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 “노무현 밀자니 DJ가 울고…”
  • 이숙이 (sooksisapress.com.kr)
  • 승인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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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구 주류 갈등에 ‘민심도 갈등’…무소속 출마 러시 이룰 듯
호남 민심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들다. 구시대 정치인을 확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DJ 버팀목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멈칫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영 마뜩치 않다가도 ‘그래도 우리가 만든 대통령인데’라며 힘을 실어 주고 싶은 모양이다. 욕심 같아서는 민주당 신·구 주류가 똘똘 뭉쳐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기를 바라지만, 민주당 사정은 그런 기대를 채워주기 힘든 형국이다.

이에 따라 호남 총선의 핵심 변수는 민주당 신·구 주류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무회의에서도 드러났듯이, 신·구 갈등은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따라서 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분당은 피하더라도 양측은 경선 과정에서 격돌할 것이고, 아예 딴살림을 차린다면 본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또 다른 변수는 무소속 러시다. 당내 경선 과정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또는 신·구 주류 싸움에서 어부지리를 노릴 경우 오히려 무소속 출마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도가 높고 경력이 있는 유력 후보라면 무소속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영남과 달리 호남은 이강래·박주선 등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한 이력이 있다.
총선 구도가 아직 불투명하지만, 지역구별 지형은 이미 신·구 주류와 무소속 간의 대결 구도로 짜이고 있다. 구주류인 김경천 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광주 동구에는 개혁 성향이 뚜렷한 이윤정 전 시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오랫동안 바닥표를 다져온 이씨의 약진으로 보기 드물게 여성간 대결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이영일 전 의원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도 유력 후보군에 들었다.

신주류 대표 격인 정동채 의원(광주 서구)은 한화갑 전 대표의 특보를 지낸 신현구씨와 DJ 정부 때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장홍호씨로부터 협공당하는 형국이고, 역시 신주류인 김태홍 의원(광주 북 을)에게는 동교동계인 이춘범 광주도시공사 사장과 오 주 전 광주시의회 의장, 최 진 전 청와대 국장이 경쟁자로 나섰다. 중도파인 김상현 의원을 상대하겠다고 나선 김재두 부대변인의 캐치프레이즈는 세대 교체다.

광주에서는 특히 이정일 전 서구청장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이씨의 한 측근은 “서구가 분구되면 좋고, 주변에서는 광산구를 권유하는 사람도 많다”라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지난 지방 선거 때 박광태 광주시장과 경선했던 이씨는 조직력이 탄탄해 대다수 후보에게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전남에서는 목포, 여수, 순천, 강진·완도에서 신·구 주류 대립 양상이 뚜렷하다. 김홍일 의원에게는 정대철 대표 측근인 민영삼 부대변인이, 김충조 의원에게는 이평수 수석 부대변인이 도전장을 냈고, 반대로 신주류인 김경재 의원과 천용택 의원에게는 각각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아태연구소 출신인 황주홍 건국대 교수가 도전장을 냈다.

김홍일 의원에 대한 지역 여론은 DJ에 대한 감수성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DJ 주변의 문제점이 불거지면 지지도가 떨어지고, DJ 계승론이 부각되면 지지도가 오르는 식이다. 해남·진도에서는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옥중출마설도 나오는데, 이 역시 DJ에 대한 여론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무안·신안에서는 때아닌 갑-갑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권노갑 전 고문과 가까운 이윤석 도의회 의장이 한화갑 의원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안 출신인 이의장은 ‘신안 출신에게 더 이상 대표성을 빼앗기지 말자’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전남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고흥이다. 여기는 친 노무현 세력이 정균환 의원 지역구(전북 고창·부안)와 함께 낙선 운동을 공언한 곳이다. 개혁당 장철우 변호사가 고시 선배인 박상천 의원과 일합을 준비하고, 13대 공천 때 박의원에게 밀린 신중식 전 국정홍보처장도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다.

신주류와 구주류 의원 수가 5 대 5로 팽팽한 전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신주류의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한때 지역구이전설이 나돌았던 정동영 의원은 3회 연속 전국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겠다며 지역구에 머무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분구가 예상되는 전주 완산에서는 이무영 전 경찰청장·김현종 전주포럼 대표 등이 민주당 공천을 노리고 있고, 개혁당 이광철 집행위원장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익산과 정읍은 현역 의원의 맞대결이 흥미진진하다. 익산에는 이 협 의원을 상대로 최재승·조배숙 의원이 공천 경쟁을 벌일 태세이고, 정읍에서는 김원기 의원 자리를 윤철상 의원이 넘보고 있다. 김태식 의원을 상대로 세대교체론을 펴는 김기만 전 청와대 비서관, 정균환 의원을 상대로 출사표를 던진 김경민 미래부창연구회장도 주목되는 신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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