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기세 오르자, 야구 관중 '뚝'
  • 李哲鉉 기자 ()
  • 승인 1998.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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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이종범 등 해외 진출 후 관중 ‘썰물’
요즘 축구 경기장은 비좁고 야구 경기장은 넓어 보인다. 축구 경기장을 찾는 이는 눈에 띄게 늘었으나, 야구를 관람하는 이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야구팬들이 하루아침에 축구팬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야구의 인기가 갑작스럽게 떨어진 이유는 뭘까?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외부 요인과 야구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국내 스타들의 일본 진출이다. 30년 만에 한번 나온다는 찬사를 듣고 있는 선동렬 선수가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타격과 수비가 빼어난 이종범 선수가 한국 프로 야구를 등지고 일본으로 갔다. 국내 최고 소방수 자리를 지키던 이상훈 선수도 일본 센트럴 리그 소속 주니치 드래건스 선수가 되었다.

홈구장 큰 팀들의 성적 부진도 한몫

외풍은 일본에서만 불어오는 것이 아니다. 태평양 건너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 선수가 LA다저스 에이스로 맹활약하면서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을 앗아갔다. 박찬호 선수가 등판할 때마다 뛰어난 활약을 벌이는 라울 몬데시 선수의 팬클럽이 국내에 생길 정도이다. 일부 국내 야구팬들은 삼성 라이온스의 이승엽 선수가 국내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깨는 것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강타자 마크 맥과이어가 메이저 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깰 수 있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제2의 선동렬과 박찬호를 꿈꾸며 유망 선수들이 앞다투어 미국과 일본으로 나가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임선동(LG 트윈스)·박찬호와 함께 국내 최고 투수를 다투었던 조성민이 요미우리 자이언츠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뛰어난 구질과 체격 조건을 갖춘 서재응과 조진호는 메이저 리그 팀과 계약을 맺고 마이너 리그에서 실력을 쌓고 있다.
우수한 프로 선수가 일본으로 나가고 유망주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프로 야구는 미국 메이저 리그와 일본 야구계에 이어 3군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국내 관객은 국내 야구 경기를 관람할 의욕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구단 별로 가장 많이 관객이 줄어든 팀은 해태 타이거스와 쌍방울 레이더스이다. 해태 타이거스 경기의 관중 수는 8월28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나 줄었다. 쌍방울 레이더스는 61%가 덜 찾았다. 전체 구단 관중 감소율은 평균 마이너스 33%이다.

호남권 야구팬이 급격하게 준 데는 뜻밖에도 정권 교체가 영향을 미쳤다. 과거 정권에서 소외되었던 호남 지역 주민들은 야구장에서 울분을 풀었다. 이제 호남 출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야구장에 갈 큰 이유 하나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홈구장 규모가 큰 팀들이 부진한 것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국내 야구장 가운데 관람석 규모가 제일 큰 곳은 잠실구장과 부산 사직구장이다. 3만명을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이 구장들을 연고로 삼는 구단인 LG 트윈스·OB 베어스·롯데 자이언츠가 홈 관중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 해 관중 백만명을 동원하기도 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홈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에 얼마전에는 관중이 불과 9백명밖에 안 들었다. 또 LG와 OB 팀의 경기를 보러오는 관중도 각각 39%, 42% 줄었다.

야구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멋진 플레이가 펼쳐지는 명승부를 보기 위해서이다. 한국 프로 야구에는 이종범 대신 이승엽과 양준혁·박재홍 등이 있다. 선동렬과 이상훈 대신 정명원과 임창용이 있다. 이 선수들이 어울려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면 관중은 모인다. 하지만 올시즌 유난히 국내 야구 경기장에서는 빈볼 시비로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자주 볼 수 있다. 관중이 권투를 보고 싶었다면 야구장이 아닌 권투 경기장을 찾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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