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로든 정계 개편 있다”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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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현대리서치 공동 여론조사 의원 당선자와 전문가가 본 ‘16대 국회 과제와 전망'
새천년에 처음으로 열리는 16대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 ‘4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후진성을 면치 못했던 우리 정치가 새 천년을 맞아 한 단계 높이 도약할 수 있을까. 16대 국회에는 386 세대를 포함한 정치 신인들이 대거 진출했고, 시민단체에 의해 ‘정치 부적격자’로 몰린 구 정치인 상당수가 물러났다. 겉으로 보아 16대 국회는 면모를 일신했다. 과연 새로워진 면모만큼 내용도 바뀔까.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현대리서치와 함께 조사한 결과는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우리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전문가 그룹은 16대 국회가 15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행과 정쟁으로 얼룩진 15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절반을 넘었고, 그 결과 정계 개편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선자 대다수는 15대보다 원만한 국회 운영을 전망했다. 경제 개혁과 재도약을 향해 여야가 힘을 모으자고 목소리도 맞추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개원 전의 ‘부푼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정계 개편을 곧 닥쳐올 미래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16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현실 인식도 전문가들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전문가 “정치 개혁 먼저” 당선자 “경제 개혁 먼저”

새 천년에 처음으로 구성된 16대 국회가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의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문가 그룹은 정치 개혁(30.7%)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1류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인물만 바뀌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알맹이까지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 분야를 여전히 최우선 개혁 대상이라고 보는 전문가 그룹의 평가는 원칙적이고, 냉엄했다.

전문가 그룹 중 법조계(28.0%)와 경제계(49.1%) 인사들은 ‘경제 개혁과 재도약’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고, 노동계는 ‘계층간 갈등 극복’(38.2%)을 중요시했다.

반면 당선자들은 여야 모두 ‘경제 개혁과 재도약’(45.9%)을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하고 있다. 당선자 가운데서는 서울 출신들만이 정치 개혁(37.5%)을 경제 개혁과 재도약(31.3%)보다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했다.

16대 국회의 운영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당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당선자 대다수가 16대가 15대보다 원만하게 운영될 것(76.5%)에 동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당선자의 88.1%가 15대보다 원만하게 운영될 것으로 기대했고, 민주당 당선자 66.7%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전문가 다수의 의견(56.7%)처럼 16대 국회는 15대와 비슷하게 파행 운영될 가능성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 운영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등 야당 대표들이 이에 화답했지만, 여야 공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국회의장 선출과 상임위 배정 등 원 구성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의견 대립이 노출되고 있다. 정국 파행을 유도하는 지뢰가 곳곳에 깔린 셈이다. 이를 예감이라도 하듯 국회를 실질적으로 꾸려갈 재선 이상 의원들은 당선자의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67.9%만이 원만한국회 운영을 예측했다. 호남 출신 당선자는 아예 50.0%만이 이에 동의했다.

국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지 않을 경우 정계 개편 화두는 불가피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이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는데도 전문가(82.0%)와 당선자(81.8%) 대다수가 정계 개편은 ‘있다’고 응답했다. 정당 별로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기타 순으로, 선수(選數)로는 초선, 3선 이상, 재선 순으로 정계 개편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지역 별로는 강원·제주와 인천·경기 출신 당선자들의 정계 개편 체감지수가 높았다. 전문가 그룹 중 주로 정치부 기자들인 언론계 인사(96.4%)들은 거의 전원이 정계 개편은 ‘있다’고 예측했다.

정계 개편의 모습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야당이나 무소속 의원을 개별 영입하는 형태(42.3%)가 될 것으로 보았다. 전문가들 가운데 노동계ㆍ언론계ㆍ학계 인사들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공조를 재개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보았다.

당선자들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를 재개 가능성(45.3%)이 높다고 보았지만, 소속 정당에 따라 약간 차이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소속 정당에 따라 약간 차이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50.7%)와 자민련ㆍ기타 당선자(50.7%)들은 민주당이나 야당이나 무소속 의원을 개별 영입하는 식으로 정계가 개편될 가능성을 크게 본 반면, 민주당 소속 당선자(63.9%)들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재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설문에 응한 자민련 소속 당선자 8명 중 7명이 정계 개편을 예상하고 있다는 점. 이들 중 3명은 민주당과 자민련 공조 재개에, 4명은 민주당의 야당 의원 개별 영입에 높은 가능성을 두었다. 그러나 민주당 당선자의 16.4%가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데 비해 자민련 당선자 중 합당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국회의장 자유 투표로 뽑아야” 압도적

현안이 되고 있는 국회의장 선출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국회의원 당선자의 시각차가 두드러졌다. 전문가 대다수(79.0%)는 자유 투표로 국회의장을 뽑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분야 별로 살펴도 전문가 의견은 거의 비슷했다. 제1당에서 의장이 나와야 한다는 답변은 법조계(20.0%)와 학계(18.2%)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집권당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은 언론계(16.4%) 인사들에게서 많았으나, 자유 경선 찬성도에 비하면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대강 비슷하게 수렴되고 있는 반면, 당선자들은 소속 정당의 입장에 따라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의 60.7%가 제1당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민주당 당선자 66.7%는 집권당이 맡는 것이 순리라고 응답했다. 집권당안을 찬성한 한나라당 당선자는 1.2%, 제1당안을 찬성하는 민주당 당선자는 2.7%에 불과했다. 자민련·기타 당선자들은 자유투표안(54.5%)을 선호하면서도 제1당(0%)보다는 집권당(45.5%)이 맡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 투표가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 최근 민주당이 자유투표제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자민련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이한동 국회의장안을 고려한 바도 있어 주목된다.

초선들의 자유 투표 선호도(41.2%)가 재선(34.0%)이나 3선 이상(24.5%)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초선들이 소속 정당과의 이해 관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6대 국회에서는 이밖에도 의정 활동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5대 때부터 각당 소장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던 법안 및 표결 실명제가 16대 국회에서 정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듯하다. 국회 상설화, 국정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 등 이른바 빅4에 대한 인사 청문회 상설화, 크로스보팅 상설화, 법안 및 표결 실명제 등 15대 국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국회 운영 제도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 전문가와 당선자 모두 법안 및 표결 실명제에 60% 이상이 찬성했다.

이밖에도 전문가 절반 이상이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상설화해야 한다’(52.3%)고 응답했고, 당선자 중 절반 이상은 ‘국회를 상설화하고’(50.6%) ‘빅4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해야 한다’(54.1%)라고 응답했다. 크로스보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호응도가 낮았다. 이는 크로스보팅이 정당 정치 구조를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당선자 과반수가 표결 실명제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사안에 따른 크로스보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집단 중 언론계(58.2%)와 학계(56.4%) 인사들은 크로스보팅 상설화를 높게 지지했다.

국회 운영제도에 대한 정당별 선호도를 보면,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는 인사 청문회 상설화(83.3%)를, 민주당 소속 당선자는 법안 및 표결 실명제(68.0%)를 가장 우선시했다.
16대 국회 당선자들은 국내 정치사상 최초로 ‘시민·사회 단체의 검증을 거친 인물들’이기도 하다. 의정 활동을 검증하는 잣대가 마련되었고, 의원들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 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전문가 60.0%가 시민·사회 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시민·사회 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은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법조계(64.0%)와 언론계(61.8%)만이 시민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을 사안에 따라 허용하자고 주장했을 뿐, 대부분의 전문가 집단은 상시 활동을 지지했다. 특히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은 80% 이상이 ‘상시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당선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시민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 상시화에는 11.8%만이 찬성했고, 대다수(75.9%)는 사안에 따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금지해야 한다’(12.4%)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다른 사안에서 입장 차이를 많이 드러낸 당선자들이 유독 시민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에 대해서만은 정당이나 선수(選數)에 관계없이 의견 일치를 보였다.
16대 국회 당선자들은 국내 정치사상 최초로 ‘시민·사회 단체의 검증을 거친 인물들’이기도 하다. 의정 활동을 검증하는 잣대가 마련되었고, 의원들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 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전문가 60.0%가 시민·사회 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시민·사회 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은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법조계(64.0%)와 언론계(61.8%)만이 시민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을 사안에 따라 허용하자고 주장했을 뿐, 대부분의 전문가 집단은 상시 활동을 지지했다. 특히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은 80% 이상이 ‘상시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당선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시민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 상시화에는 11.8%만이 찬성했고, 대다수(75.9%)는 사안에 따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금지해야 한다’(12.4%)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다른 사안에서 입장 차이를 많이 드러낸 당선자들이 유독 시민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에 대해서만은 정당이나 선수(選數)에 관계없이 의견 일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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