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NGO 정치’ 허와실
  • 李敎觀 기자 ()
  • 승인 1998.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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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협·제2건국위 등 비정부 기구, 행정부·국회 일 맡아
김대중 대통령의 목표는 어쩌면 ‘비정부 기구(NGO) 정치’를 구현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지적이 많다. 김대통령은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제2 건국 국민추진위원회(제2건국위)·국민인권위원회 등 비정부 기구를 4개 발족시켜 이들 기구에 입법부와 행정부 각 부처의 여러 기능을 부여했다. 그래서 김대통령이 국가를 비정부 기구들로 통치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노사정위원회와 민화협을 보면 노동부 와 통일부의 존재 이유가 궁금하다. 노사정위원회는 정리 해고 수용 등을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간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부 소관이다. 민화협과 통일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민화협은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민족의 화해 협력과 평화 실현을 통해 민족 동질성 회복을 목적으로 삼는데 이는 통일부가 할 일이다.

제2건국위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나선 비정부 기구이고, 국민인권위는 법무부의 일부 소관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정부가 국가 기구로 발족시키려는 기구이다. 특히 제2건국위는 제도 개혁 등의 목적을 갖고 출범했는데, 이 중 제도 개혁은 국회 소관 업무이다. 그래서 김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2 건국을 선언한 뒤 제2건국위가 발족되자 ‘여의도 국회는 가짜고 제2건국위가 진짜 국회’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국가 기구로 발족시키겠다는 국민인권위를 제외한 기구들의 경우 비정부 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사정위는 위원장이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민화협은 통일부 일부 업무를 이관받기로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2건국위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이 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비정부 기구 성격이 약하다. 따라서 이들 기구를 통한 정치는 ‘의사(疑似) NGO 정치’라고 규정할 수 있다.

“전국 정당 창당 위해 ‘NGO 정치’ 편다”

의문은 김대통령이 국회와 행정부를 통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들을 굳이 비정부 기구라는 형식의 반관 반민 기관들을 만들어서 추진하려는 배경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 의문이 중요한 이유는, 김대통령이 ‘의사 NGO 정치’를 강화할수록 국회는 식물화하고 행정부 전문 관료들은 의욕 저하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의문을 풀 열쇠는 앞서의 4개 기구가 노동·통일·정치·인권 분야의 모든 단체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 사회 세력이 정치 세력화할 경우 김대통령은 소수 세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된 집권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의사 NGO 정치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가 전국적인 신당 건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열쇠는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신탁 통치’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국제통화기금의 경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량 부도와 대량 실업 사태로 인해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상태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그같은 불만을 잠재우려고 의사 NGO 정치를 펴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도 있다.

물론 김대통령의 의사 NGO 정치는 이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성공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는 남미를 비롯해 한국에 앞서 IMF 사태를 겪은 나라들의 정부도 NGO 정치를 폈으나, 정치가 더 불안해지고 경제도 더욱 나빠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때문에 국회와 행정부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권 정치로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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