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게이트' 의혹의 기류 탄 윤흥렬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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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관련 구설 휩싸여…
대통령 가족과의 관계·경력 등에 시선 쏠려


인천국제공항 주변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 외압 의혹 사건은 정권 실세가 관련된 권력형 비리인가, 아니면 단순한 개인 비리인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로 떠오른 윤흥렬 스포츠서울21 사장과 그 주변, 강동석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이상호 전 개발사업단장의 관계 등을 파헤쳤다.




'인천국제공항 주변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 외압 의혹 사건'은 정권 실세가 관련된 권력형 비리인가 아니면 단순한 개인 비리인가.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인 지난 8월12일 이상호 전 인천국제공항 개발사업단장과 국중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장(3급)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강동석 사장이 왜 막판에 심사 기준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는지 등 풀리지 않은 여러 가지 의혹은 사태 추이에 따라 정권 후반기에 엄청난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인 정기 국회가 곧 시작된다는 점도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스포츠서울21 윤흥렬 사장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첫째 아들인 민주당 김홍일 의원의 처남이자 둘째 아들인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절친한 친구이다. 그는 정권 교체 뒤 대한매일신보사(당시 서울신문사)의 전무로 갔다가 1999년 12월30일 스포츠서울21이 분사하면서 대표가 되었다. 이상호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개발사업단장은 지난 8월6일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인 사람이 관여한 에어포트72(주)를 선정하면 강사장이 앞으로 건설교통부장관 자리를 보장받지 않겠느냐는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윤사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국중호 전 청와대 국장이 강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등 외압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윤사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씨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사장 "외압 넣은 사실 없다"




윤흥렬 사장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주)원익측과 경합한 에어포트72(주) 컨소시엄의 최대 주주(32%)인 스포츠서울21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가 어떤 압력을 행사했다거나 비리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윤사장은 사건이 불거진 직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업권자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청와대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거나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 모든 것을 걸고 약속할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 8월7일 이상호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하고 8일 저녁에는 전격적으로 검찰에 출두해 고소인 조사를 받는 등 빠른 행보를 보였다. 검찰의 칼날도 윤사장을 비켜 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윤사장이 태풍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구속된 국중호씨가 깃털일 뿐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눈에 불을 켜고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들다.


강동석 사장 "윤사장이 괴롭혔다"


윤사장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 가운데 하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강사장과의 관계이다. 윤사장은 "강사장을 만난 것은 물론 전화를 건 적도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강사장은 사건이 터진 직후 사석에서 "윤사장이 많이 괴롭혔지만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관계가 소원해졌다"라고 한 지인에게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강사장은 그동안 윤사장과 관계가 나빴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윤사장이 자신에게 로비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의미로 이 말을 했다. '윤사장이 괴롭혔다'는 강사장의 말도, 직접 압력을 받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주변 정황에서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강사장이 윤사장과 관련해 어떤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강사장의 말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여객터미널 광고사업권자 선정'이다. 당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옥외 광고사업권자를 선정하는 사업을 둘러싸고 3파전이 펼쳐졌다. 광고회사인 오리콤 등이 들어간 대한매일신보사 컨소시엄, 미국 ITC사가 포함된 전홍 컨소시엄, 제일기획-펄앤딩 사 컨소시엄이다. 그때 대한매일 컨소시엄은 사업비를 2백10억원으로 써낸 반면 전홍 컨소시엄은 3백억원을 써내 전홍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획득했다. 스포츠서울21은 대한매일이 52%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대한매일 주변에서는 윤사장이 그때 사업비를 적게 써내 탈락했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토지 사용료를 많이 써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조승형 전 대법관이 에어포트72(주)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사외이사로 등재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과거 평화민주당 시절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조씨는 인사 때마다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오르내린 동교동계 핵심 인사다. 그러나 조씨측은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있는 친분 있는 사람으로부터 그런 업체를 만든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으나 공식으로 사외이사를 맡은 일은 없다"라고 밝혀 조씨가 사외이사로 등재된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인 8월 초 윤사장이 이상호씨와 친분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다는 것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윤사장이 이 인사를 통해 이씨측에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거나 접촉하려고 시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이번 사건에서 윤사장과 관련된 단편적인 그림들은 아직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이 직접 관련되어 있어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에 언론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적극 해명했던 윤사장은 〈시사저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으므로 언론과 만날 이유가 없다고 비서실장을 통해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윤흥렬이라는 이름은 일반인에게는 낯설다. 그러나 권력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널리 알려진 인사이다. 대통령의 친인척, 정권 교체의 일등 공신, 김홍일 의원의 처남 등등이 그를 주목하게 만든 요소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일부 대선 주자들이 그와 만났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 탁구협회가 차기 회장을 물색하면서 그에게 의사를 타진했던 점 등은 현정권에서 그가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그의 측근은 "친인척이라는 것 때문에 항상 조심했다. 심지어 스포츠서울21이 행사를 열 때도 언론에 동정 보도 자료를 내보내지 않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광고·골프계에서 두드러진 활동




그는 어떤 인물일까.


윤사장을 상징하는 코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광고이고, 다른 하나는 골프이다. 광고회사 LG애드에 근무하던 1978년에 최연소 과장이 된 그는 동방기획에 근무하던 1987년 대통령 선거 때 정치권에 뛰어든 광고 전문가다. 1997년 5월 국민회의 전당대회 때 '신광개토 시대'라는 구호를 선보이는 등 김대통령에게 전략적인 조언도 했던 그는 1997년 대선 때는 대선 기획본부 산하 메시지총괄팀 팀장을 맡아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1997년 11월27일 처음 방영되어 정치 광고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광고 'DJ와 함께 춤을'을 만든 사람이 그다.


윤사장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밝은세상'이라는 광고 기획사다. 지금은 없어진 이 회사는 1996년 총선 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후보들을 위해 무료로 홍보물을 제작해 주는 등 외곽에서 김대통령을 돕다가 1997년 6월 당에 흡수되면서 메시지총괄팀으로 발전했다. 당시 대선 기획본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이들은 별도 자금 루트를 갖고 움직여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대선이 끝난 뒤 밝은세상 출신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국정원과 청와대 등 핵심 기관에 진출했다. 1998년 일부 기업이 밝은세상 쪽에 줄을 대려고 해서 문제가 되자 회사를 정리했다. 한 광고회사의 고위 인사는 "광고업계 사람들이 윤사장과 연결해줄 사람을 찾느라 혈안이 됐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매일신보사가 1999년 부산 아시안게임 시내·시외 버스 광고 사업을 획득한 것을 윤사장과 관련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1999년 1월1일∼2002년 12월 31일 버스에 광고물을 부착해 부산 아시안게임을 홍보한 이 사업은 4백억원대 사업이었다.


골프와 관련한 윤사장의 활약은 대단하다. 싱글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임기 4년인 골프협회 이사로 있다. 골프협회 이사는 골프협회 회장(방우영 조선일보사 회장)이 임명한다. 프로 골퍼 딸을 둘 둔 윤사장은 1999년부터 여자골프협회 자문도 맡고 있다. 여자골프협회 관계자는 자문위원은 아니고 자문이라며 다소 애매하게 표현했다. 윤사장은 올 초 골프 발전에 기여했다고 한국프로골프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스포츠서울21이 한 해 동안 개최하는 골프대회는 스포츠서울투어 LG텔레콤 비투비 클래식 골프대회 등 12개다. 한번 대회를 치를 때마다 수억원이 드는 대회비는 대부분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아 치렀다. 스포츠서울21 관계자에 따르면, 연 5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를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이런 과정에서 윤사장이 '자기' 골프장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번에 사업권 신청을 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윤사장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추진했고, 대주주인 스포츠서울21은 이번 사업에서 5년 뒤 연 20억∼30억 원씩 순이익을 낼 것이다"라고 사업권을 신청한 배경을 달리 설명했다.


윤사장은 골프뿐만 아니라 분사한 뒤 영화와 음반 등을 취급하는 '고고엔터테인먼트'와 '한국스포츠정보'라는 자회사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했다. 1년에 세 번 정도 패션쇼를 열고 한·중 연예 문화의 밤 행사를 개최하는 등 각종 이벤트도 의욕적으로 펼쳤다. 스포츠서울21의 한 관계자는 분사하기 전보다 사업 규모가 커지고 활발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 7월에는 위성 방송인 TV스포츠서울 채널권을 확보했다. 연예와 스포츠 컨텐츠의 비율을 7 대 3 정도로 서비스할 예정인데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개국해야 한다.


한나라당, 정기국회 공세 별러


윤사장은 또 1997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경주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마주협회 이사도 지냈다. 현재 경주마 아홉 필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한 필당 2천만원 정도 하는 국산 말 여덟 필과 두 당 천만원 정도 하는 외국산 말 한 필을 갖고 있다. 이사 12명 가운데 정치권과 관련 있는 인사는 그가 유일했다고 마주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윤사장은 이번 사건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사장과 가까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그의 신중치 못한 처신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게다가 막후에 무언가 큰 것이 숨어 있다고 보는 한나라당이 올 정기국회 최대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그의 앞길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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