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정대철의 ‘끝없는 악연’
  • 나권일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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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비리 사건’ 때 구속·헌법소원 맞대결…당시 주임검사가 굿모닝시티 수사 지휘
검찰과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힘겨루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주)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2부는 굿모닝시티 윤창렬 대표로부터 4억2천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게 7월15일까지 검찰에 출두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정대표는 검찰이 제시한 날짜에는 출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대표가 소환에 계속 불응하면 법원으로부터 체포동의요구서를 발부받아 국회에 보낼 방침이다. 채동욱 서울지검 특수2부장은 “수사에는 원칙과 정도가 있을 뿐, 예외는 없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정공법을 천명했기 때문에 정대표가 끝까지 사법의 칼날을 피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대철 대표도 내심 오는 7월 말 검찰 출두를 예정해 놓고 있다. 정대철 대표와 채동욱 서울지검 특수2부장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채동욱 부장검사는 1998년 7월,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로 재직하며 ‘경성 비리’ 1차 수사팀 주임검사를 맡았다. 당시 채부부장검사는 수사팀에서 “경성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을 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내부의 이견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뒤 김태정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부실 수사라는 비판 여론에 시달리자 문영호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박상길 부장검사로 바꾸고 수사팀을 새로 구성한 뒤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와 김우석 전 건설부장관 등을 구속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당시 원칙 수사를 주장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던 채동욱 검사가 이번에는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채부장검사가 전권을 쥐고 있다.

검찰이 수사의 고삐를 죌수록 정대철 대표는 채동욱 부장검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998년 당시, (주)경성 대표 이재학씨로부터 4천만원을 받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었던 정대표는 당시 검찰 수사가 ‘표적 수사’였다고 반발했다. 경성 비리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정대표에게 일부 무죄가 선고되어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정대표측은 1999년, 경성 비리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을 상대로 ‘검찰이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고, 2001년 승소했다. 정대철 의원실 전종훈 보좌관은 “헌법소원에서 정대표가 승소하자 서울지검 특수부가 정의원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 채부장검사가 지금 벌이는 수사도 그런 감정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채동욱 부장검사는 정대철 대표측의 이런 주장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채부장검사는 1982년 사법시험(24회)에 합격한 뒤 형사부·특수부·마약부를 거쳤고, 1996년 ‘12·12, 5·18 사건 특별수사팀’에 참여해 노태우 전 대통령을 상대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은 ‘특수통’이다. 정대철 대표와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지만 개인적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렬 게이트’로 확산되고 있는 이번 사건은 송광수 총장 체제의 검찰이 청와대와 정치권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도하는 첫 번째 수사로 꼽힌다. 그만큼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도 크다. ‘나라 사랑’이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7월13일 대검찰청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수사팀이 부패한 정치 자금 모금의 관행을 바로잡아 검사들의 기개를 보여 주기 바란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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