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시민단체 힘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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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NGO’ 1~6위 휩쓸어
역시 시민단체의 힘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올해, 시민단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2위로 올라섰다. 부패한 정치권에 대한 대항마로서 시민단체에 대한 시민의 믿음은 확고했다. 낙천·낙선 운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에서도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아야 할 것 같다.

가장 영향력 있는 NGO(비정부기구) 조사에서는 시민단체가 다른 사회단체들을 압도했다. 참여연대(1위)·경실련(2위)·환경운동연합(3위)·총선시민연대(4위)·녹색연합(5위) 등을 비롯해 1위부터 6위까지를 시민단체가 휩쓸어 역시 ‘NGO의 꽃’은 시민단체임을 증명했다.

시민운동을 민중운동·재야운동의 대안 운동으로 보지 않고 이들과 연대하기를 주장한 참여연대는 시민운동의 이념 스펙트럼을 넓힌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후발 주자인 참여연대에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2위를 차지한 경실련도 저력이 입증되었다. 그동안 내홍을 겪었던 경실련은 이제 어느 정도 전열을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영향력 있는 NGO 지도자에 경실련과 관련된 사람이 4명(3위 유현석 공동대표, 5위 이석연 사무총장, 7위 서경석 전 사무총장, 9위 손봉호 전 공동대표)이나 뽑혔다.

경실련이 돋보이는 점은 선발 주자로서 시민운동가 사관학교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는 점이다. 일부가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경실련 출신 시민운동가들은 각계에서 활약하며 시민운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경실련에서 나온 사람들이 만든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인터넷 시민운동을 개척했고, 경실련에서 분리된 ‘환경 정의 시민연대’는 용인 지역 난개발 문제와 경인운하 환경오염 문제를 이슈화했다. 그밖에도 상아탑 안에 묻혀 있던 대학 교수들을 구체적인 사회 개혁 세력으로 끌어낸 것도 경실련의 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언론의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연합(3위)과 최 열 사무총장(2위)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열 사무총장의 재벌 기업 사외 이사 참여 문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친 셈이다. 여전히 환경운동연합과 최 열 사무총장은 그들의 ‘봉’인 행정 관료와 대기업 임원 집단에서 영향력 1위로 꼽혔다.

주한미군의 독극물 무단 방류 사실과 미군기지 터의 기름 오염을 폭로한 녹색연합은 영향력 5위를 차지했다. ‘시민단체 4대 메이저’로서 자존심은 지켰지만 장 원 전 사무총장의 성희롱 추문 때문인지 영향력은 한참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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