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온라인 매체, '종이' 틈새로 대약진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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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분야에 첫 진입… <조선일보> 수위 고수, <한겨레>는 ‘공신력’ 최고
‘제4의 권부’는 옛말인가. 언론 매체의 영향력이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존 매체의 영향력 후퇴 조짐이 뚜렷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면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에서 언론이 6위로 밀려난 것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10위권에 온라인 매체가 대거 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22.7%)과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2.7%)의 영향력을 각각 4위와 10위로 지목했다.

현정권 들어 <한겨레>의 ‘비판 정신 약화’를 지적하는 여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은 시민단체(43.0%)·정치인(24.0%)·문화예술인(25.0%) 집단으로부터 특히 공신력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41.1%), <한겨레>의 영향력(8위, 2.7%)은 다른 전문가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짜게 평가했던 ‘동업자’ 집단이 공신력에서만큼은 <한겨레>를 압도적으로 높게 평가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겨레>의 공신력에 대한 언론인들의 인지도는 30.4%로, 2위인 KBS(13.4%)와 두 배 넘게 차이가 났다(<조선일보>에 대한 공신력 인지도는 11.6%였다). 반면 행정 관료(25.7%)나 법조인(22.5%)은 KBS, 대기업 임원(25.7%)이나 교수·학자(24.2%)는 <조선일보>의 공신력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가장 상업적인 언론’으로는 SBS가 선정되었다(24.7%). <조선일보>(18.5%) <중앙일보>(14.9%)가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어떤 매체를 상업적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집단 별로 약간씩 차이가 났다. 곧 정치인 집단(44.0%)은 SBS, 언론인(33.9%)과 시민단체(41.9%)는 <조선일보>를 가장 상업적인 매체로 지목했다. “본격적인 사영(私營) 민방으로 출범해 나머지 공중파 방송사를 시청률 경쟁의 늪으로 빠뜨린 SBS나, 극우 반동성을 교묘한 논리로 포장하는 <조선일보>나 상업성에서 피장파장이다”라는 것이 ‘안티조선’ 상임대표와 ‘시청자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동민 교수(한일장신대·언론학)의 비판이다.지난 11년간 여론조사에서 온라인 매체가 순위권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매체가 순위권에 막 진입했으면서도 높은 지목률을 보인 것은, 불과 1년 사이 매체 환경의 변화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반증한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패러디 신문인 <딴지일보>가 0.2%라는 ‘상징적’ 득표율로 17위를 차지했었다(올해 이 신문의 영향력은 14위로, 3계단 뛰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뉴스를 제공하는 ‘야후 코리아’가 11위(1.4%)에 오른 것도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올드 매체’의 추락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이효성 교수(성균관대·언론학)의 지적이다. 온라인 매체가 기존 매체의 영향력을 잠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든 데는 한국 사회의 변화가 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즉 사회가 개방되고 민주화·다양화할수록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이 줄어듦에 따라 정치를 주된 이슈로 다루는 기성 언론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공신력 측면에서는 온라인 매체가 기존 매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시사저널>은 ‘가장 공신력 있는 언론 매체’와 ‘가장 상업적인 언론 매체’를 묻는 항목을 추가했다. 그 결과 영향력 있는 매체 4위로 떠오른 인터넷의 공신력은 8위(2.2%)로 나타나, 영향력에 비해 공신력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의 공신력 또한 소수점 이하(0.6%)로 집계되었다. 공신력 조사 결과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양상이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 이래 영향력 측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1∼3위 자리를 보전해 온 <조선일보>·KBS·MBC가 공신력 측면에서는 각각 3위(<조선일보>), 2위(KBS), 5위(MBC)로 처진 것이다. 대신 영향력 7위(9.7%)인 <한겨레>가 공신력은 가장 높게 인정받는 것으로 나타났다(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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