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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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흐리다 차차 맑음
질과 양 모두 악화…서비스업 회생 여부가 관건

보통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일자리다. 빈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결론부터 말해 2004년에 일자리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날 공산은 크지 않다. 우선 2004년에 5% 이상 성장한다고 해도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부문이 정보 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일부 대기업인 탓이다. 정보 기술 산업은 고용 흡수력이 낮은 대표적 분야다.

관건은 경기 회복세가 내수 부문인 서비스업으로 옮아갈 것인가이다. 상대적으로 사람을 많이 쓰는 분야인 서비스업이 살아나야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출과 정보 기술 산업,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해도 경제 회복세가 완연해지면 서비스업에도 전염 효과가 나타나기는 한다. 하지만 소비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큰 폭의 고용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서비스업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 소비 침체이기 때문이다.

2003년 3/4분기께 경기가 바닥을 쳤고 실업률이 3%대에서 큰 변동이 없는데도 외환 위기 시절보다 더한 불황감을 떨치지 못하는 까닭은 일자리 때문이다. 2003년에 일자리 4만개가 줄어들었다. 2002년까지 매년 30만∼4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점에서, 일자리의 양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임금 양극화와 고용 양극화가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임금 분포가 저임금층과 고임금층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중간 임금층이 빠르게 저임금층으로 떨어진 반면 고임금층이 급격히 늘어나, 중간 임금층이 두터운 항아리형 분포도가 깨지고 있다.

청년 실업은 상당 기간 계속될 듯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이 악화한 것은 일자리의 양극화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새로 늘어난 일자리를 임금 수준에 따라 10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상위 30%와 하위 30%의 직업에서는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반면 중위권 직업에서는 거의 정체 상태다.

고용층을 연령 별로 분석하면 청년 실업이 왜 크게 늘어났으며, 그것이 왜 경제· 사회 불안의 뇌관이 되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있다. 2003년 11월 현재 청년(15∼29세) 실업률은 8%. 청년 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취업자의 53%가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등 고용의 질도 좋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청년 실업은 구조적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이들은 ‘베이비붐 에코’(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서 절대수 자체가 많다. 더 중요한 요인은 노동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이다. 대졸자가 원하는 ‘근사한’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데다 현장과 괴리된 교육 탓에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특징이 있다. 2004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진다 해도 일자리는 시차를 두고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2004년 고용 기상도가 ‘흐리다가 점차 맑음’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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