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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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여맨 보따리 풀자” 기업들 한마음
연구 개발비 앞다투어 늘려

삼성·LG·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 연말부터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에 목말라하는 정부에 화답한 성격이 없지 않지만, 2004년 경기를 밝게 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기업들은 경기가 좋아진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투자에 나서곤 했다. 대규모 과잉 투자가 화근이 되어 굴지의 기업들이 넘어졌던 광경을 목격한 뒤여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본디 투자는 경기 선행성이 강한 지표다. 대기업들의 2004년 투자 계획은 본격적으로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 선제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은 2003년보다 18% 늘어난 4조4천억원을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차세대 성장 품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생산 설비를 늘리기 위한 시설 투자에는 12% 늘어난 11조1천억원을 쏟아 붓는다. 시설 투자의 60%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집중할 작정이다.

LG도 2003년(7조4천억원)보다 투자를 늘릴 것이 분명하다. 8조원 이상이 연구 개발 및 시설 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LG카드 악재로 발목이 잡혀 그룹 전반의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현대자동차는 2003년(2조6천억원)보다 10% 가량 늘린 2004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

중견 기업들도 ‘확대 경영’ 전환투자에 수년간 소극적이었던 동부·코오롱·한화 등 중견 기업들도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조 조정에 치중하며 사실상 움츠러들어 있었던 중견 그룹들이 2004년을 확대 경영의 전환점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경기와 함께 가거나 뒤따라가는 투자 유형을 보여왔다. 대기업들이 앞서고 경기가 좋아지는 기운이 완연해지면 투자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다. 2004년 하반기께부터 중소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전망 기관들은 설비투자 증가율을 잘해야 9%대로 내다보고 있지만, 2002년과 2003년이 워낙 낮았다는 점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리라는 예측도 요즘 부쩍 강해지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기업들이 드디어 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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