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핵 쓰레기 북한 반입 저지 해상 훈련
  • 사진 李相哲·글 朴晟濬 기자 ()
  • 승인 1997.03.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앞바다에 ‘인공기’가 떴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대만 핵 쓰레기 북한 반입 저지 운동을 펴온 환경운동연합이 3월14일 인천수협 소속 배 1척을 빌린 뒤 북한측 핵쓰레기 수송선으로 꾸며 뱃머리에 인공기를 달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인천 팔미도 부근 바다에 이 모의 수송선을 띄우고 항해를 가로막는 해상 훈련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를 위해 시화호 폐수 무단 방류 사건 때 사용했던 FRP 보트 1척과 일반 고무 보트 2척을 동원했다. 이 날 훈련에는 인천 시청과 영종도 지역 어민들이 소유한 소형 어선 등 10여 척으로 ‘저지 선단’을 구성해 구색을 갖출 예정이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작은 배들을 바다에 띄우기에는 파도가 너무 거칠고, 비바람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이 날 해상 훈련은 환경운동연합이 대만 핵 쓰레기가 북한에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2차 국제 규탄 대회 행사의 하나로 실시되었다. 인천 앞바다에서 해상 훈련을 한 시각에 베를린·본·파리·모스크바 등지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서명 운동과 시위가 벌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대만 핵 쓰레기가 북한에 반입된다고 알려진 6월 이전까지 제2, 제3의 해상 시위를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단체는 이미 다음번 해상 훈련 장소로 목포 앞바다를 점찍어 놓았다. “인천 앞바다까지 올라온 수송선을 막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천보다 훨씬 아래에서 수송선을 가로막아야 한다”라고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만과 북한의 기존 입장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해상 훈련은 계획대로 실시된다. 문제는 이같은 해상 훈련이 결코 ‘훈련’으로 그지치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