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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연봉’ 하은지 쇼핑호스트가 사는 법
소심함 극복 위해 이름 바꾸고, 판매 늘리기 위해 자격증도 따고…
기사입력시간 [1219호] 2013.02.27  (수) 노진섭 기자 | no@sisapress.com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하은지씨(37)는 대학 졸업 후 우연히 본 CJ오홈쇼핑의 쇼핑호스트 시험에 덜컥 붙었다. 당시 24세였던 그는 업계 최연소 쇼핑호스트였다. 초짜 쇼핑호스트 시절, 러닝머신을 판매할 때의 일이다. 그는 보조 쇼핑호스트로서 러닝머신에서 열심히 뛰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하씨의 체격이 조금 통통했는데, 선배가 ‘뚱뚱한 사람이 러닝머신에서 뛰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허리 진동 벨트 시연이나 하라’고 했다.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 방송 후에 펑펑 울었다. 그 일이 그를 담금질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12kg을 뺐다. 또, 소심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이름까지 바꿨다. “누가 내 이름만 불러도 주눅이 들 정도로 소심했다. 그래서 은혜라는 이름을 은지로 바꾸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28세에 결혼해서 종갓집 맏며느리가 되었다. 새벽에 퇴근하는 등 방송 시간에 따라 출퇴근이 들쭉날쭉한 탓에 자칫 좋지 않은 소문이 날 수도 있었다. 또, 남편은 영화감독 지망생이어서 하씨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이래저래 억척을 떨지 않을 수 없는 삶이었다. 하씨는 이런 삶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방송하면서 수다로 푸는 지혜를 발휘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속옷과 화장품을 파는 방송을 주로 담당했다. 결혼한 후에는 주방용품도 담당하게 되었다. 일곱 살과 네 살짜리 아이가 있는데, 출산 후에는 유아용품 등 거의 모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이나 결혼 여부에 따라 판매하는 제품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가씨보다는 아줌마가 잘 아는 제품은 분명히 있다. 제품을 잘 파악하고 제품을 소개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판매량은 큰 차이가 난다.”

   
ⓒ 시사저널 전영기
충동구매 막는 법은 ‘무료 체험 이용’

쇼핑호스트는 방송 전에 상품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쇼핑호스트는 제품을 사전에 사용해보지 않거나, 사용해보더라도 장점만 취한다. 방송을 위해 제품을 대강 훑어보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품질이 우수하지 않은 제품이라도 소비 심리를 건드리는 말로 시청자를 현혹한다. 그런 탓에 소비자가 쇼핑호스트의 심리전에 말려들어 제품을 사고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

“나는 주부이자 엄마로서 제품을 체험한다. 그래서 방송으로 소개하는 모든 제품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고 그 제품을 팔지 않을 수는 없다. 대신 시연을 과장되게 보여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돈가스를 만드는 주방 기기가 있었다. 돈가스용 고기를 통째로 넣었더니 잘 조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기를 잘 갈아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방송에서 했다.”

쇼핑호스트의 말을 듣고 충동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 자신도 소비자로서 충동구매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에 블로그를 만들었다. 자신이 방송으로 판매한 제품에 대해 솔직한 체험기를 올렸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을 적었다. “블로그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창구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점을 파악해서 방송할 때 그 점을 자세히 설명한다. 소비자도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고, 나는 판매를 올릴 수 있어서 좋다. 충동구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충동구매를 막으려면 무료 체험 기회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집으로 많은 제품이 배달되는데, 다른 제품의 포장을 뜯으면 안 되고, 무료 체험 제품만 개봉해야 한다.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 처리할 수 있다. 또, 방송에서 쇼핑호스트가 하는 말을 꼼꼼히 들을 필요가 있다. 제품의 단점을 찾아낼 수 있는 말이 숨어 있으니 잘 듣고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비 심리를 건드리기보다 제품 체험기가 제품 판매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하씨의 경험이다. 실제로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광고보다 입소문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하씨는 판매자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제품을 꼭 사용해본다. 염색약을 판매하기 전에 집안 어른들에게 사용해본 후 반응을 살폈다. 전동 각질제거기를 판매할 때에는 일부러 맨살에 하이힐을 신고 다니며 발에 각질을 만든 후 방송에서 자신이 직접 각질을 제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봉틀을 팔기 위해서 밤새도록 직접 재봉질을 하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파악했다. 동영상 자료 화면이 필요하다 싶으면 직접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해 방송용으로 사용했다.

“TV 홈쇼핑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해서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땄고, 아동용 책을 팔 때에는 구연동화가 효과적일 것 같아 구연동화 자격증을 취득했다. 재미있는 체험 방송 사례가 있다. 주서 기계를 팔기 전에 집에서 사과를 갈면서 시금치를 조금 넣었다. 그 주스를 아이들에게 주니 아주 잘 먹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자마자 주문 전화가 쇄도했다. 아이 엄마는 안다. 아이들이 시금치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웃음)

“이제는 아나운서 부럽지 않은 삶을 산다”

이런 노하우는 어디서 배울 수가 없다. 쇼핑호스트 선후배끼리도 경쟁자여서 판매 비결을 서로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TV 홈쇼핑에도 황금 시간이 있다. 공중파 채널의 인기 있는 드라마가 끝난 후 광고가 나가는 10분이 그 시간이다. 시청자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마침 그때 TV 홈쇼핑에 고정한 시청자의 시선을 최대한 잡아야 한다. 드라마를 할 시간에 10개 주문이 고작이라면 그 짧은 시간에는 100개 이상으로 주문량이 늘어난다. 하씨는 13년 동안 체험과 노하우를 쌓아 제품을 판매하면서 갖가지 기록 보유자가 되었다.

“TV 홈쇼핑에서는 한 번 방송으로 평균 2억원어치를 판다. 나는 주방기구를 파는 한 차례 방송에서 25억원어치을 팔아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한 쇼핑호스트가 30번 판매 방송을 하면 평균 2~3번 매진을 기록하는데, 나는 15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3천회가량 방송을 진행했다. 그동안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 고기도 갈 수 있다는 믹서가 생방송 도중에 멈춰서고, 마네킹 10개가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일도 경험했다. 그래도 쇼핑호스트가 천직이라고 믿는 하씨는 연간 1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번다. “쇼핑호스트 일은 양파와 같다. 매번 새로운 제품을 접하고 생방송이라서 긴장도 되지만, 묘미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아나운서 제의가 온다고 해도 전혀 응할 생각이 없다. 나는 천생 쇼핑호스트 체질인가 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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