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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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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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벽에 갇힌 '경제 권력자'
최근 이건희 회장이 1개월 만에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돌연 모습을 나타냈다. 2월 전경련 회장 추대를 앞둔 터라 이를 수락하는 행보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삼성의 최대 현안인 재용씨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훨씬 많다. 삼성으로서는 올해 33세인 재용씨의 경영 참여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정부와 재계의 암묵적인 동의가 필요한데, 이회장의 행보는 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차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는 재용씨가 올 2월 말 삼성전자 이사로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 2세인 이회장은 창업보다 더 어렵다는 수성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그가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은 1987년 말 15조원이던 삼성의 매출액은 지난해 1백20조원으로 늘어났다. 사상 최대 규모라는 지난해 순익도 그의 경영 능력을 드러내는 지표로서 손색이 없다. 이회장은 자신이 재단장한 삼성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겠지만,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승계 문제 못지 않게 그를 괴롭히는 것은 그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악소문이다. 인간적 면모가 알려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그를 '수수께끼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회장이 다른 경영자들과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의 집무실은 한남동 자택 근처 승지원이다. 삼성 본관에 모습을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회장은 취미가 '연구와 생각'이라고 할 정도로 감성과 행동보다는 사고에 치중하는 인물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는 이회장을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이회장은 열등감과 강박증 소유자로 보인다.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거나 일등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내적 열등감의 발로이다. 감정 개입 없이 사고와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강박증의 전형적 증상이다."

이건희 회장에게는 공적으로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사적으로는 인간적 면모에 대한 여론의 집요한 관심과 추적이 따라다닌다. 그가 한국의 '경제 권력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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