 때 1인당 생산성은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

천연자원뿐 아니라 내수 시장도 공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말라리아·황열 등의 우려에도 아마존 유전을 직접 찾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최회장은 그동안 페루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났다. 이상종 SK그룹 홍보실 부장은 “지난 2008년 11월 페루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개막식 때는 기조연설을 하는 가르시아 대통령을 직접 소개하고,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 투자를 통해 자원 영토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페루의 가능성은 자원뿐만이 아니다. 가전·자동차 등 내수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페루는 한때 ‘일본 천국’이었다. 일본계 이민 2세인 알베르트 후지모리가 지난 1990년부터 10년간 대통령으로 재직했다. 소니·파나소닉·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이 급속히 페루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점유율을 28%로 높이며 도요타를 추격하고 있다. 가전이나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 역시 삼성·LG 등 한국 브랜드가 휩쓸고 있다. LCD TV와 모니터, 냉장고 세탁기, DVD 등은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인다. 리마 중심가인 산이시드로의 쇼핑센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장이 가장 목 좋은 곳에 전시되어 있다. 반면 소니·파나소닉 등의 점유율은 10~20%대에 머무르고 있다. 

LG는 1990년대부터 페루에 진출했다. 점유율뿐 아니라 인지도 면에서도 일본 기업을 앞서기 시작했다. 대통령궁의 국무회의실과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LG전자 제품으로 도배될 정도로 정권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LG전자 페루법인의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진출 초기인 지난 1999년 매출은 2백만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은 100배가 넘는 2억5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페루 100대 기업에도 선정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올해에도 페루법인은 3억5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효권 LG전자 페루법인장(부장)은 “일본 기업은 시장에 안주했다. AS 개념도 없다. 그 틈새시장을 공격했다. 활발한 마케팅과 함께 서비스망을 촘촘하게 정비하면서 일본 기업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페루 회사인 로메로(Romero) 그룹에 판매를 위탁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자체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안중구 삼성전자 페루법인장(이사)은 “페루 시장은 최소 1억2천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법인 전환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를 재정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루에서는 처음으로 최근 자체 콜센터인 ‘해피콜’도 선보였다. 그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8월의 판매율은 현재 LG전자에 밀린 상태이다. 하지만 8월 결과로만 치면 LG전자를 앞선다. 모니터를 제외한 휴대전화 단말기, TV, 세탁기 등의 판매율이 1위를 차지했다. 안법인장은 “페루는 매년 6% 안팎의 고성장을 거듭하는 큰 시장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산적한 문제도 있다. 현지 기업인들은 페루 시장의 최대 걸림돌로 불안한 정치 상황을 지목한다. 그러나 주페루 한국 대사관 김완중 공사는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의 정치 상황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페루는 지난 2004년 이후 5% 이상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좌파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개방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한진 SK에너지 페루지사장은 “쉘이나 엑스모빌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경우 중남미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이 그 틈새시장을 파고들 경우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다”라고 제안했다.

   
▲ 페루에서 불우이웃 돕기에 직접 뛰는 한국 기업인들.
ⓒ이석

페루 국민들, 한국에 호감 ‘일색’

페루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페루는 남미 국가답게 축구가 인기를 끈다. 배구 또한 국민 스포츠로 꼽힌다.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이 전승 우승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페루 역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한국인 박만복 여자 배구대표팀 총감독이다. 박감독은 페루의 국민 영웅이다.

FTA 체결을 전후해서 한국 기업의 페루 진출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2억9천만 달러 규모의 페루 복합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기자가 현지를 방문할 당시에도 발전소 건설을 위한 선발대가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한국과 페루의 FTA 협상 타결도 한국 기업에 호재이다. FTA가 발효되면 9~17%에 이르는 높은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남미 진출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근 코트라 리마KBC 센터장은 “전통적으로 중남미 시장은 한국 기업의 진출이 더딘 편이다. FTA 체결로 페루가 중남미 진출을 위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루가 남미 자원 시장 진출 교두보 될 것”
한병길 주페루 한국 대사 인터뷰

한병길 주페루 한국 대사(사진 맨 왼쪽)는 페루와의 FTA 협상이 타결되어 한국이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페루에서 4만 배럴(일평균)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향후 국내 에너지 기업의 페루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페루가 한국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루와의 FTA 협상 타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렵게 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자원 부국인 페루에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향후 국내 기업의 투자 진출이 늘어나고, 인력 및 문화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한때 페루는 일본 일색이었다. 최근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 한국 제품의 디자인이나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 한국인 특유의 친화력과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도요타가 60% 이상 시장을 차지했다. 현재는 현대·기아차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FTA가 발표되면 국내 제품의 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페루를 거점으로 중남미에 진출하는 방법은?

국내 전자업계의 경우 브라질 등에 생산 공장이나 법인을 두고 있다. FTA가 발효되어도 매출에는 큰 플러스 요인이 없을 것이다. 대신 에너지 기업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페루에는 구리·납·주석 등 각종 광물 자원이 많다. 석유가스 등 에너지 매장량도 많아 SK에너지·한국석유공사·LS닛코 등 한국 업체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다. 페루와의 FTA 체결로 한국 에너지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우선 한국 기업의 페루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페루를 거점으로 중남미 지역 전체에 대한 시장 개척 모멘텀 또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내년 4월에 페루의 대선이 있다. 좌파 정권이 집권할 경우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2000년 들어 페루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페루 국민들도 개방을 통한 경제 성장 정책이 지속되기를 원하고 있다. 내년 4월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일부 중남미 국가와 달리 페루는 대외 개방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TrackBack.php?idxno=5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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