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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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30년 권력 상속받으려는 딸

믿을 사람은 역시 가족뿐인가.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76)이 98년 대통령 선거에서 맏딸인 시티 하르디얀티 루크마나(48)를 부통령으로 만들려고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수하르토는 98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당선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부녀가 나란히 대통령과 부통령이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건강이 나빠진 수하르토가 대통령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루크마나가 대통령 직을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

루크마나는 96년 4월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사실상 대통령 영부인 노릇을 했고, 집권 골카르당 중앙위원회 부의장 자리에 앉아 막후에서 인도네시아 정치를 주도해 왔다. 그는 또 통신·제약 등 9개 업종에서 60여 기업을 거느린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 ‘시트라 람토로궁’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수완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부통령 자리를 향해 달리는 그의 앞길에 카펫만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독립 영웅인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딸이자 야당인 민주당의 지도자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총재(49)가 만만치 않은 정적으로 그 앞에 버티고 있다. 그러나 푸트리 총재는 5월 실시되는 총선에 출마를 금지당한 처지이다. 이스라엘

“아라파트는 테러 사주할 인물 아니다”


이스라엘 라빈 전 총리의 부인 레아 여사(71)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아라파트 의장을 노골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아라파트는 테러를 사주할 인물이 아닙니다. 아랍인을 자극하면 안됩니다.” 지난 3월30일 이스라엘의 텔레비전에 출연해 한 말이다.

남편인 라빈 전 총리는 팔레스타인과 평화 공존 정책을 추진하다가 95년 이스라엘 극우파에게 암살당했다. 레아 여사가 남편의 유업을 추진한다는 뜻에서 아라파트 편을 거드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극우파를 반대하며 노골적으로 아라파트를 두둔하는 그의 발언이 갈수록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이스라엘 내에서도 레아 여사에 대한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네타냐후 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는 극우 정책으로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실망과 비통을 안겨주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남편이 추구하던 중동 화합 정책이 극우파인 네타냐후 총리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애석하게 생각해 왔다.

레아 여사는 95년 남편이 암살된 뒤 각종 추모 집회에 참가해 “극우파가 남편의 죽음을 부추겼다. 극우파가 중동의 평화를 무참히 짓밟았다”라며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총선 때 남편이 몸담았던 노동당이 극우 리쿠르당에게 패하자,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린 남편을 외면한 이스라엘에 더 머무를 이유가 없다며 이스라엘을 떠나려고 하기도 했다.

일부 이스라엘 국민과 청소년이 남편 암살범인 이갈 아미르(28)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그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말레이시아

총리 아버지 야유·비판하는 딸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의 딸 마리나 마하티르(40)는 독설가로 유명하다. 그는 아버지의 국정에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아버지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서슴지 않아, 언론은 그를 주요 뉴스 메이커로 늘 주목한다. 아버지 마하티르 총리가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 펑크 스타일이 너무 만연해 있다’고 개탄하면, 마리나는 ‘사실은 나도 어릴 때 펑크족이었다’고 되받음으로써 아버지를 야유하곤 해, 언론은 늘 그의 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방글라데시 같은 아시아 빈국 노동자와 자국 여성과의 결혼을 금하는 입법을 추진했을 때도, 그는 인종차별주의일 뿐만 아니라 성차별이라며 정부를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거침없이 말하고, 눈치 안 보고 정부를 비판한다. 그렇다고 해서 칭찬만 받는 것은 아니다. 버릇이 없다는 손가락질도 있다. 아버지 마하티르 총리는 딸이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침묵을 지키곤 한다. 딱 한번 ‘자존심 강한 딸이 너무 비평적’이라고 입을 열었을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말을 안 듣기로 유명했고, 마하티르 총리도 딸을 길들여보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는 것이다.

마리나 마하티르는 영국 서섹스 대학에서 국제 관계를 전공하고 미국 홍보회사의 콸라룸푸르 지사에서 근무한 국제통이다. 그가 맡고 있는 직함은 신문 칼럼니스트·말레이시아 에이즈협회 대변인·출판사 사장 세 가지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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