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도 준치’ 박찬호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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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성적 저조해도 인기 ‘짱’…은퇴한 홍명보도 ‘건재’
얼마 전 휴식차 서울에 온 이승엽(28·일본 지바롯데)은 지인들에게 ‘깜짝 고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내내 1등으로만 살다 경기에도 못나가는 신세가 되어 괴로웠다. …너무 힘들다 보니 나중에는 타석에 서기가 싫을 정도였다.”(<스포츠 조선> 10월8일).

지난해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웠던 그가 처참한 심경까지 내비치게 된 배경에는 저조한 성적이 있다. 그가 올해 일본에서 거둔 수확은 2할4푼 타율에, 14 홈런, 50 타점. 응답자들은 자신들의 기대를 꺾어버린 ‘국민 타자’를 외면했다. 지난해 이승엽은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 덕에 61.6%라는 압도적 지지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1위에 올랐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4위(10.6%)로 추락했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기는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응답자의 대접은 달랐다. 올 시즌 16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4승7패, 방어율 5.46을 기록했지만, 응답자의 25.2%가 그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 1위로 꼽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올린 성적과 막판에 보여준 인상적인 피칭 덕이 아닐까. 10월4일, 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7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낚았었다. 내년에 그가 1위를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는 그와 2루수 소리아노를 묶어 시카고 커브스의 간판 타자 새미 소사와 빅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등 올림픽 스타들은 ‘권외’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 2위에는 최근 은퇴를 선언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5)가 올랐다. 그는 최근 LA갤럭시 유니폼을 벗고 “미국에서 좀더 공부한 뒤 축구 전문가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 반듯하고 모범적인 생활로 미국 프로 생활까지 잘 마무리한 점을 높이 샀는지, 지난해(10위)보다 순위가 8계단이나 뛰었다.

3위는 지난해 33.2%로 2위에 올랐던 박세리(28·CJ)가 차지했다. 응답자의 15%가 그녀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로 꼽았다. 5위는 최근 한창 물이 오른 이천수 선수(23·누만시아)가 차지했다. 지난해에 아예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던 박지성(23·PSV 아인트호벤)도 올해 뛰어난 활약을 보이면서 일약 인기 순위 6위(7.%)에 올랐다.

7~8위는 지난해에 5위, 7위에 올랐던 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51)과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뛰고 있는 안정환(28)이 차지했다.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한국인 최초의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최희섭(25·LA다저스)은 전반기 상승세 덕에 처음으로 10위권(9위)에 진입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신문 <데일리 브리즈>는 최근 그를 LA 다저스의 ‘2005년 핵심 전력’으로 평가한 뒤, 그가 올해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았다.

10위는 미국 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경주(34)가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4위에 올랐던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은 잦은 부상과 ‘돌출 행동’ 탓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응답자 대부분이 올림픽 스타(유승민, 박성헌 등)들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아직도 한국인들이 꾸준히 활동하면서 스포츠 신문에 반복해서 출연하는 프로 선수들을 더 오래, 더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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