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를 공격하는 겁 없는 신인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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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유시민·정형근·홍준표 등 ‘저격’ 노려
2004년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17대 총선이 있는 해이다. 이미 물밑에서는 치열한 득표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색깔 있는 프리즘’으로 총선 후보자들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다음호에도 이어진다. 12월17일, 경기 부천 소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저녁 6시부터 늦은 밤까지 무려 여덟 가지 일정을 소화했다. 2000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단단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는 김의원이지만 그는 요즘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을 되뇐다.

대표적인 ‘노무현 공격수’로 통하는 김의원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김만수씨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김씨는 1980년대부터 노대통령을 도운 대표적인 ‘386 측근’이다. 두 사람은 저녁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역 행사장에서 마주친다. 김씨는 “겉으로는 서로 웃으며 악수를 나눈다”라고 말한다. 돌아서면 불꽃이 튄다는 것이다. 김의원은 “김씨는 청와대가 나를 표적으로 삼아 내려보낸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부천벌 달굴 ‘문수와 만수의 대결’

김씨는 폭로 정치, 공격수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그가 구체적인 지역 현안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이회창의 후계자를 선택할 것인가, 노무현의 후계자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김의원은 ‘민생 정치’를 내세운다.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거전을 ‘이회창과 노무현의 대리전’으로 끌고 가려는 김씨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이 지역에는 김씨말고도 변호사인 민주당 조영상 위원장, 자민련 강태영 위원장, 심일선 개혁당 위원장, 류재구 전 시의회 의장, 홍인석 자연보호부천시협의회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김의원뿐만 아니라 이른바 공격수로 꼽히는 의원들이 ‘공격수를 공격하겠다’는 신진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공격수들도 할말이 많다.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불리는 홍준표 의원은 “나도 폭로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을 위해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내가 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사람만이 공격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공격수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00년 16대 총선 때가 상징적이다. 15대 국회의 대표적인 공격수는 한나라당 이신범 전 의원이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미국 호화 주택 구입 의혹 등 숱한 폭로전을 주도해 주목되었다. 그러나 그는 16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씨와 함께 맹활약했던 이사철 전 의원도 여의도에 돌아오지 못했다. 다가오는 17대 총선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까?

유시민 지역구, 출마 예상자 18명 넘어

‘문수와 만수의 대결’이 ‘이회창’에 대한 ‘노무현’의 거센 도전이라면, 경기 고양 덕양 갑 지역에서는 ‘노무현’에 대한 ‘최병렬’의 도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이곳 현역 의원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다. ‘노무현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유의원은 평소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이를테면 “최대표, 최대표 하는데 범죄 단체 대표도 대표라고 불러야 하느냐”라는 식이다. 현재 이곳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는 18명이 넘는다. 대표적인 ‘노무현 논객’ 유시민에게 도전장을 낸다는 상징성이 경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이국헌 한나라당 위원장, 손범규 변호사, 강석진 한나라당 부대변인, 강명용 민노당 위원장, 김기준 사회당 위원장, 문기수 하나로국민연합 위원장, 강재홍 고양교통문화포럼 대표, 이영희 동국대 교수, 조희천 전 <조선일보> 기자, 함진규 경기도의원, 안형호 한국환경운동본부 부총재 등이다.

주목되는 인물은 12월23일 이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상근 정책특보 이태규씨다. 항공대 총학생회장과 정치개혁시민연합 기획실장을 지낸 그는 한나라당의 몇 안 되는 기획전문가 중 한 명이다. 최대표나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과 수시로 만나면서 일관되게 ‘합리적인 보수 개혁 노선’을 추진해 왔다.

이씨는 “유의원이 말하는 개혁이 급진적이고 분열적인 개념이라면, 나는 합리적이고 통합적인 개혁을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식 개혁’에 맞서 합리적인 보수 개혁, ‘최병렬식 개혁’의 내용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김대중 정권 때부터 여권의 표적이 되어온 ‘폭로 전문가’ 정형근 의원(부산 북·강서 갑)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의원에게는 시인 노혜경씨가 ‘맞장’을 뜨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외대 겸임교수, 신당연대 부산 공동대표 등을 지낸 노씨는 “나쁜 것을 자극해 표를 얻고 기반을 다져온 정의원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라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그를 낙선시키겠다고 말했다.

정흥태 부민병원 원장, 대선 때 이 지역 선대위원장을 지낸 여창호씨, 자민련 노태석 위원장도 출사표를 던졌으나, 여권에서 거물을 내려보낼 것이라는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노혜경씨는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더 나올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 또 다른 공격수 허태열 의원은 윤원호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의 공격을 받고 있다. 부산 북·강서 을이 지역구인 허의원은 11월17일 국회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썬앤문측이 이호철 비서관을 통해 노후보측에 95억원을 줬다”라고 주장했다가 이비서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등 16대 들어 주목된 신진 공격수이다. 윤위원은 허의원이 2000년 총선 때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등 낡은 정치 행태를 보여 온 것을 유권자들이 냉엄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기간 당원을 천여명 확보했다며 허의원을 저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 지역인 서울 강서 갑에는 민주당 조재환 의원의 도전이 화제이다. 조의원은 30%가 넘는 호남표를 바탕으로 신의원을 흔들고 있다. 임삼진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 안 홍 안홍경제연구소 소장, 김도현 디지털사상계 대표, 백 철 자민련 위원장, 송상호 사회당 위원장, 김석영 농심원 대표, 열린우리당 조양익씨, 개혁당 정병석씨도 이 지역 출마 예상자들이다.

신기남·김경재도 만만치 않은 도전자 만나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대여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동대문 을)은 열린우리당 허인회 위원장의 추격을 받고 있다. 홍의원은 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되는 등 짧은 기간에 누구보다 많은 지역 현안을 해결했다며 수성을 장담하고 있다. 2001년 재·보궐 선거에서 홍의원에게 패한 뒤 설욕을 별러온 허위원장은 민생을 외면하는 폭로 정치와 희망·생활 정치의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덕렬 전 동대문구청장도 조직력을 바탕으로 홍의원을 위협하고 있다. 민노당 정주용 위원장, 자민련 권승욱 위원장도 뛰고 있다.

민주당의 노무현 공격수인 김경재 의원(전남 순천)에게는 광주·전남 신당연대 공동 대표인 열린우리당 안세찬씨와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순용씨가 도전하고 있다. 신택호 변호사, 정은섭 변호사, 이기우 민주헌정동지회 중앙회장, 김종수 한국성공학연구소 소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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