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금성 독점 인터뷰]"언론들, 소설 쓰고 있다"
  • 김 당 기자 ()
  • 승인 199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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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서 인터뷰/“암호명 흑금성이 정확”
지난 3월22일 일요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기자는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단독으로 흑금성을 만났다. 비교적 여유를 찾은 그는 안기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다.

당신의 신분에 대해 여러 설(說)이 난무하고 있는데, 본인의 신원을 확실히 밝혀 달라.

충북 청주 출신이고 93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했다. 군에 있을 때는 국군 정보사에서 대북 특수 임무를 수행했고, 제대 후에는 안기부의 특수 공작원으로 일해 왔다. 신분을 더 자세히 밝힐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

언론의 ‘이중 간첩’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웃으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만, 첩보 공작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추측 보도가 나온 것 같다. 그런 용어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는 국가의 명을 받고 활동했지만 저쪽(북한)이 보기에는 포섭된 것이다. 이처럼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단, 나는 국익을 위해 조직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언론은 당신을 흑금성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고인돌이라고 하고, 최근에는 흑금성이 공작원 명칭이 아니라 공작이나 공작팀에 붙인 암호명이라고 보도하는데, 어느 것이 맞나?

(내 암호명은) 흑금성이 맞다. 어느 나라나 특수 공작은 팀으로 움직이지 않고 철저히 점(點)으로 움직인다. 침투 타격 같은 단기 공작의 경우 공작팀에 암호명을 붙이기도 하지만, 장기 특수 공작은 개인 별로 움직인다. 물론 공작원의 암호명은 공작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상부가 붙이는 것일 뿐 공작원 본인도 모른다. 문서에만 기록되는 것인데, 그것이 신문에 공개되는 바람에 나도 신문을 보고 (내가 흑금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기부 문건을 보면 흑금성 공작이란, 권영해 전 부장이 지난해 흑금성을 통해 당시 야당 후보측과 북한측을 연결한 뒤에 이를 북풍 공작으로 활용하려 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결과적으로 볼 때 그렇다. 위(안기부 수뇌부)에서는 그런 공작 개념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ㅎ신문(3월19일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동안 북한·국민회의·한나라당의 관계 속에서 한 중앙에 서 있었다”라고 한 말은 무슨 뜻인가?

우선 나는 어떤 언론하고도 인터뷰한 적이 없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내가 안기부에 들어가 있는 날에도 나를 인터뷰한 것처럼 썼다.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 수십 가지나 되어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언론이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내 일로 당하고 보니 기가 막힌다. 당사자를 만날 수 없으면 제3자를 통해 최소한의 확인 절차라도 밟아야 하는데,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소설들을 쓰고 있다. ㅎ신문 기자는 만난 적이 있다. 아자(박채서씨가 전무로 있던 광고회사) 광고사업 때문에 알게 된 그 기자가 진을 치고 있기에 들어와서 차나 한잔 마시고 가라고 하면서 인터뷰할 수 없는 사정을 말했다. 그런데 말한 적이 없는 얘기들을 멋있게 정리했더라. 인터뷰한 것처럼 사진까지 박아 놓았는데, 그 사진은 전에 광고사업 홍보할 때 찍은 것이다.

당신은 지금 안기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가, 조사를 받고 있는가?

보호도 받고 조사도 받고 있다. 안기부는 조사라고도 하고 사실 확인이라고도 한다.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고 있다면 내가 이렇게 나와서 김기자를 만날 수 있겠는가?

본의는 아니지만 당신의 신분이 드러남으로써 아자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정말 안타깝다. 새 정부가 출범해 남북한 간의 분위기도 좋고, 최초의 남북 사회문화협력사업(아자의 광고사업)이 성사된 때에 이런 일이 터져 정말 아쉽다. 그러나 그들은 순수한 남북 경제 협력 사업가들이다. 통일부도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아자 광고협력사업은 유효하다고 유권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일과 관계 없이 협력사업이 잘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의 안기부 정보 보고에 따르면, 김정일 총비서를 면담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과연 만났는가?

(빙그레 웃으며) 상상에 맡기겠다. 너무 예민한 부분이니 ‘노 코멘트’한 것으로 해 달라.

(그는 김정일과의 면담 여부보다는 자신이 접촉했던 북한측 라인이 다칠까 봐 더 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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