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인터뷰]“차기 대선 반드시 출마”
  • 정희상 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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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의원 인터뷰/지역주의 타파 위해 결심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장외에서 오히려 주가가 치솟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 지도위원이 짧은 방황을 끝내고 갈길을 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끝내 넘지 못한 지역주의의 벽을 기어이 넘어서겠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시사저널>을 통해 전격적으로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다소 빨리 차기 대권 전선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이유와 심정이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낙선한 이후 진로를 어떻게 잡고 있는가?

1990년 이후 내 정치적 과제이자 화두는 지역 대결 구도 타파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정치적 과제도 해결할 수 없다. 이번에 낙선한 뒤 한동안 정치를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차기 대선이 지역 구도 극복의 분수령이 되리라고 판단하고 다음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결심을 굳혔다. 대통령 되는 것이 욕심이라면 차차기까지도 고려하겠지만, 내 정치 인생의 중심 과제인 지역주의 타파는 차기 선거가 관건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차기 대선에 반드시 출마하겠다. 이를 위해 먼저 ‘출사표’를 내용으로 하는 책을 펴낼 계획이다. 우선 지역 대결 구도에 젖어 있는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가를 명확히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묻는 출사표이다.

현실적으로 민주당 후보로 나서야 하는데, 당내에 그런 의사를 밝혔는가?

이제 당에 제안할 생각이다. 먼저 ‘출사표’를 통해 국민에게 내 의지를 밝히고, 당에는 다음 대선 전략을 지역 통합주의와 지역 분열주의의 대결 구도로 잡아야 한다고 제기할 참이다. 다음 대권 후보는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해서 누가 동서 통합을 위해 헌신적으로 정치해 왔는가, 지역 구도 극복에 적임인 통합주의자가 누구인가를 기준으로 뽑아야 한다는 제안이다. 나는 영남 출신이지만 감히 지역 통합주의의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현상황에서 차기 대선 구도가 지역 대결 구도가 되리라고 예측하는 이유는?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 대표 없이도 지역 대결 구도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엿보았다. 다음 대선 구도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그런 지역 대결 구도가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구도는 영남 포위 구도와 호남 포위 구도의 대결이다.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세력 분포를 보면 그런 상호 포위 구도가 구축되어 지역 분열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 점을 우려하면서 다음 대권 전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겠다.

민주당 내에서 앞으로 경선을 거치게 될 텐데, 경선에서 탈락해도 대선 출마를 강행할 생각인가?

정치인에게 막말이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반대하는 지역주의 대결 구도로 대권 전선이 구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내에서 지역 통합주의 지도자론의 기치를 들 것이다. 대선이 2년이나 남은 현재 당에서 마치 누가 차기 대권 주자인 것처럼 미리 결정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본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당내 주자 중 여론조사로는 이인제 고문이 앞서고 있는데…

지금 각당 후보군을 평면에 놓고 여론조사를 벌여 나온 지지도는 얼마든지 바뀐다. 중요한 것은 당이 가진 결집력과 본선 경쟁력 등을 고려해 상대 후보와 1 대 1 구도로 시뮬레이션을 해서 나오는 경쟁력이다. 이런 점에서 본선 경쟁력 우위는 절대적인 후보 조건이다. 대의원들은 두 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어느 후보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 그리고 어느 후보가 꾸릴 한국 정치가 더 바람직한가이다. 나는 그 점에서 내가 상대적으로 적임자임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다음에 대의원을 설득할 것이다.

당내에서 김근태·김원기·한화갑 의원 등 중진과 교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두가 협력해야 하지만 그 분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기를 바라고, 거기에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자 한다. 경험으로 보면 그분들의 공통점은 신뢰성이다. 자기 말에 책임지려는 진지한 자세로 정치를 해왔고, 균형 감각과 공정성을 두루 갖춘 분들이다. 그 분들과도 깊이 상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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