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으로부터 탈출 멀지 않았다
  • 安殷周·高濟奎 기자 ()
  • 승인 200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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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방지 연구 활발…‘늙지 않는 약’ 속속 등장
미국에서는 몸에 바르면 근력과 성욕이 강해지는 신약을 여름에 출시한다. 필라델피아 주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학센터 연구진은 불판 위의 낙지처럼 오그라든 근육을 팽팽하게 펴줄 근육 강화 백신을 개발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쥐 실험을 통해 20% 이상의 근육 강화 효과를 입증한 이 백신은 한 번만 투여하면 효과를 볼 수 있어 이제까지 사용된 어떤 것보다 성능이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병아리·제브라피시 등 여러 동물이 귀가 손상되었을 때 스스로 청(聽)세포를 재생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인간의 청세포를 재생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근육 강화 백신 상용화 앞둬

이런 추세라면 ‘10년만 젊었어도…’ ‘마음은 10대, 몸은 70대’ 따위 말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 ‘삼손의 머리카락’에서 ‘뽀빠이의 시금치’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힘’을 유지해줄 비술에 사로잡혀 온 인간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노화를 완전히 차단하는 기적의 요법은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현대 의학은 아직 노화를 주재하는 유전자를 알아내지 못했다. 세계적인 노화학자들조차 ‘노화는 사람마다 조직마다 제각각 다른 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뚜렷한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노화의 원인을 밝혀내야 ‘불로장생’ 꿈은 현실화할 수 있다.

다만 노화학자들은 가능성 있는 가설을 세우고 산발적으로 노화의 원인과 방지법을 연구할 뿐이다. 현대 의학에서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두 가지이다. 노화가 유전적으로 이미 예정되어 있다는 유전설과, 기계를 오래 쓰면 망가지듯 유전자와 신체 기관 손상이 노화를 부른다는 소모설이다. 두 가지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분자 수준에서부터 몸 전체에 이르기까지 노화가 진행하는 원인과 억제 방법에 관한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노화 가설 중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텔로머라제 이론과 ‘유해 산소설’이다. 분자생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생물체는 유전자에 텔로미어라는 수명 시계를 가지고 태어난다. 짧은 단백질 사슬인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다가 어느 길이 이하로 줄어들면 세포가 분열을 멈추면서 노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암세포는 늙지 않고 끝없이 분열한다. 암세포 내의 텔로머라제라는 효소가 세포 분열로 줄어든 텔로미어 길이를 다시 늘려 주기 때문이다. 성장한 세포에서는 이 효소가 생산되지 않아 텔로미어가 줄어들어 노화가 진행되지만, 암세포에서는 이 효소가 계속 분비되어 세포를 늙지 않게 만든다.

노화 이론, 텔로머라제설·유해 산소설로 나뉘어

이한웅 교수(성균관대·생명과학연구소)는 쥐 실험을 통해 텔로머라제 유전자만 없고 다른 기능은 모두 정상인 생쥐를 만들어 텔로머라제가 인간의 노화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생쥐는 신체의 절반이 전형적인 노화 증상을 보이다가 겨우 17개월 만에 죽었다. 그러나 텔로머라제는 노화의 보편적인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텔로머라제 하나만으로 노화의 비밀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박상철 교수(서울의대·생화학교실)는 “노화와 관련된 수많은 유전자를 모두 밝혀내고, 이들의 상호 연관 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노화의 비밀을 낱낱이 밝힐 수 있다”라고 말한다.노화 이론, 텔로머라제설·유해 산소설로 나뉘어

이한웅 교수(성균관대·생명과학연구소)는 쥐 실험을 통해 텔로머라제 유전자만 없고 다른 기능은 모두 정상인 생쥐를 만들어 텔로머라제가 인간의 노화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생쥐는 신체의 절반이 전형적인 노화 증상을 보이다가 겨우 17개월 만에 죽었다. 그러나 텔로머라제는 노화의 보편적인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텔로머라제 하나만으로 노화의 비밀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박상철 교수(서울의대·생화학교실)는 “노화와 관련된 수많은 유전자를 모두 밝혀내고, 이들의 상호 연관 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노화의 비밀을 낱낱이 밝힐 수 있다”라고 말한다.

유해 활성 산소가 산화해 유전자 및 신체 기관이 손상됨으로써 노화를 촉진한다는 이론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통해 조금씩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국제노화학회장인 덴함 하만 박사(미국 네브래스카 의대)가 주창한 ‘유해 산소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유해 산소설은 생체가 부득이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유해 산소들이 세포 손상을 일으켜 노화를 부른다는 것이다. 하만 박사는 여러 가지 약물이나 물질을 섭취해 유해 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줄이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여 유해 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법도 제안했다. 유해 산소설과 비슷한 ‘산화 스트레스 학설’을 제기한 유병팔 박사(텍사스 주립대학 의대)도 체내로 들어온 산소에서 생성되는 독성 산소와 독성 물질이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토대로 개발된 노화 방지 치료법은 일정 정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유해 산소설 같은 소모론은 조로증처럼 유전자로부터 진행되는 노화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게놈 프로젝트에서 노화 유전자가 밝혀져야 노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 의학과 달리 동양 의학에서는 노화를 자연 현상으로 간주하여 자연과 기의 조화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철완 한의학 박사(한국노인병연구소장)는 “한의학에서는 노화를 자연 현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노화에 대한 개념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자연적인 노화 외에 부분적인 노화가 질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경계하여, 노화가 초래하는 질병 치료에 주력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노화의 근본 원인이 신장 기능 저하 때문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어 한의학계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 화샨병원 의학연구소 센지인 박사는 신장 기능 저하가 노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며, 신장 기능을 보강하면 신경계·내분비계·면역계 등 신체의 3대 메커니즘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질병과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양식 원장(김양식 한의원)도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신장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약 등을 통해 노화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녹용·동충하초·음양곽 같은 보약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인 처방전이다”라고 말한다.“현재까지는 칼로리 감소와 운동 요법이 최선책”

노화 유전자에 대한 연구와 달리 장수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꽤 진척된 편이다. 마이클 로즈 박사(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팀은 초파리 가운데 오래 사는 개체들을 선택하는 과정을 되풀이해 수명이 30% 이상 연장되는 장수 초파리를 얻었다. 마셜 자진스키 박사(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팀은 효모에서 장수 관련 유전자를 10여 종 분리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노화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보는 것이 최근의 시각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의 33개 주요 기술 목록에 노화 방지 관련 약품을 끼워 넣었고, 미국에서는 2005년까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10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노화 방지 제품 개발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노화 원인을 규명하는 기초 의학보다는 노화 방지를 위한 약품이나 처방을 개발하고, 치료법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편이다. 노인성 질환은 물론 남성 갱년기 치료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클리닉도 늘어나고 있다.

동물 수명을 150~180세까지 연장하는 데 이미 성공한 과학자들은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100년 동안 젊게 살 수 있다고 예측한다. 생체 의학 정보가 3.5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약 20년 후인 2020년에는 노화와 노화의 역전에 관한 정보도 지금보다 64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화 방지 의학의 혜택을 받으려고 수십 년을 더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이미 노화 방지 의학은 수천 명의 삶과 건강을 개선시키고 있다.1993년 의사와 학자를 중심으로 설립된 미국노화방지학회는 ‘노화는 지연시킬 수 있고, 예방이 가능하며, 심지어는 역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늘날 이 학회 소속 30여개국 7백여 학자를 중심으로 노화 방지 혁명이 서서히 파급되고 있다.

노화 방지 의학의 목적은 단순히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대한노화방지학회 배철영 이사(분당차병원 노인병클리닉 소장)는 “노화를 치료한다는 말은 신체의 여러 기능을 체계적으로 회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노화 시작을 지연시켜 모든 사람에게 중·장년기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노화 방지의 목적이라는 이야기이다.

현재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호르몬·영양 보충, 고단위 항산화제와 비타민 처방, 개인별 운동 프로그램 그리고 개인적 태도의 변화 등이다(84~85쪽 딸린 기사 참조). 호르몬 보충법은 노화 과정에서 줄어드는 각종 호르몬을 추가 공급함으로써 젊음을 되살리는 방법이다. 고단위 항산화제와 비타민 요법을 사용하는 까닭은 ‘유해 산소설’에서 가정한 노화 과정을 되돌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노화 연구를 통해 밝혀진 가장 확실한 노화 방지법은 두 가지뿐이다. 모든 노화학자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확실한 노화 방지법은 적절한 영양 공급과 알맞은 운동뿐이다. 나머지 요법은 부작용이 생기거나 개인마다 효과가 달라서 학계에서 결론 내리기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세계적인 노화 연구기관인 미국 국립 노화연구소장 리처드 호디스 박사는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동물 실험에서 노화 방지 효과가 완전하게 입증된 것은 칼로리 감소와 적절한 운동 요법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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