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대 나이키, 또 다른 축구 전쟁
  • 파리·李哲鉉 기자 ()
  • 승인 199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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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스포츠용품 시장 놓고 아디다스·나이키 ‘프랑스 대회전’
월드컵 열기에 휩싸인 프랑스 파리 중심부 트로카데로 광장과 에밀 앙트앙 축구 경기장에 가면, 또 다른 월드컵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프랑스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부터 전세계 39개국에서 50개 팀이 참가한 미니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12∼15세 어린이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4 대 4로 벌이는 이 축구 경기를 주관하는 업체는 세계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인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이 행사를 위해 에펠 탑과 트로카데로 광장 사이, 그리고 에밀 앙트앙 구장에 아디다스 축구공원을 차렸다.

아디다스가 이 행사를 주최하는 데 들인 예산은 백억원 가량. 아디다스는 대형 멀티비전과 인조 잔디 구장을 비롯한 여러 시설을 갖추었다. 전세계 5백명이 넘는 선수단의 체류비도 제공했다. 이와 별도로 각 지역 예선을 치르는 데 쓴 비용도 적지 않다. 지난 두 달간 한국에서 국내 예선을 치르는 데만 3억원이 들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한국 선수단 10명의 서울∼파리 왕복 항공료도 지불했다. 따라서 38개국 50개팀을 선발하는 데 든 비용과 선수단의 왕복 항공료까지 계산하면, 액수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반면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파리 북서쪽 신시가지 라데팡스에 나이키 축구인민공화국을 세웠다. 개선문에서 대중 교통 수단으로 5분 거리인 라데팡스의 가장 높은 구조물인 라그랑다쉬(La Grande Arche) 앞에 마련한 나이키 축구공원에 나이키가 후원하는 월드컵 대표팀의 유니폼을 비롯해 각종 나이키 제품들을 전시하고, 어린이 축구팬을 위한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세계 스포츠 용품 시장을 주도하는 이 두 업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같은 행사를 벌이는 까닭은 비용만큼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축구공원에 발을 들여놓으면 눈길이 갈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아디다스와 나이키 상표가 붙어 있다. 아디다스를 입은 지단과 바티스투타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으며, 대형 화면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나이키를 착용한 호나우도와 바조가 멋진 폼으로 슛하는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이 곳을 찾는 어린이 축구팬들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입은 축구 영웅들을 숭배한다. 결국 그들은 두 브랜드의 잠재 고객으로 자랄 것이다.

아디다스, 어린이 월드컵으로‘수성’안간힘

유럽은 세계 최대 축구 용품 시장이다. 세계 5대 축구 리그가 유럽에 몰려 있을 정도로 유럽인들에게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다. 또 지역 별로 축구 클럽이 많고, 소득 수준이 높아 축구 용품 수요도 크다.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이 거대한 축구 용품 시장을 가만 놓아둘 리 만무하다.

지금까지 유럽 축구 시장을 장악해 온 업체는 아디다스이다. 아디다스는 종목·용도 별 스포츠화를 처음으로 고안해 유명 선수에게 신겨 판촉에 성공한 스포츠 마케팅의 선두 업체이다. 아디다스는 프랑스 월드컵 공식 후원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국제축구연맹에 거액을 쥐어주고 대회용 축구공에 자사 로고를 집어넣었을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어린이 4 대 4 월드컵을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개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아디다스는 축구 용품과 유럽 시장에서만큼은 나이키를 앞서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90억달러로 세계 스포츠 용품 시장의 맹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나이키는 그동안 축구와 유럽 시장에서만큼은 아디다스의 선두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나이키가 태어난 미국에서는 야구·미식 축구·농구의 인기에 가려 축구가 보급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94년 미국 월드컵과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계기로 유럽 축구 용품 시장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나이키, 프랑스 월드컵 계기로 공세 나서

나이키는 브라질 팀이 나이키 경기복을 입는 대가로 10년 동안 브라질팀에 4억달러를 내놓을 예정이다(<시사저널> 제451호 72쪽 ‘나이키 왕국의 빛과 그늘’ 참조). 또 브라질 선수 14명과 수백만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한국축구협회도 나이키와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유력한 우승 후보인 이탈리아·네덜란드, 지난 올림픽 축구 경기 우승팀 나이지리아와 미국 팀이 나이키 축구복을 입고 있다.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팀도 만만치 않다. 98월드컵 홈팀 프랑스을 비롯해 유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스페인·아르헨티나와 지난 월드컵 돌풍의 주역 루마니아·유고 팀이 아디다스 축구복을 입고 있다. 아디다스는 프랑스 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광고까지 내보내고 있다.

16강 진출팀이 가려지고 본격적으로 토너먼트가 치러지면 유력 우승 후보들 간에 격돌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월드컵 결승전과 4강전에서는 프랑스 지단과 네덜란드 베르캄프가 각각 신고 있는 아디다스와 나이키 축구화가 부딪치거나, 이탈리아 바조의 나이키 축구화가 슛을 날린 아디다스 공을 아디다스 경기복을 입은 쾨프케 골키퍼가 쳐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포츠 마케팅 면에서 볼 때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은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격돌로 좁혀질 확률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월드컵이 끝나는 7월12일 이후 유럽 축구 용품 시장을 두고 벌이는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시장 쟁탈전은 당분간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종료 휘슬이 울리지 않는 기나긴 연장전으로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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