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70% “개헌 필요하다”
  • 김종민 기자 ()
  • 승인 200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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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감, 이회창·이인제·노무현 순으로 지목
아직 예상하기에 이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6대 국회에서 개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당선자가 72.1%에 달해 필요없다고 밝힌 응답자(24.1%)보다 훨씬 많았다. 전문가의 경우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2.7%로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법조계(68.0%)·언론계(65.5%)·경제계(61.8%) 등 정치권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집단에서는 높게 나타났고, 학계(40.0%)·시민단체(36.4%) 등 비판적인 집단에서는 낮게 나타났다. 결국 정치권을 포함한 주류 집단이 개헌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반면 시민사회 쪽에서는 개헌 문제가 당리 당략에 좌우될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선호도 높아

구체적인 개헌안에 대한 선호도를 살펴보면 전문가와 당선자 모두 대통령제를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는데, 전문가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54.0%)를, 당선자는 대통령 4년 중임제(57.6%)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각책임제에 대해서는 자민련 당선자 대부분이 찬성했을 뿐, 민주당과 한나라당 당선자나 전문가 집단에서는 찬성 의견이 거의 없어 일단 김종필씨의 내각제 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듯이 보인다.

당선자의 응답을 소속 정당 별로 분류해 보면 한나라당 당선자의 경우 대통령 4년 중임제 선호 의견이 71.4%로 압도적이었고, 민주당에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찬성하는 의견이 49.3%로 현행 5년 단임제를 지지하는 의견(33.3%)보다 높게 나타났다. 선수(選數) 별로 보면 초선의 63.2%, 재선의 54.7%, 3선 이상의 53.0%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현행 5년 단임제에 대한 선호도가 20%대에 그치고 있는 데 비하면 꽤 높은 비율이다.

결국 당선자의 경우 소속 정당이나 선수를 불문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 선호도가 높은 편인데, 최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을 공개 거론한 바 있어, 2002년 대통령 선거 전에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하면서 보완책으로 부통령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제가 유지된다고 전제하고 2002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문가의 70.0%, 당선자의 45.3%가 응답하지 않아 차기 구도와 관련해서는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강했다. 당선자의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했지만, 이는 대부분 이회창 총재를 지목한 한나라당 당선자의 응답률(81.0%)이 높았기 때문이어서 종합적인 판단의 근거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계가 있음을 전제하고 응답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전문가들은 이회창·이인제·노무현·김근태 씨 순으로 지지 경향을 보였다. 분야 별로 보면 법조계 응답자 전원이 이회창씨를 지지했으며, 이인제씨는 경제계와 언론계에서, 노무현씨는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당선자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는 81%가 이 질문에 응답했는데, 그 대부분이 이회창씨를 지지(78.6%)했으며, 일부 응답자가 홍사덕·김덕룡 씨를 꼽아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회창 대세론이 일단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소속 당선자의 경우 32.0%만이 응답했고, 3분의 2가 넘는 68.0%가 응답하지 않아 민주당의 차기 구도는 아직 오리무중임을 암시했다. 민주당 응답자 32.0%의 지목률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인제씨가 18.7%, 노무현씨가 6.7%를 기록했고, 김근태·이수성·정몽준 씨도 일부 거론되었다

결국 차기 대선 구도는 이회창씨가 대권 가도에 순탄하게 진입한 반면 이인제씨의 경우 당내에서 일단 앞서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래가 불투명한 셈이고, 노무현씨가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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